외화 '톡 투 미' 스틸컷. ㈜올랄라스토리·롯데컬처웍스㈜롯데시네마 제공※ 스포일러 주의 개봉 전부터는 물론이고 수입 전부터 호러 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톡 투 미'에는 세 가지 '올해의 발견'이 있다. 올해의 호러, 올해의 호러 감독, 올해의 호러 배우. 호러, 특히 빙의를 소재로 한 오컬트 호러에 목마른 관객이라면 글로벌 제작·배급사 A24가 선택한 쌍둥이 유튜버 출신 감독의 '톡 투 미'를 놓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미아(소피 와일드)와 친구들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핫한 빙의 챌린지에 중독된다. 챌린지는 간단하다. 촛불을 켜고 저승의 문을 연 후 몸을 묶고 '죽은 자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내게 말해"라고 속삭인다. 이후 나타난 귀신에게 "널 들여보낸다"라고 말하면 빙의가 완료된다.
빙의 챌린지를 할 때는 90초 안에 깨워야 하고 반드시 촛불을 꺼 문을 닫아야 한다는 규칙을 어겨선 안 된다. 그러나 미아는 빙의 챌린지 중 친구 라일리(조 버드)가 자신의 죽은 엄마에게 빙의되자 이성을 잃고 마의 90초를 넘기고 만다.
외화 '톡 투 미' 스틸컷. ㈜올랄라스토리·롯데컬처웍스㈜롯데시네마 제공'로튼토마토 신선도 94%' 'A24 역대 최고 흥행 호러' 등으로 이미 유명한 '톡 투 미'는 오프닝부터 앞으로 보여줄 것이 단순 오컬트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한다. 약간의 '이블데드'식 고어를 가미한 호러임을 알리며 강렬하게 시작하는 까닭이다.
또한 영화는 스냅챗 등 SNS를 통해 소통하는 주인공 미아의 상실과 슬픔, 또래 문화 사이에서의 갈등과 사랑 등 10대로서 겪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기반으로 한다. 여기에 감독은 '빙의'라는 오컬트의 대표적인 소재를 덧입혀 호러 장르로 그려나간다.
주인공 미아는 엄마를 잃고 난 후 아빠와도 소원해졌다. 또래 집단에서도 미아는 겉도는 위치에 놓여 있다. 그런 미아는 우연히 알게 된 빙의 챌린지를 통해 죽은 자와 대면하게 되고, 이 '빙의 챌린지'는 주인공이 또래 집단으로 포섭되는 계기이자 죽은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제공하게 된다. 미아는 당연하다는 듯 빙의 챌린지에 중독돼 간다.
외화 '톡 투 미' 스틸컷. ㈜올랄라스토리·롯데컬처웍스㈜롯데시네마 제공빙의 챌린지는 정체불명의 손을 잡고 '내게 말해'라고 한 뒤 '널 들여보낸다'고 하면 완성된다. 마치 인스타릴스나 숏폼처럼 빙의는 최대 90초를 넘길 수 없다는 제한 시간이 있다. 여기서 살펴볼 수 있는 건 10대 문화와 미아가 진정 바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빙의의 조건은 손을 맞잡는 것이다. SNS를 이용한 소통과 놀이가 10대의 주류 문화가 된 상황에서 손을 맞잡고 죽은 자를 마주 본다는 것은 일종의 '대면 소통'이다. 손을 잡고 이야기해 달라는 조건은 비대면 소통이 일상화된 사회 속 외로움과 상실을 지닌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다. 또한 엄마의 죽음 후 상실의 아픔을 겪은 데다 아빠와의 소통이 단절된 미아에게 가장 절실했던 것이 바로 손을 마주 잡는다는 행위로 대표되는 '대면 소통'이다.
빙의 챌린지 과정을 통해 영화는 살아있는 자들과의 비대면 소통과 죽은 자들과의 대면 소통을 대비시키며 소통의 의미를 보여준다. 특히 미아가 빙의에 중독된다는 것은, 그 순간은 미아 역시 또래 집단에 소속될 수 있으며, 역설적으로 죽은 자와의 만남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미아를 비롯한 아이들이 빙의 챌린지에 중독돼 가는 모습은 또래 집단의 놀이문화가 가진 특성뿐 아니라 대면 소통에 대한 은유가 된다.
외화 '톡 투 미' 스틸컷. ㈜올랄라스토리·롯데컬처웍스㈜롯데시네마 제공영화 내내 손과 손을 잡는다는 표현은 다양하게 등장한다. 미아의 경우 빙의 챌린지 준비물인 죽은 자의 손뿐 아니라 살아있는 자의 손을 잡고자 하는 모습이 끊임없이 나온다. 그러나 결국 죽은 엄마에 대한 상실감과 미련을 떨쳐내지 못하고 살아있는 자의 손을 놓침으로써 스스로를 파국으로 밀어 넣는다. 결국 미아에게는 그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줄 수 있는 누군가의 손이 필요했던 것이다.
미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영화는 서브 스토리를 통해서도 또래 집단에서 벗어난 아이들의 소외감과 외로움에 관해 이야기한다. 위험하고 폭력적일 수 있는 빙의 챌린지를 할 수밖에 없도록 아이들을 밀어 넣는 것은 결국 다른 이들과 어울리고 싶다는 간절함이다. 미아 역시 이러한 간절함에 더해 죽은 엄마를 만나고 싶다는 소망이 더해지며 자기 자신마저 놓치게 된 것이다.
결국 '톡 투 미'는 상실과 슬픔, 소통 단절이 빚은 오해 속에 낙오된 주인공이 어떻게 10대 또래 문화에 발을 들이면서 그토록 목말랐던 소통에 속수무책으로 빠져드는지, 상실이 어떻게 주인공을 어둠으로 이끄는지 보여준다.
외화 '톡 투 미' 스틸컷. ㈜올랄라스토리·롯데컬처웍스㈜롯데시네마 제공이처럼 10대의 상실과 외로움을 호러로 풀어냈다는 건 이미 익숙한 문법일지 모른다. 그러나 '톡 투 미'가 빙의를 주제로 한 기존 오컬트 영화와 조금은 다른 길을 걷게 만드는 건 영화의 결말에 있다. 엔딩의 강력한 한 방은 어쩌면 오프닝보다 더 강렬하게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A24가 왜 '톡 투 미'의 배급권을 그토록 따내고 싶어 했는지, 그리고 왜 바로 시퀄 제작을 확정했는지 두 감독의 손을 마지막까지 잡고 놓치지 않는다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유튜버 출신으로 Z세대를 대표하는 크리에이터로 자리매김한 쌍둥이 감독은 10대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만큼 이를 호러라는 문법으로 능수능란하게 그려냈다. 또한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세대를 대변하는 감독인지라 요즘 영화답지 않은 짧은 러닝타임으로 관객들을 맞이한다. 여기에 초반부터 중요한 상징과 은유들이 등장하기에 영화를 보고 난 후 이를 하나씩 찬찬히 톺아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소피 와일드는 쌍둥이 감독만큼이나 올해의 발견이라 부를 수 있는 배우다. 쌍둥이 감독의 행보뿐 아니라 소피 와일드의 행보 역시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또한 믿고 보는 황석희 번역가의 현실에 바탕을 둔 매끄러운 번역이 더해져 영화 속 인물들을 조금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
95분 상영, 11월 1일 개봉, 15세 관람가.
외화 '톡 투 미' 메인 포스터. ㈜올랄라스토리·롯데컬처웍스㈜롯데시네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