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북한 김여정 당 부부장은 14일 우리 정부의 한미연합훈련 조정 등 긴장완화조치에 대해 "헛수고로 될 뿐"이며 대남 확성기도 "철거한 적이 없으며 철거할 의향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여정 부부장은 특히 오는 15일 미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중을 전달할 수도 있다는 한국 언론보도에 대해 "억측"이라고 부인하면서 "우리는 미국과 마주앉을 일이 없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이날 북한의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서울의 희망은 어리석은 꿈에 불과하다'는 제하의 담화를 발표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한국 대통령은 자기들이 대북확성기들을 먼저 철거하자 우리도 일부 확성기들을 철거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하면서 '불필요하고 비용 드는 확성기' 철거와 같은 상호간 조치가 '남북관계'개선에 도움이 되기 바란다고 발언"했다면서 "얼마 전 한국 합동참모본부도 국경선부근에서 우리가 확성기를 철거하는 동향이 식별되었다고 발표한 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그러면서 이는 "사실부터 밝힌다면 무근거한 일방적 억측이고 여론조작놀음"이라며 "우리는 국경선에 배치한 확성기들을 철거한 적이 없으며 또한 철거할 의향도 없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한국의 현 정권은 윤석열 정권 때 일방적으로 취한 조치들을 없애버리고는 그 무슨 큰일이나 한 것처럼 평가받기를 기대하면서 누구의 호응을 유도해보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부부장은 이어 "합동군사훈련 문제 역시 조정이니, 연기이니 하면서 긴장완화에 왼심이나 쓰는 것 같이 보이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지만 그것은 평가받을만한 일이 못되며 헛수고로 될 뿐"이라고 밝혔다.
"확성기철거하든, 방송중단하든 훈련축소하든 관심 없어"
11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북한군 초소 옆에 대남 확성기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김 부부장은 "서울의 위정자들이 저들의 새로운 대조선 정책에 대해 미화 분식하면서 여론을 퍼뜨리는 데는 목적이 있다"며 "우리의 호응을 유도할 수만 있다면 좋은 것이고 설사 그것이 아니라 해도 최소한 저들의 '긴장완화노력'을 보여주는 것으로써 정세격화의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고 세간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어리석은 타산"이라고 강변했다.
김여정은 "이러한 잔꾀는 허망한 '개꿈'에 불과하며 전혀 우리의 관심을 사지 못한다"면서 "한국이 확성기를 철거하든, 방송을 중단하든, 훈련을 연기하든 축소하든 우리는 개의치 않으며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부부장은 특히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전혀 없다는데 대해 여러 차례 밝혀왔으며 이 결론적인 입장과 견해는 앞으로 우리의 헌법에 고착될 것"이고 "그것은 매우 정당한 조치"라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한국은 자국 헌법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흡수통일하려는 망상을 명문화"하고 "잠꼬대 같은 '비핵화'를 염불처럼 외우며 우리 국가의 헌법을 정면 부정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국법에는 마땅히 대한민국이 그 정체성에 있어서 가장 적대적인 위협세력으로 표현되고 영구 고착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美 낡은 사고 집착하면 수뇌부 만남 희망으로만 남게 될 것"
김 부부장은 15일 열리는 미러 정상회담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미국 측에 보내는 우리의 의중이 전달될 가능성도 있다는 억측을 내놓았는데 바로 허황한 꿈을 꾸고 있다는 대표적 실례"라면서 "우리가 미국 측에 무슨 이유로 메시지를 전달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부부장은 "세상을 향해 재삼 상기시킨다면 우리는 미국과 마주앉을 일이 없다"며 "우리는 되돌릴 수 없는 과거에 집착하는 회담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으며 우리가 왜 관심이 없는지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부장은 다만 "나는 이미 조미 수뇌들사이의 개인적 친분관계가 정책에 반영될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과 미국이 낡은 시대의 사고방식에만 집착한다면 수뇌들사이의 만남도 미국측의 '희망'으로만 남게 될 것이라는데 대하여 분명히 밝힌바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으면서도 '새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한 북미 정상 간의 만남에 대해 여지는 남긴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때 아닌 때에 봄꿈을 꾸고 있다"는 조롱조의 말로 시작한 김여정의 담화는 "세상에서 제일 적대적인 국가에 대한 우리의 인식변화를 기대하거나 점치는 것은 사막에서 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기대'를 일축하는 발언으로 마무리됐다.
김여정의 담화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 후 단행한 각종 긴장완화 조치에 대해 평가절하면서 관계 개선에 나설 의지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적대적 태도를 고수할 것임을 분명하게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