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청. 부산 해운대구 제공부산 해운대해수욕장 해파리 차단망 설치 사업이 기형적인 다단계 도급 구조로 이뤄진 데 이어 입찰 업체의 담합 의혹까지 드러나 논란이 확산하면서 발주처인 해운대구청이 사실상 사업 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부산 해운대구청은 올해 '해파리 차단 그물망 설치 사업' 입찰 관련 서류를 최근 다시 검토한 결과 사업을 따낸 A사와 함께 응찰했던 B사를 사실상 동일 업체로 볼 만한 정황을 확보했다고 28일 밝혔다.
해양 전문 업체인 A사는 올해 해파리 차단 그물망 설치 사업을 진행했고, B사는 함께 입찰에 참여했지만 선정되지 못했다. 반면 B사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동안 사업자로 선정됐고, 올해는 A사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CBS 취재 결과 지난 3년 동안 한 사업을 두고 경쟁을 반복한 두 업체의 주소지가 같고 지난해 B사 소속 직원이 A사 대표인 사실이 확인되는 등 위장·담합 입찰 의혹이 드러난 바 있다.
발주처인 해운대구청은 보도 이후 사실 관계 확인에 나섰고, 결국 두 업체를 사실상 같은 회사라고 판단했다. 이들 업체는 실제 한 건물의 위층와 아래층에 각각 사무실을 두고 4대 보험 사업장 가입자 명부에는 동일한 인물이 올라있었기 때문이다. A사가 사업 시행 전 구청에 제출한 용역수행계획서와 장비투입계획서 등의 서류도 지난해 B사가 제출한 서류와 동일한 사실도 확인됐다.
다만 올해 A사와 용역 계약을 체결하면서 지난해 업체가 제출한 서류나 관련 자료를 살펴보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는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두 업체가 별도의 사업자등록증을 가지고 있고, 대표 이름도 다르기 때문에 서류 검토 과정에서는 이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최근 내부적으로 서류 등을 검토했을 때 (A사와 B사가) 같은 회사로 보이는 정황이 드러나기는 했다. 입찰 당시에는 사업자 명의가 달라 파악이 늦었다"며 "의혹이 확인된 만큼 내년에 입찰을 진행할 때는 업체 정보를 보다 면밀하게 살피겠다. 업체 참여 자격도 부산에 소재지를 둔 사업장에서 전국 단위로 변경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는 수년 동안 반복된 위장·담합 의혹을 구청이 몰랐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두 업체가 2년 동안 제출한 서류가 내용은 물론 양식도 판박이인 데다, 업체 주소지까지 같았기 때문에 이를 몰랐다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 지난해 B사의 현장 총괄 책임자가 올해 A사의 입찰 대표 참가자로 입찰에 참여했고, 반대로 A사 대표는 지난해 B사의 직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는 점에서 구청이 이를 몰랐다는 것은 입찰 관련 서류를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해운대구의회 문현신 의원은 "담당 부서에서 기본적으로 두 업체의 주소지가 같다는 점은 미리 파악했어야 한다"며 "심지어 두 업체가 똑같은 용역 수행 계획서를 제출했는데 구청이 이를 몰랐다면 명백한 관리 공백이다. 기본적인 관리·감독조차 하지 않고 사실상 사업을 방치했다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구청에서 사업을 발주했더라도 입찰 참여 업체의 세세한 정보까지 알기 어렵고, 이를 파악하는 건 지자체의 권한 밖의 일"이라며 "내부적으로 검토했을 때 문제가 있어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두 업체가 입찰 시스템을 잘 활용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며 다소 이해하기 힘든 해명만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