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기업이 밀집한 여수국가산단 항공사진. 여수시 제공▶ 글 싣는 순서 |
① 2023년 여수, 의대 분원 논란부터 섬박람회 준비까지 ② 2023년 순천, 잡월드 농성부터 동부청사 개청까지 ③ 2023 광양, 매화축제에 '북적'…노사 갈등에 산업계 '긴장' ④ 2023 보성, 청렴도 1위 영예…해양관광 중심지로 우뚝 ⑤ 2023 고흥군정 "우주중심도시 공고화·접근성 개선 총력" ⑥2023 구례, 찬반갈등 속 대규모 개발 사업 유치 노력 ⑦2023년, 여수산단 석유화학 부진…정유·철강은 선방 |
전남 동부 지역 산업의 중심인 여수국가산단은 올 한해 석유화학산업이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 원자재 비용이 상승하면서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특히 올해 상반기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석유화학의 수익성 지표로 불리는 '에틸렌 스프레드'가 2010년 이후 최저점을 기록했습니다.
최대 수출국이자 경쟁국인 중국의 수요 감소와 신증설 투자로 인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의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4655억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합성원료, 합성수지, 합성고무 등 석유화학 3대 부문 내수 수요는 올해 1,041만톤을 기록하면서 2015년 1,052톤 수준으로 되돌아갔습니다.
내수 부진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인구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로 수요가 정체된 것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국제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중국은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염화비닐(PVC) 등 플라스틱 제품의 자급률이 2020년보다 20%p 상승하면서 올해는 100%를 넘어섰습니다. AN(아크릴로니트릴), 에틸렌 등 다수의 석유화학제품 자급률도 2025년이면 100%를 초과할 전망입니다.
기업별 개별 실적 자료를 보면 지난해보다 부진했던 석유화학 업계의 힘겨움이 느껴집니다.
LG화학은 올해 3분기 860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2분기보다는 39.3% 늘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6% 줄어든 겁니다.
석유화학 부문만 놓고 보면 366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셈이지만 이는 지난해보다 60% 가량 줄어든 규모로, 3개 분기 연속 적자의 고리를 끊어냈다는 점에서 향후 반전의 계기가 될지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3분기 842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5% 줄어든 수칩니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98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8% 감소했습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2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2분기부터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6분기 만에 그 고리를 끊어냈습니다. 하지만 4분기 전망도 그리 밝은 것은 아니어서 2년 연속 영업 적자를 우려하는 상황입니다.
여수국가산단 진입도로. 여수시 제공정유업계는 반대로 실적이 좋아 횡재세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국내 정유사들은 올해 2분기까지는 유가와 정제마진 약세 영향으로 실적이 하락했지만 3분기 들어 유가가 치솟으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배 이상의 영업 이익을 내며 깜짝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당장 초과 이윤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횡재세' 도입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워낙 급등락을 하다보니 이에 따른 영업익도 종잡을 수 없어 이 같은 목소리도 잦아들었습니다.
GS칼텍스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조2053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47.4% 증가한 겁니다.
여수상공회의소가 내놓은 올해 3분기 지역경제 동향 보고서를 보면 2023년 3분기 생산 실적은 21조665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28조928억 원보다 22.9%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여수산단 기업들의 수출 실적도 82억59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한 99억6900만 달러와 비교해 17.2% 줄었습니다. 여수산단 고용도 올해 4분기 2만4907명으로, 지난해 4분기 2만5182명보다 감소했습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전경. 포스코 제공광양국가산단에 위치한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올 한해 선방했다는 평갑니다.
포스코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조196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3% 늘었습니다.
포스코는 지난해 태풍 힌남노 때 냉천 범람으로 포항제철소가 침수 피해를 입으면서 4분기 4천억원대 영업소실을 냈지만, 올해 초부터 정상화에 나서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2분기에는 1조326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광양제철소는 올해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지난달 26일 열연코일 누적 생산량 5억톤을 달성한 겁니다. 1987년 1열연공장 준공으로 열연코일 생산을 시작한지 37년 만에 이룬 쾌거입니다.
열연코일 5억톤은 코일을 펼치면 지구에서 달까지 38만km 거리를 무려 41번 왕복할 수 있는 길이입니다. 소형 승용차 5억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기도 하죠.
용광로에서 나온 열연코일들이 줄지어 이동하고 있다. 광양제철소 제공
또 하나 희망적인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정부의 규제 완화에 따라 광양제철소 내에 위치한 230만 평 규모의 동호안 부지에 이차전지소재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사업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포스코는 여기에 친환경차와 아차전지소재 관련 10년 동안 4조4천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 구상을 내놓았습니다.
광양제철소 관계자는 "글로벌 철강 시황이 부진한 가운데 앞으로도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광양제철소는 안정적인 조업 생산을 유지하며 어려운 대외 여건을 극복할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기술개발과 투자 사업을 지속하며 장기적인 성장 모멘텀 구축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