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감사원은 7일 서해공무원 이대준씨 피살사건에 대한 감사결과 "초동대처 부실 및 사실은폐, 수사결과 왜곡 등 위법・부당하게 업무"를 처리한 국방부·통일부·해경 등 3개 기관 관련자 13명에 대해 징계, 주의, 통보 등 인사 조치를 요구하는 한편 안보실 등 6개 기관에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초등대처 부실' 문제에 대해 국가안보실·해경·통일부·국방부등 관계기관은 "서해 공무원이 북한 해역에서 생존하였을 당시에는 상황을 보고‧전파하지 않고 조기 퇴근, 대북전통문 미발송 등 관련 규정과 매뉴얼에 따른 신변보호 및 구호 조치를 검토‧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실은폐' 문제와 관련해서는 "관계기관들이 서해 공무원의 피살‧소각 사실을 인지한 후에는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비밀자료를 삭제했으며, 실종, 즉 생존 상태인 것처럼 관련 자료를 작성‧배포하고 최초 실종지점을 그대로 수색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서해 공무원이 사망한 것으로 언론에 발표된 이후에는 (관계기관들에서) 자진 월북한 것으로 결론 내기 위해 군 첩보에도 없는 부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자진 월북 여부를 부당하게 판단‧발표하고, 미확인 사실이나 은폐‧왜곡된 수사내용 등을 근거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고 했다.
위기상황 발생했는데도 매뉴얼 조치 없이 그냥 '퇴근'
감사원은 이날 언론에 배포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 점검' 주요 감사결과에서 당시 "범정부적 대응이 필요한 위기상황이 발생하였는데도 안보실 등 관계기관이 관련 규정 및 매뉴얼에 따른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먼저 지적했다.
당시 안보실은 북한 해역에서 서해 공무원이 발견된 사실을 합참으로부터 보고를 받고도 통일부 등에 위기 상황을 전파하지 않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하기 위한 '최초의 상황평가회의'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보실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은 사건 당일인 2020년 9월 22일 상황이 종료되지 않았는데도 오후 7시 30분 퇴근을 했고, 안보실장과 안보실 1차장은 그 이전에 퇴근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통일부 A국장도 당일 오후 6시경 국정원으로부터 발견정황을 전달받은 후 통일부장관‧차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대북통지 등 송환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다가 구조 및 생존 여부에 대한 파악 없이 밤 10시 15분경 퇴근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도 "합참으로부터 발견정황을 보고받고도 관련 규정에 따라 서해 공무원의 신변안전 보장을 촉구하는 대북 전통문발송과 군에서 조치 가능한 방안 등에 대해 검토하거나 안보실에 건의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이에 감사원은 해경청장・통일부장관・국방부장관 등에게 당시 매뉴얼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않은 인사 중 현직자는 징계 및 주의를 요구하고, 퇴직자는 비위내용을 인사 자료로 통보했다. 국방부 3명에 징계·주의 및 인사자료 통보, 통일부 1명에게 징계, 해경 2명에 인사자료 통보조치를 취했다.
은폐위해 비밀자료 삭제…'마치 생존 중인 것'처럼 조치
국방부. 연합뉴스감사원은 또 "서해 공무원 피살 및 소각 사실을 은폐하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국방부는 관련 비밀자료를 삭제하고 대북전통문을 실종 상태인 것처럼 작성했으며, 해경은 기존 수색활동을 유지, 통일부는 사건의 최초 인지시점을 부당하게 변경"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사건 발생 다음 날 새벽 1시에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안보실이 '서해 공무원 피살‧소각 사실에 대한 보안 유지' 지침을 하달하자 관련 비밀자료 삭제를 합참에 지시했다. 언론대응 역시 안보실의 지시를 받고 오후 1시 30분경 언론에 여전히 '실종(생존) 상태'인 것처럼 문자를 배포했다.
해경은 안보실로부터 서해공무원 피살 정보를 전달받고도 "수색활동을 종료하면 언론에 그 사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이유로 서해 공무원이 북한 해역에서 발견되지 않은 것처럼 최초 실종지점을 중심으로 수색구조 활동을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의 경우 "사건의 최초 인지시점을 국정원으로부터 정보를 처음 전파 받은 '22일 오후 6시경'이 아니라 당시 장관이 인지한 '23일 새벽 관계장관회의 시점'으로 결정하고 관련 자료를 작성해 국회에 언론에 대응했다"고 감사원이 밝혔다.
국정원의 경우 "서해 공무원의 자진 월북이 불분명한 것으로 분석하고도 이후 24일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합참이 자진 월북 가능성을 보고하자 이와 상충되는 분석내용을 보고하지 않은 채 조속히 언론에 브리핑하도록 권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예측자료·실험수치 왜곡…내항에서 1km 수영한 결과로 추정
해양경찰청사.
아울러 해경은 이후 29일 2차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할 때도 '자진월북'을 주장하기위해 표류예측결과를 왜곡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해경은 서해공무원이 '인위적인 노력'으로 북한 해역에 도달한 것을 월북의 근거로 사용하기 위해 표류예측결과를 분석하면서 'NLL 해상까지 광범하게 분포되어 있는' 국립해양조사원 등 4개 기관의 표류가능위치를 은폐하고, 표류위치를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는 평균이동경로만 이용하여 최종 표류위치를 임의로 특정 하는 등 표류예측결과를 왜곡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어 "해경은 국립해양과학기술원, 해군,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등 3개 기관의 표류예측결과가 더미 실험결과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도 이 3개기관의 평균이동경로는 은폐하고, 국립해양조사원의 평균이동경로만을 근거로 표류예측결과의 신뢰성이 높다고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경은 "서해 공무원이 실종된 환경과 다른 임의의 조건, 즉 인천 전용부두 내항에서 구조대원이 구명조끼를 착용한 채로 부유물에 의지해 불과 1㎞를 수영하고 도출한 속도 '시간 당 2.22㎞'를 이용해 '17시간을 천천히 수영하면 33㎞를 갈 수 있다'고 수영실험 결과를 왜곡"한 것으로 드러났다.
北 시신소각 알고서도 '부유물 소각'으로 판단 변경하기도
북한에서 피살당한 공무원 A씨의 공무원증. 연합뉴스
감사원은 안보실의 대응방침에 따라 국방부가 군에서 '시신 소각'으로 일관되게 판단한 것을 알면서도 '시신 소각 불확실'로 판단을 변경하였고, 국정원도 '시신 소각'으로 분석한 이후에 새로운 증거가 없음에도 '부유물 소각'으로 판단을 변경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국방부의 경우 안보실의 지시에 따라 "시신소각과 관련하여 우리 측 판단과 북한의 대남통지문 주장 내용, 즉 '부유물 소각' 주장에 차이가 있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조사와 파악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대응"했고, "국정원은 북한군에 의해 사살‧소각 처리된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검토 보고서를 작성하고도 이후 새로운 첩보나 정보 입수 없이 부유물만 소각했을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판단을 변경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