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남북관계가 이렇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행위 때문이다. 북한의 지속된 미사일 도발,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불법행위로 한반도 평화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북한이 앞으로도 추가적으로 정찰위성을 발사하고자 하는 이유는 한미 군사력의 정보탐지 체계를 갖추어 핵미사일의 운용 능력을 높이려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안전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좌시할 수 없을 것이다.
국가의 존재에 있어 군통수권자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지금까지 북한이 핵무력을 증강시켜오는 동안 미국이 약속한 핵우산의 신뢰성에 대해 국민적 의구심이 있어왔던 것은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는 바이든 정부를 설득해서 미국의 완전한 한반도 방위에 대한 확약을 받아냈다. 한미동맹을 통해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철저히 대응해 온 윤석열 정부의 노력은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9.19 군사합의의 효력정지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대한 적합한 대응이냐는 것이다. 우리 국방부는 북한이 2018년 합의 체결 이후 5년간 총 3600여 차례에 걸쳐 반복해서 합의를 위반하였다고 한다. 5년간 총 3600여 차례를 위반하였다면 매월 60차례 위반한 셈이다. 도대체 어떤 위반행위를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며, 그 정도 위반할 정도면 상당한 안보위협이 아닌가. 만약 이번 정찰위성발사가 없었고 9.19 군사합의가 유지되었다면 앞으로도 북한이 계속 위반토록 놔두었을 텐데 그 자체도 문제 아닌가. 설명의 앞뒤가 뭔가 안맞다.
북한 정찰위성 '만리경-1호' 발사 모습. 연합뉴스
북한의 위성 로켓 발사와 9.19 군사합의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북한의 로켓 발사는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므로 유엔 차원의 국제공조를 통해 풀어 나가야 한다. 미중, 미러 갈등으로 유엔 안보리 논의조차 유명무실화된 상황에서 그 해법을 남북관계로 갖고 와서 풀어보려고 한다면 과연 풀리겠는가? 다분히 감정적이고 비례적이지 못한 엉뚱한 처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군사합의를 체결했던 지난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고 한반도 긴장고조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동안 보수정부는 북한의 붕괴를 부추기고 이들을 징벌한다고 하면서 2008년 금강산관광사업을 중단시켰고, 2016년 핵실험에 대한 대응조치로 개성공단을 철수시켰다. 일부에서는 당시 그러한 조치들이 국내 정치적인 상황과 연관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그 이후로 남북간 협력사업들이 더 이상 전개되지 못했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지구의 우리측 시설물들을 철거했고 개성공단은 무단가동하고 있다. 이번에도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9.19 합의 전체를 파기시켰고 한반도는 다시 과거의 대결 구도로 돌아가게 되었다.
발언하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 윤창원 기자국방부 장관은 얻은 것은 1조원이요 잃은 것은 1원이다라고 했는데 과연 그럴까? 한미의 정찰능력과 북한의 정찰능력은 애초부터 비교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 그런데 9.19 군사합의의 파기로 북한의 군사분계선 주변의 정찰과 군사작전을 재개하는 명분을 달아주었다. 이를 통해 북한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9.19 군사합의 이전에 했던 침범과 도발행위들을 전개할 것이다.
그동안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해 왔던 접경지역 우리 국민들은 다시 불안에 떨게 될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만약 양측의 군대간 우발적인 충돌이 일어난다면 이는 전쟁으로 확전될 것이다. 우리 군은 강력하고 철저한 응징, 정권종말을 강조해 왔는데 전쟁이 발발되면 우리도 무수한 피해를 입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그렇기 때문에 평화는 지키는 것뿐 아니라 만들어나가는 노력도 필요한 것이다.
최근 미중정상회담에서 보듯 이념과 갈등으로 세계를 양분화시키고 있는 두 강대국 사이에 일종의 숨고르기 양상이 엿보인다. 근본적인 긴장완화는 아니지만 두 강대국 모두 군사분야에서의 대결을 원하지 않고 경제관계도 디커플링을 원하지 않고 있다. 아직은 대결적인 장애들이 있지만 미중갈등이 완화되면 진영논리가 약화되면서 긴장완화의 분위기는 확산될 것이다.
그렇다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남북관계 역시 전환의 계기를 모색해야 한다. 합의된 사항도 종이짝처럼 내던지는 남과 북을 보면서 진정한 화해와 통일의 길은 참 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분명한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남북화해의 주인공은 남과 북이다. 서로 치킨게임을 하듯 상대방에게 질주하는 적대적인 상황에서는 그 어떤 것도 변화시킬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