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수원 선수단.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수원 삼성은 K리그 대표 명가이자 최고 인기 구단으로 군림해 왔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최하위권에서만 허덕이며 역사상 처음으로 2부리그로 강등될지 모르는 신세에 놓여있다.
낭떠러지 끝에 선 수원에게 기회는 2경기뿐. 남은 37, 38라운드에서 최대한 많은 승점을 쌓아야만 K리그1에 잔류할 수 있다.
그런데 다음 상대가 만만치 않다. 한시가 바쁜 수원은 다음 경기 37라운드에서 최대 라이벌 FC서울을 만난다. 수원은 25일 오후 4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과 운명의 '슈퍼매치'를 벌인다. 이 경기 결과에 따라 수원의 '사실상' 강등이 확정될 가능성도 있다.
K리그1 최하위 12위를 기록하면 자동 강등돼 다음 시즌은 K리그2에서 보내야 한다. 10위와 11위를 기록할 경우엔 K리그2 팀들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진행한다. 즉, 12위만 면하면 1부에 잔류할 기회를 한 번은 더 받을 수 있는 것이다.
12위만은 피해야 하는 강등권에 놓인 3팀은 10위 수원FC(승점32), 11위 강원FC(승점 30), 12위 수원(승점 29). 승점 차는 한 경기에 따라서도 순위가 요동칠 수 있는 정도다. 공교롭게도 슈퍼매치가 펼쳐짐과 동시에 강원과 수원FC의 맞대결도 진행된다.
수원의 1차 목표는 마지막 라운드까지 강등 싸움을 끌고 가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서울에 지지만 않으면 된다. 이 경우 강원-수원FC의 경기 결과는 상관없이 12위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수원의 12위가 사실상 확정되는 경우의 수도 존재한다. 수원이 서울에게 지고, 강원이 수원FC에게 이기는 경우다. 강등권 순위표는 10위 강원(승점 33), 11위 수원FC(승점 32), 12위 수원(승점29)로 변동이 생긴다.
K리그에선 순위를 매길 때 승점 다음으로 골득실이 아닌 다득점을 우선으로 본다. 현재 수원(34골)은 다득점에서 수원FC(43골)에 9골 차로 뒤지고 있다. 이 말은 마지막 38라운드에서 수원이 가까스로 수원FC와 승점 동률을 이룬다 해도 다득점에서 뒤져 최하위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얘기다.
FC서울 김진규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지금껏 한 팀의 강등 여부를 두고 슈퍼매치 결과가 이토록 중요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수원이 슈퍼매치를 앞두고 처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수원은 올 시즌 슈퍼매치에서 3전 전패를 당했다.
반면 서울은 이미 파이널B에서 일찌감치 잔류와 함께 가장 높은 순위인 7위를 확정 지었다. 다급한 수원에 비해 느긋해 보일 순 있지만, 그렇다고 서울의 동기부여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서울도 순탄치 않은 시즌을 보냈기 때문에 마지막 홈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한다. 시즌을 함께 시작한 안익수 전 감독이 돌연 사퇴해 지도자 자리에 공백이 생겼고, 그 자리를 '초짜' 김진규 감독대행으로 메우며 힘든 여정을 보냈다.
게다가 파이널A를 눈앞에 두고도 홈에서 전북 현대에게 덜미를 잡히며 파이널B로 고꾸라졌다. 이로 인해 팬들의 엄청난 질타를 받기도 했다.
또 이 경기에서 서울이 K리그 최초로 40만 관중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은 올해 18번의 홈 경기에서 39만 4022명의 관중을 불러 모았다. 마지막 홈 경기인 슈퍼매치 예매 수치만으로도 이미 40만이 넘어섰다. 대기록을 자축할 수 있는 경기를 서울이 쉽게 내줄 리 없다.
지난 수원FC전에서 역전승을 거둔 뒤 기념 촬영 중인 수원 선수단.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수원은 1995년 창단 이후 국내 프로스포츠 최고 인기 구단으로 명성을 떨쳐왔다. 역대 성적으로도 K리그1 4회, FA컵 5회, 리그컵 6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2회를 들어 올리며 어떤 팀에게도 뒤처지지 않았다.
만약 수원의 강등이 현실화된다면 '굴욕'과 '놀림거리'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수원이 이번 슈퍼매치에서 기적과도 같은 생존의 희망을 안을지, 구단 역사상 첫 강등이라는 수모를 겪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