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소극장 학전. 연합뉴스 한국 소극장 문화를 상징하는 서울 대학로 학전(學田)이 내년 3월로 폐관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가수들과 문화계 인사들이 릴레이 공연을 펼치는 등 '소극장 살리기'에 발벗고 나선다.
1991년 3월 15일 문을 연 학전은 올해로 32년을 맞았다. 대학로 공연 문화를 상징하는 공간이자 연극 무대, 가수들의 소규모 콘서트장으로 각광을 받았지만 최근 경영난과 김민기 대표의 건강 문제가 겹치면서 33주년인 내년 3월 15일 문을 닫는다.
김 대표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유행으로 급격하게 관객이 줄어들면서 본격적으로 폐관을 고민했다"며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작품들이 여럿 있는데 더 이상 올리지 못하게 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아침이슬' '상록수' 등 시대를 대표하는 곡들을 불렀고 수익으로 극단 학전을 운영하며 수많은 아티스트를 배출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배우 김윤석, 황정민, 설경구, 조승우, 장현성 등도 학전을 거쳤.고 독일 원작의 '지하철 1호선'을 국내 대표 뮤지컬 공연으로 성장시켜 독일문화원이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예술 발전에 공로가 큰 비독일인에게 수상하는 독일 최고 문화 훈장 '괴테 메달'을 2007년 수상했다.
'지하철 1호선'은 1994년 초연한 이래 8천회 공연, 누적 관객 70만명을 달성하며 뮤지컬계의 역사를 쓴 작품이다.
2004년부터 일찌감치 주체성과 자립심을 가진 존재로서 '아이들'을 바라보며 '학전 어린이 무대' 시리즈를 선보여 왔다.
김광석추모사업회의 회장이기도 한 김 대표는 김광석 1000회 공연, 김광석 다시부르기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기도 했다. 김광석은 1991년부터 1995년까지 매년 학전에서 라이브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학전과도 남다른 인연을 맺어왔다.
김 대표는 연합뉴스에 "1991년은 '서태지와 아이들'이 가요계에 격변을 일으키며 통기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설 자리를 잃을 때였다"며 "학전이 그들을 대거 유치하며 라이브 콘서트 문화의 발원지가 됐고, 가장 대표적인 가수가 김광석이었다"고 돌아봤다.
학전의 남은 일정은 뮤지컬 '지하철 1호선'(12월31일까지), 내년 1월6일 제2회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 1~2월 어린이극 '고추장 떡볶이'까지다.
학전 김민기 대표. 연합뉴스
이에 먼저 가수들이 움직였다. 내년 2월 28일부터 3월 14일까지 가수 박학기, 동물원, 윤도현, 이은미 등이 출연료 없이 학전에서 릴레이 공연을 펼친다.
알리, 권진원, 유리상자, 이한철, 자전거 탄 풍경, 여행스케치, 크라잉넛, 하림, 유재하 동문회 등도 이번 릴레이 콘서트에 참여한다. 시인과 촌장의 멤버인 하덕규와 함춘호도 24년 만에 정식 무대에 설 예정이다.
한편 이같은 폐관 소식이 알려지자 문화예술인들은 정부에 대책을 호소했다. 연극인 출신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10일 "연극계에서 학전의 역사적·상징적 의미와 대학로 소극장들이 겪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소극장을 활성화하고 연극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다양한 공간지원 사업 계획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서울 명동 삼일로창고극장처럼 정부나 서울시가 나서 학전을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삼일로창고극장은 1975년 개관해 2015년 폐관했지만 서울문화재단이 운영을 맡아 2018년 재개관했다.
학전 측은 폐관 소식이 알려지면서 공연 관람을 문의하는 연락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