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기자최근 이장우 대전시장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게시물마다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다. 다름 아닌 대전지역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호소와 성토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지역의 피해상황에 대한 불안과 분노가 단체장 소통망에서도 표출되는 모습이다.
"시장님, 다가구주택 전세사기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 대전입니다. 하지만 타 지자체보다 대책 마련이 미비한 게 현실입니다."
"시장님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얘기를 들어주시고 제발 좀 소통해주세요."해당 계정은 대전시 공식 계정과는 별도로, 주로 이장우 시장의 주요 활동을 담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피해내용을 접수받는 공식적인 창구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곳에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호소가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상담 받을 곳이 막막하고 시 차원의 대책을 체감하지 못해 이곳을 소통 창구로서 두드리고 있다고 피해자들은 말한다.
시의 찾아가는 전문가 상담 창구의 경우 지역별로 한시적 기간 동안 이용이 가능했고 서울과 경기, 인천, 부산 등지에 있는 전세피해지원센터도 대전에는 없어 피해자들이 실질적인 상담을 받고 후속 조치를 하는 데 한계가 따른다는 호소다. 국민신문고 등에서는 의례적인 답변만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대전시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데 시 차원에서는 아무런 지원이나 관심이 없는 것 같아 보였어요. 이장우 시장 SNS에는 게시물이 하루 1개에서 많게는 3개까지 업데이트가 되는데 활발하게 활동하시고 운영되는 곳인 만큼 이곳에 올라오는 댓글은 분명히 보실 거란 판단에서 이곳을 찾았어요."
대전 중구 유천동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입은 A씨의 말이다. 지난 7월 출범한 대전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가 그간 집계·추산한 대전지역 전세사기 피해는 229채 2563가구, 피해금액은 2500억 원에 달했다.
최근 한 임대인과 법인을 중심으로 한 사건이 터지고, 그 피해 규모만도 2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면서 댓글을 다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더 늘었다고 한다.
이장우 대전시장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전세사기 문제는 전국적인 사안이지만, 다가구주택 피해가 90% 이상을 차지하는 현실은 대전의 지역적 특성인데다 현재 전세사기 특별법상에는 다가구주택 대책이 빠져 사각지대에 놓인 만큼 지자체 차원에서 강한 목소리를 내주길 피해자들은 바라고 있다.
또 전문가가 상주하며 법률지원과 상담 등을 받을 수 있는 전세피해지원센터가 대전에는 없는 것도 어려움이라고 전했다. 대전에도 시의 관계부서 공무원들로 구성된 전세피해 지원 전담조직(TF)이 꾸려져있지만 인력 등 센터와 차이가 있는 상황이다.
한 피해자는 "단체장이 이런 실태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에서 시장 간담회를 요청했는데 이뤄지지 않아, 이곳으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댓글을 달았다 도리어 숨김 처리되는가 하면, 접근이 차단된 상태라고도 주장했다.
한 피해자는 "최근에는 댓글이 많이 늘었지만, 초반에 남겨진 댓글들은 답변이나 반응 없이 어느 순간 보이지 않았다"고 했고 계정 접근이 안 된다는 피해자는 "왜 이렇게까지 하나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댓글 숨김 등에 대해선 대전시 관계자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고 전해왔다. 다만 전세사기 피해 대책은 지속적으로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대전시 관계자는 "관련 전문가들까지 참여하는 조직 확대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으며 전세사기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관련 교육 등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섣불리 대안을 제시하기 어려운 만큼 시간이 걸리는 부분이 있다. 또 지자체와 관련 기관은 물론 중앙부처와 정치권에서도 법적 허점에 대한 개선과 안정된 제도 마련이 함께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