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김기현 지도부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인사들을 향해 내년 총선 불출마 혹은 수도권 험지 출마 결단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전화로 독촉한 사실까지 공개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당사자로 지목된 이들이 침묵으로 일관하는 등 누구도 불출마나 수도권 험지 출마 선언에 나서지 않으면서 혁신위는 난항을 겪고 있다. 결국 혁신위는 오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 공식적으로 해당 혁신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지도부가 이를 수용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6일 인 위원장은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 누구인지 우리가 다 알지 않느냐.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어제 저녁에도 결단을 내리라고 전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진행자가 '결단의 대상으로는 권성동·장제원 의원이나 김기현 대표가 떠오른다'고 하자 "그중에 한두 명만 결단을 내리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분들의 이름을 거명하지 않는 것은 그분들이 알아서 스스로 멋있는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을 사랑하면, 나라를 사랑하면, 대한민국 미래가 걱정되면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권성동 의원이 16일 서울 시청에서 열린 서울시청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인 위원장은 지난 3일 '희생'을 강조하며, 2호 혁신안 발표 전 "당 지도부 및 중진, 대통령과 가까이 지내는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아니면 수도권 지역에 어려운 곳에 와서 출마하는 걸로 결단을 내려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대상 인사들에게 전화를 돌려 결단을 촉구했다는 사실까지 공개하면서 거듭 압박한 셈이다.
한 여당 의원은 "다른 누구보다 김기현 대표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달렸다"며 "울산에서 한 번 더 (국회의원을) 하는 것이 본인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정치적으로) 더 높이 올라가려면 수도권 중에서도 상징적인 곳에 출마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김 대표와 함께 친윤(친윤석열) 의원들 거취에 주목하고 있다. 강서 보선 참패 직후 당시 사무총장이었던 이철규 의원이 직을 내려 놓은 것 외에 다른 이들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김 대표는 보선 패배의 경우를 대비해 책임의 일환으로 '수도권 험지 출마'를 제안 받았지만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엉뚱하게도 임명직 당직자들의 전원 사퇴로 사태를 수습하려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특히 그 배경에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의 역할이 존재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장 의원의 '희생'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기류가 흘러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오른쪽)과 대화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결과적으로는 이 의원이 '회전문 인사' 비판에도 불구하고 다시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이번엔 장 의원이 결단을 보여줘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김기현 대표나 친윤 의원들 중 누구도 인 위원장의 '결단' 권고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가 끝나고 취재진의 '인 위원장의 연락을 받았나'란 질문에 "또 다른 질문 있나"라며 말하며 답을 회피하기도 했다.
이철규 의원도 인 위원장의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면서 불출마 등 요구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지도부 중 유일하게 김병민 최고위원만 이날 회의에서 인요한 혁신위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혁신위 활동을 높이 평가하며 응원한다"며 "지도부도 솔선해 혁신위 활동을 뒷받침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혁신위는 오는 9일 최고위에 2호 혁신안과 함께 지도부·중진·친윤의 불출마 혹은 수도권 험지 출마 권고안을 보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