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피의자 최윤종. 류영주 기자서울 신림동의 한 등산로에서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최윤종(30)의 재판에 피해자를 부검한
부검의가 증인으로 출석해 "목 부위를 강하게 눌려 질식으로 심정지가 발생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옷으로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사망했다며 살인 고의가 없었다는 최윤종의 주장과 거리가 있는 판단이다. 부검의가 증언하는 도중 최윤종은 크게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진아 부장판사)는 1일 성폭력처벌법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윤종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피해자를 부검한 부검의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부검의는 "병원에서 피해자에게 저산소성 뇌손상이 있었다고 들었다"라며
"부검을 해보니 내부 장기에서 급격한 심정지를 유발하는 요인이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설명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전신을 부검하면서 관찰한 결과 얼굴과 목 부위에서 다수의 외상 흔적이 발견됐는데, 얼굴 외상은 직접적인 심정지나 사망을 유발할 수준의 외력이 아니었다"라며
"목 부위에선 다수의 목 근육 출혈이나 점막 출혈이 있어서 목에 질식이 가해졌다고 추론했다. 목 부위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생긴 질식으로 심정지가 발생했고, 그 심정지로 저산소성 뇌손상이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증언했다.
현재 검찰은 최윤종이 자신의 팔로 피해자의 목을 감싸 조르는 방식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보고 있는 반면, 최윤종 측은 자신의 옷으로 피해자의 입과 코를 막는 과정에서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이 살인의 고의가 있었느냐, 없었느냐를 다투는 지점이다.
하지만
이날 부검의는 최윤종 측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부검의는
"보통 코와 입을 막는 것은 '비구폐색성 질식사'라고 한다"라며
"그런데 코와 입을 막는다면 코가 눌린 흔적이나 입술이 치아에 닿은 흔적이 보여야 하는데 이 사건에선 없었다. 그리고 비구폐색성 질식사였다면 목에 상처가 남는 것이 흔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그 순간 최윤종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최윤종 측 변호인은 "피해자에게 코 골절과 구강 내부 상처 등이 있었는데 이런 것으로 비구폐색성 질식사의 가능성도 있다고 볼 수 있지 않는가? 피고인은 손으로 압박하는 과정에서 코에 외력이 가해졌다고 진술한 바 있다"라고 물었다.
그러자 부검의는 "코 뼈가 부러질 정도로 (코와 입을) 압박했다면 입에도 열창이 발생했어야 한다"라며 "비구폐색성 질식사보다는 목에서 발견된 손상으로 봤을 때는 목에 외력이 가해졌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답했다.
재판부가 "이 사건 공소장을 보면 최윤종은 3분 간 피해자의 목을 압박했다고 하는데, 이 경우에도 다발성 점출혈이 발생할 수 있는가?"라고 묻자 부검의는 "불가능하지 않다"라고 답했다. 이어 "분명히 직접적으로 목에 외력이 가해졌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최윤종은 지난 8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공원 등산로에서 피해자를 성폭행하기로 마음먹고, 흉기인 너클을 이용해 피해자의 뒤통수 등을 수차례 때리고 쓰러진 피해자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틀 만에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