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윤석열 대통령은 31일 "정부는 물가와 민생 안정을 모든 정책의 최우선에 두고 총력 대응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에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안정 대책을 촘촘히 마련해 나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최근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요건이 여전히 녹록지 않다며 "세계경제의 침체에 따라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의 성장세도 둔화되고 서민 취약계층 중심으로 민생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는 각별한 경각심을 가지고 거시경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가운데 경기회복과 민생 안정에 주력하고 있다"며 "경제 안보 상황을 24시간 밀착 모니터링하는 한편, 상황별 조치계획을 점검하고 신속한 적기 대응 조치를 상시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범정부 물가 안정 체계 가동, 장바구니 물가 관리 주력, 취약계층의 주거·교통·통신 등 필수 생계비 부담 경감 등의 대책을 언급하며 "서민 금융 공급 확대를 통해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담 완화 노력도 강화하겠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의 핵심 과제인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에 대한 의지도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연금개혁을 위한 준비를 착실하게 진행했다"며 "정부는 국회가 초당적 논의를 통해 연금개혁 방안을 법률로 확정할 때까지 적극 참여하고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노동개혁에 대해선 "합법적인 노동운동은 철저하게 보장하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노와 사를 불문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 왔다"며 "최근 양대 노총이 회계 공시를 하기로 결정했다. 늦었지만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이러한 결정이 도출되는 데 수고한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계 공시를 계기로 투명하고 신뢰받는 노동운동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도 노력하겠다"며 "노사 모두 대한민국의 미래와 청년의 미래를 위한 노동개혁에 함께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교육개혁과 관련해선 "수십 년간 공고하게 유지되어 온 사교육 카르텔을 근절하고 공정 입시를 실현해 누구나 공평하게 꿈을 이룰 수 있는 교육시스템으로 변화시켜가고 있다"며 "우리 교육이 획일화된 틀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개방적이며 공정한 시스템을 통해 자녀들을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키울 수 있도록 교육개혁에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저출산이라는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오려면 미래세대에게 희망을 주고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능케 하는 경제 사회 전반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연금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을 위해 의원님들의 깊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리겠다"고 당부했다.
尹 "건전재정, 국민 혈세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쓰는 것"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윤 대통령은 정부의 재정 운용 기조인 '건전재정'에 대해 "단순하게 지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없이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내적으로는 물가 안정에, 대외적으로는 국가신인도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넘겨주지 않기 위한 것"이라며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건전재정 기조를 '옳은 방향'이라고 호평했고 국제신용평가사들도 대한민국의 국가신용등급 유지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재정 건전화 노력을 꼽았다"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내년 총지출은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8% 증가하도록 편성해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총 23조 원 규모의 지출을 구조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재정사업을 제로 베이스에서 검토해 예산 항목의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는 지출, 불요불급하거나 부정 지출이 확인된 부분을 꼼꼼하게 찾아냈다"며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은 국방, 법치, 교육, 보건 등 국가 본질 기능 강화와 약자 보호, 그리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더 투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서민과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다"며 생계급여 지급액 4인 가구 기준 21만 3천 원 인상, 장애 정도가 심한 발달 장애인에게 1대1 전담 서비스 제공, 자립준비청년 지급 수당 매월 25% 인상, 기초와 차상위의 모든 가구 청년들에게 대학등록금 전액 지원 등을 언급했다.
국가 R&D(연구개발) 예산에 대해선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서는 질적인 개선과 지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최근 제기되는 고용불안 등 우려에 대해서는 정부가 세심하고 꼼꼼하게 챙기고 보완책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윤 대통령은 "최근 고유가, 고금리, 고물가로 민생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가 마련한 예산안이 차질 없이 집행되어 민생의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린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70만 명 기초수급자의 생계급여 인상분과 100만 명 대학생 및 청년의 국가장학금 인상분 등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각별한 배려를 당부했다.
아울러 "지금 우리가 처한 글로벌 경제 불안과 안보 위협은 우리에게 거국적, 초당적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며 "당면한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연설 동안 박수는 29번 나왔다. 연설 후 윤 대통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포함한 여야 의원들 한 사람 한 사람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한 뒤 퇴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