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금품이 살포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이 서로의 캠프 내 지위와 권한, 책임 정도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서로 형량을 줄이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2부(김정곤·김미경·허경무 부장판사)는 30일 정당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무소속 윤관석 의원과 강래구 전 감사, 박용수 전 송영길 의원실 보좌관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이정근 전 부총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2021년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 당대표후보 캠프에서 조직본부장을 맡았던 이 전 부총장은 지난 기일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자신은 그저 심부름꾼이었고, 배후에 있던 실질적 조직 총괄은 강래구 전 감사였다고 주장했다.이날 강 전 감사 측은 이러한 이 전 부총장의 주장을 깨기 위해 반대신문에 나섰지만 이 전 부총장은 자신은 그저 심부름꾼이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강 전 감사 측이 '송영길 캠프에 공식적으로 조직이나 선거운동을 총괄하는 증인과 박용수 전 보좌관이 있었고, 강 전 감사가 실질적으로 당대표 선거에서 조직을 총괄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묻자, 이 전 부총장은 "강 전 감사가 조직을 총괄했다"라고 맞섰다.
그러면서
이 전 부총장은 "제 입장에서 (조직 총괄은) 낯선 활동이었다. (강 전 감사가) '나를 믿고 우리가 다 서포트할 것'이라고 이야기해서 제가 그것을(조직본부장) 맡았다"라며
"제가 맡은 순간부터 (강 전 감사가) 하나에서 열까지 세세하게 지시했다. 아바타라는 표현도 있었다. 제 입장에선 강 전 감사의 지시, 총괄 관리를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강 전 감사가 직접 신문에 나서기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설전이 벌어졌다. 강 전 감사는 "이성만 의원에게 1000만 원을 받은 2021년 3월, 이 전 부총장은 저랑 통화를 했는데, 통화에서 이 의원에게 돈을 받았다는 얘기는 안 하면서 저에게 '1000만 원을 마련하라'라고 말했다"라며
"4월에도 A씨에게 1000만 원을 받았는데, 그 얘기는 안 하면서 제게 돈을 마련하라고 했다. 제가 이 전 부총장에게 보고를 받는 입장이었다면 (이 의원이나 A씨에게) 돈을 받았다고 말했어야 했다"라고 추궁했다.
그러자 이 전 부총장은 "제 기억으론 말한 것 같다"라고 반박했다.
두 사람의 설전은 계속됐고 이 전 부총장은 언성을 높이며 "강 전 감사는 지금 총괄이 아니었다고 하는 것인가? 오늘 하루 종일 강 전 감사 측의 말이 참 불편하다"라며 "저번에는 '내가 캠프에서 총괄을 했으니 이제 민주당 사무부총장 자리를 나에게 넘겨라'라고 말하지 않았느냐"라고 말했다.이 전 부총장은 윤관석 의원 측과도 충돌했다. 윤 의원 측은 강 전 감사와 박 전 보좌관, 이 전 부총장 등을 통해 현금을 전달받은 뒤 돈봉투를 조성해 국회의원들에게 살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 의원 측은 "
송영길 캠프가 쓰라고 (스폰서 사업가 B씨가) 준 돈을 박 전 보좌관이 보관하고 있었고, 이후 송영길 후보 지지 국회의원 모임에 전달하기 위해 이 전 부총장을 거쳐서 윤 의원에게 보관된 것이었다"라고 윤 의원은 그저 보관 역할만 했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 전 부총장은 한숨을 내쉬며 "비겁한 것 같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