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인요한 혁신위원장·윤석열 대통령·이재명 대표. 윤창원 기자·연합뉴스지금은 우리곁을 떠나 고인이 된 어느 개그맨이 "참 쉽죠 잉?"이라는 유행어를 퍼뜨린 적이 있다. 불과 3년 전이다.
나름 연애 전문가로 등장해 상대를 사로잡는 방법을 간단히 시전하며 "참~ 쉽죠 잉?"이라는 어이없는 말로 너스레를 떨었다.
총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의 요즘 행보를 보면 참 정치 쉽게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자신들 편리하게 국민들에게 마구 던진다. 그런데 감동은커녕 웃음을 주지 못한다.
자기 편만 챙기다 심판받은 문재인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겠다던 윤석열 정부도 자기 편만 쳐다보는 국정을 펼치고 있다.
여당은 보궐선거 참패로 위기라면서 던진 게 혁신위원회다. 사법리스크에서 2년 째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야당은 그저 이재명 대표 체제 강화에만 혈안이 돼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에서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를 드린 뒤 교회를 나서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식을 끝내 외면하고 교회에서 추모 메시지를 냈다. 성도도 없고 국민도 없이 여권 관계자들만 참석한 예배였다.
지난 3.1절 기념사를 시작으로 달리기 시작한 윤 대통령의 이념전쟁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계기로 충분히 깨달을만 하지만 멈출 기미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피의자 이재명을 제1 야당 대표로 인정할 수 없다는 듯 여전히 만날 뜻이 없어 보인다.
자기 편만 있어도 충분하다는 편리한 국정운영 방식이다. 상황이 이러니 집권 3년 차를 앞둔 지금까지도 국정운영 지지율이 35% 주변을 맴돌고 있다.
보궐선거 참패로 뜨거움을 느낀 국민의 힘 지도부가 내민 카드는 비대위가 아닌 혁신위원회다. 현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면서 혁신하겠다는 뜻이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인물 자체의 신선함 빼고는 첫 단추부터 좌충우돌이다. 인 위원장의 발언이 치고빠지기를 위한 고단수인지 정치감각 부족인지 도무지 알 수 없게 한다.
'낙동강 하류' 발언은 험지출마론의 정치적 의미를 퇴색시키고 '김한길과 매일 통화' 발언은 혁신의 순수성을 의심케 한다.
특히,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고 던진 대사면 제안은 당사자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폭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과나 용서를 그렇게 하면 안된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영화 '비 그치다'(After the rain.1999)는 명대사의 보고다.
"패자에게 너무 정중한 것은 때로 더 큰 상처가 된다"라는 대목이 있다. 지금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시장의 심정이 이럴진대 거기에 대놓고 아량을 베풀겠다는 식으로 언론에 사면을 툭 던지니 이들의 자존심만 건드린 모양새가 됐다.
최근 2년 동안에만 여야에 혁신위원회는 5번이나 있었다. 여당의 최재형 혁신위원회나 야당의 김은경 혁신위원회에 혁신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혁신안을 내놔도 실천할 의지나 진정성이 없었다.
인요한 혁신위원회는 30일 광주 5.18 묘역을 참배했다. 참 정치 쉽게 한다. 매번 혁신위가 출범하면 뒤따르는 의례적 행사다. 호남민심 챙기겠다고 입버릇처럼 외치지만 실제 효과는 없다. 오히려 잦은 설화로 호남민심만 자극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밝은 표정으로 정청래 최고위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근 행보 또한 자기 편만 챙기는 참 쉬운 길로 가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3일 단식을 마치고 당무에 복귀하면서 "민주당이 작은 차이를 넘어 단결하고 단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말과 행동은 완전 딴판이다. 공석인 최고위원 자리에 결국 원외 친명계 인사를 지명했다.
이 대표는 스스로 DJ와 YS보다 높은 지지율로 당선된 야당대표임을 자랑스럽게 언급한다.
그러나, 78% 지지율이 당직 독식에 대한 허가권이 아니다. 최고위원 최소 한 자리를 비주류에게 배려해왔던 두 정치 선배의 가르침은 소 귀에 경읽기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이른바 독수리 오형제 등 비명계 의원들 지역구에 친명계 원외인사들을 집중 공천할 기미까지 보이고 있다.
혹시라도 이재명 대표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를 사법리스크에 대한 면죄부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개그맨 겸 방송인 故박지선
"참, 쉽죠 잉?"이라는 유행어를 남긴 개그맨은 나름 엘리트였다. 자신을 다 내려놓고 국민에게 웃음을 줬다.
여야 정치권은 참 쉽게 정치를 하지만 자신의 것은 아무것도 내려놓지 않은 채 자기 편만 챙기는 편한 길만 선택하고 있다.
감동이 사라진 한국정치, 결국 자기 것을 내려놓는 약간은 어려운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부터 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