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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라지기만 바라나요" 희생자 형제들이 묻는다[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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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159명이 목숨을 잃은 이태원 참사. 멈춰선 듯한 시간은 흘러 1주기는 어김없이 찾아온다. 하지만 참사를 부른 근본 원인과 피해를 키운 책임자의 정체는 아직도 어둠 속에 묻혀있다. CBS노컷뉴스는 진실 규명과 재발방지를 앞에 둔 채 뒷걸음질을 반복해온 한국 사회와, 그 속에서도 한 발이라도 나아가려 애써온 이들의 노력을 살핀다.

[이태원 참사 1주기 기획⑤]
20~30대 참사 희생자 형제·자매 그룹 인터뷰
책임 규명 없고, 유족 간 소통 방해…정부 불신 키워
'놀러 가서 죽었다' 2차 가해 방치…국가 책임 흐리고, 유가족 가슴에 '비수'
"부모님 슬플까봐" 울지 못하는 형제·자매들…정부 심리지원 이용률은 저조
"온전히 슬퍼하지 못한 1년"…유가족 바람은 '진실규명'·'명예회복'

CBS노컷뉴스는 이태원 참사로 형제·자매를 잃은 유가족들의 자유로운 의견을 이끌어내기 위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FGI)를 실시했다. 황민아 PDCBS노컷뉴스는 이태원 참사로 형제·자매를 잃은 유가족들의 자유로운 의견을 이끌어내기 위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FGI)를 실시했다. 황민아 PD
▶ 글 싣는 순서
①참사 후 1년…이태원과 日아카시는 어떻게 달랐나
②참사 1년이 오도록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③10명 모인 행사도 일단 경찰 투입…이런다고 '안전'할까?
④강화한다던 CPR 교육, 말짱 도루묵…법 개정안은 표류 중
⑤"우리가 사라지기만 바라나요" 희생자 형제들이 묻는다
(계속)

"전에 알던 사람은 대부분 만나지 못해요. 복직도 내가 할 수 있을까 두렵고요. 2차 가해하는 사람들을 보면 위로의 말을 건네던 지인들도 사실은 참사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위축되더라고요" (김유진)

김유진(28)씨는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참사로 3살 터울 동생 유나씨를 잃었다. 참사 직후 체중이 6kg 가까이 빠졌고 골다공증 진단을 받았다. 직장은 휴직했다. 대부분 20~30대인 참사 희생자의 형제·자매들도 부모 세대보다 2차 가해에 더 민감한 청년들이다. 이 때문에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도 부모 세대가 주도하고, 활동에 참여하는 형제·자매는 10명 안팎에 불과하다.  

CBS노컷뉴스는 이태원 참사로 형제·자매를 잃은 유가족들의 자유로운 의견을 이끌어내기 위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FGI)를 실시했다. 참사 1주기를 일주일 앞둔 지난 22일, 김씨와 박도현(32)씨, 송지은(28)씨, 유정(26)씨가 인터뷰에 참여해 부모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털어놨다.

참사 이후 잃어버린 시간·기억·꿈·믿음


"아침이 오니까 아침을 맞고, 저녁이 오니까 잠을 자고. 참사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저도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정작 유가족이 알고 싶었던 것은 하나도 알지 못했고 아무리 거리에 나와서 집회를 해도 달라지는 게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어요. 그래도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목소리 내는 일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살다 보니 1년이 됐더라고요" (김유진)

"저희 남매는 정말 친했어요. 행복한 미래를 생각할 때 거기엔 항상 동생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 미래가 없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일이 오면 뭐하고, 오늘이 며칠이면 뭐 해. 친구들이 보자고 해서 약속을 잡았다가도 잊어버려요. 서류를 작성할 때 연도가 생각이 안 나서 물어봤다가 미래에서 왔냐는 얘기까지 들었는데, 그 정도로 무감각해진 것 같아요" (박도현)

"그전에는 뭔가 하고 싶다는 의욕도 많았고 꿈도 많았거든요. 근데 참사 이후에는 '해서 뭐 해'라는 생각이 크고 의욕도 없는 것 같아요. 살아가는 것에 대한 회의감도 굉장히 많이 드는 것 같고, 그냥 진짜 시간이 흐르니까 살아가고 있다는 게 맞는 표현 같아요" (송지은)

"동생 보내고도 한두 달 정도는 사회복지사 일을 계속했어요. 해가 바뀌며 사람 상대하는 게 힘들어지더라고요. 내가 만나는 고객이 알고 보니 2차 가해하는 사람이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저를 잠식하더라고요. 사람을 만나지 않는 분야로 이직했어요" (유정)


1년 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전대미문의 참사로 가족을 잃은 이들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안전하게 돌아올 줄 알았던 이들이 돌아오지 못했고, 국가가 시민을 보호할 것이라는 믿음은 깨졌다.

압사 발생 4시간 전부터 신고가 빗발쳤고, 이보다 먼저 '인파 관리 필요하다'는 경찰 보고 등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렸지만 참사를 막지 못했다. 정부는 누가 어떻게 대비·대응했거나, 하지 못했다고 설명하지 않았다. 재판대에 오른 경찰과 소방당국, 지방자치단체 등은 '안전 관리'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

정부는 그날 밤 희생자들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마지막 순간을 맞이했는지도 설명하지 않았다. 유가족협의회가 간신히 받아낸 구급일지조차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담지 않았다. 정부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았고, 유가족의 시간은 그날 밤 멈췄다.

책임 규명 없고, 유족 간 소통 방해…정부 향한 불신 키워


참사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도 다른 유가족을 찾기조차 어려웠다. 정부와 서울시는 참사 유족들이 연락처를 나누지 못하도록 "개인정보 보호지침"을 세우는 등 소통을 방해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는 참사 발생 42일 만인 지난해 12월 10일에야 출범했다.

유진씨는 "동생이 있는 납골당에서 우연히 같은 날 또래 희생자 유가족을 만나 유가족협의회에 들어오시겠냐고 묻기도 했다"며 "무작정 SNS에 검색해 찾기도 했다"고 말했다.

"원래는 국가가 해줬어야 할 일이잖아요" (유정)

정씨는 4살 터울 동생 연주씨의 장례를 치를 때까지 다른 유가족을 찾지 않았다.

"국가가 이 참사가 왜 일어났고, 그날 어떤 일이 있었고, 희생자는 어떤 모습으로 마지막을 맞이했는지 설명해 줄 거라고 믿었거든요" (유정)

국가애도기간이 끝난 후 정씨는 다른 유가족을 찾기 시작했지만, 찾을 방법을 몰랐다. 동생의 친구가 유가족협의회를 소개할 때까지 2~3주 동안 정씨는 "무인도에 갇힌 기분"이었다.

참사 1주기를 일주일 앞둔 지난 10월 22일,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유정(26)씨, 송지은(28)씨, 박도현(32)씨, 김유진(28)씨가 인터뷰에 참여해 부모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털어놨다. 황민아 PD참사 1주기를 일주일 앞둔 지난 10월 22일,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유정(26)씨, 송지은(28)씨, 박도현(32)씨, 김유진(28)씨가 인터뷰에 참여해 부모들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털어놨다. 황민아 PD
참사 후 12시간도 지나지 않아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정부는 유가족과 의논 없이 위패도, 영정도 없는 분향소를 일방적으로 설치했다.

"국가애도기간이 끝나니까 (정부는) 저희가 이제 그냥 사라지기를 바라는 것 같았어요" (유정)


'놀러 가서 죽었다'는 말…국가 책임 흐리고, 유가족 가슴에 '비수'


유가족을 가장 괴롭히는 '놀러 가서 죽었다'는 말. 이 말은 책임 주체에서 국가를 지우고, 유가족에게 온전히 애도할 권리를 빼앗는다. 유가족은 슬픔을 받아들일 겨를도 없이 희생자 명예회복 투쟁에 나서야만 했다.

지은씨는 참사 직후 기사 댓글에 달린 '놀러 가서 죽었다'는 말에 위축됐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그가 언론의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동생의 명예를 회복하고 싶기 때문이다.

"아무도 제 동생이 어떤 사람인지 모를 텐데 조롱하는 댓글에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앞으로 동생한테 잘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 내 동생에 대해서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인 인터뷰에라도 응하자는 마음에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쉽지는 않아요" (송지은)

유진씨는 기사 댓글 중 "유가족이면 집에서 애도나 할 것이지 왜 나와서 정치적인 행동을 하고 유가족답게 굴지 않냐"는 말이 마음 아팠다고 했다. 그는 "저희가 유가족이라는 정체성이 생겼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이고 시민"이라며 "그런데 어딜 가든 항상 위축돼 있어야 하고 가만히 있어야 하고 슬퍼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씁쓸할 때가 많다"고 했다.

"참사 이후에는 전혀 행복해질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인지" (김유진)

"참사 이후 유가족이라는 프레임에 저 자신을 가두게 되더라고요. 누군가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인스타그램 스토리 같은 공개적인 곳에 올리면 '쟤는 동생 잃은 유가족이고 슬퍼해야 되는 사람인데 왜 저러지' 하는 생각을 할 것 같아요" (송지은)

정씨는 마음을 아프게 했던 말로 '세월호로 돈맛 좀 보더니 이태원도 그렇게 하려고 한다'는 말을 꼽았다. 그는 "국가가 우리를 자꾸 외면하니 그런 2차 가해를 서슴없이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지난해 12월 "추모감정을 훼손한다"며 신자유연대의 시민분향소 접근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분향소를 옮기자 서울시는 불법점거라며 철거를 요구하고, 변상금도 부과하고 있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국민의 목소리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인데, 어떻게 보면 국가가 나서서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는 게 아닌가…" (유정)

"부모님 슬플까봐" 울지 못하는 형제·자매들…1년 되도록 심리지원전담팀 없어


슬픔을 감추는 모습은 이날 형제·자매 유가족들에게서 공통으로 나타났다. 참사로 둘째 동생 영주씨를 떠나보낸 지은씨는 지난해 독립할 계획이었지만, 참사 후 부모님 곁에 남기로 했다. 10살 차이 나는 고3 남동생이 곧 대학에 가고, 군대에 가니 빈자리를 대신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참사 이후 몇 개월간 주변 사람들 앞에서 많이 울었다던 지은씨는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될 것 같아서 감정을 숨기게 된다"고 담담히 말했다.

"부모님이 슬퍼하실까봐 동생 생각은 혼자 있을 때 해요. 전에는 가족이 거실에 나와서 TV를 보거나 얘기를 했다면 지금은 각자 방에 들어가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김유진)

"엄마·아빠가 더 힘들어하실까봐 힘든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해요" (유정)


"위로해 주는 사람도 있지만 정치적으로 안 좋게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근데 유가족은 전데 마치 본인들이 더 잘 아는 것처럼 얘기해요. 저는 태연스럽게 반응할 수 있지만 사실 마음은 아프거든요. 주변에 사람들은 제가 이렇게 아픈지 몰라요. 항상 웃으니까요" (박도현)

정부는 이태원 참사 후 희생자 유족과 참사 생존자의 심리 치료를 지원했지만, 치료 대상 대부분은 곧 치료를 그만뒀다.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트라우마센터와 강원·충청·호남·영남권 트라우마센터, 광역·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지난해 10월 30일부터 올해 10월 5일까지 지난 1년간 유가족 상담한 건수는 총 1880건으로 이 가운데 87%는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특히 대면 상담을 받은 건수는 지난해 11월, 12월 각각 149건, 42건이었는데, 올해 들어 △1월 15건 △2월 11건 △3월 4건 △4월 5건 △5월 1건 △6월 6건 △7월 3건 △8월 0건 △9월 1건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이들이 대면 치료가 필요 없을 정도로 회복됐기 때문일까?

"두 번 정도 전화 와서 엄마랑 같이 상담받지 않겠느냐면서, 첫 마디가 '어떻게 힘드세요?'라는 거였어요. 트라우마센터가 참사로 인해 아픈 사람들 치유해 주겠다는 목적으로 전화 준 걸 텐데, 그 질문이 어이가 없고 황당해서 그냥 안 받겠다고 했어요" (송지은)

"참사 직후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너무 힘들어서 심리치료를 받았어요. 그런데 저보고 그냥 기사를 보지 말래요. 너무 황당하더라고요. 제 동생 일인데 어떻게 안 볼 수가 있어요. 그 이후로 상담 안 하겠다고 하고 다음부터 전화하지 말라고 그냥 끊었어요" (박도현)    


전문가들도 정부의 지원책이 이태원참사 전담팀을 따로 두지 않고, 비대면 상담에만 치중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희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재난정신건강 시스템은 초기에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민간 자원봉사자가 대거 투입된다"며 "두세 달이 지나면 유가족과 생존자 전담팀이 만들어졌어야 한다. 정부가 인프라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재난정신건강 서비스 공백 상태에 가까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자체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자살 시도자, 조현병 등 다양한 대상자를 상대해서 전담팀이라고 할 수 없다. 결국 비대면으로 (상담)하는 것"이라며 "전담 인력을 배정하고 지속적으로 사례를 관리해 치료로 연계해야 신뢰관계가 형성된다"고 조언했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재난에는 정부에 대한 분노가 없을 수 없기 때문에 국가 심리 지원도 반감의 대상이 되고는 하는데, 그 정도가 이번에는 굉장히 강하다"며 "통합심리지원단 안에 정부, 지자체뿐 아니라 민간 전문가들의 심층 상담팀도 있다. 어떤 형태로든 심리 지원을 병행하면서 (유가협) 활동을 하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태원 참사 등 재난 관련 트라우마 고위험군을 위한 신속 심층 상담지원의 내년 예산 1억 2천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심 센터장은 "갑자기 예산이 삭감되니 현장에는 거꾸로 느낌이 든다"며 "예산이 크지도 않고 필요한 사업인데, 이렇게 해산하면 나중에 필요해도 다시 모으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김영주 의원은 "대형 참사 피해자 트라우마는 단기간 심리상담 지원으로 회복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가족을 잃은 유가족도 국가가 지키지 못한 또 다른 피해자인 만큼 관계 부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한 보다 내실 있는 상담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온전히 슬퍼하지 못한 1년"…유가족 바람은 '진실규명'·'명예회복'

2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추모 구조물에 참사를 추모하는 시민이 써놓은 메모가 적혀 있다. 박종민 기자2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추모 구조물에 참사를 추모하는 시민이 써놓은 메모가 적혀 있다. 박종민 기자
참사를 겪은 후 이들은 사회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전에는 '나 살기 바빠' 사회·정치 현안에 무관심하고 눈물도 없었다는 도현씨는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그 가족들이 얼마나 아플지 아니까" 눈물이 났다고 한다.

"내 일이 아니라고 피하면 정말 제가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을 거고 각자 살기 바쁠 텐데, 얼마나 무서울까요. 사회는 같이 모여서 서로 도우면서 사는 곳이잖아요. 왜 장애인들은 불편한 걸 말하면 안 되고, 노동자들은 힘든 걸 말하면 안 되고, 유가족은 아프다고 말하면 안 되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정부가) 못하게 만드니까 사회 분위기도 맞춰가고. 그러면 (국가가) 사회 공동체가 아니라 그냥 개인 집합일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박도현)  

"저도 국가의 부재로 유가족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고 누구나 다 그러겠죠. 그런데 제가 유가족 입장이 돼 보니까 이번에 국가에 책임을 묻지 못하면 이런 준비되지 않은 국가의 부재로 인한 참사 사고가 또 일어났을 때 국가는 또 책임을 떠넘기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 너무 무관심하지도 말고 또 너무 안 좋게만 보시지도 않으셨으면 해요" (송지은)


이들은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일이야말로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유가족이 온전히 애도할 권리를 보장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정말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다만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봐요. 희생자들이 못 갈 데 간 게 아니잖아요. 핼러윈은 모든 연령대가 즐기는 축제잖아요. 어떤 곳을 가도 운이 좋아서 살아남는 사회가 된다면 그건 정말 비정상적인 사회거든요. 일상에서 국가의 부재로 가족과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떠난 이들의 명예회복을 위해서 우리는 아직까지도 온전하게 다 슬퍼하지 못하고 억누르면서 행동하고 있어요. 너무 나쁘게만 보지 말아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김유진)

"저희가 1주기까지 잘 버티고 올 수 있었던 거는 응원해 주고 또 힘내라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계셨기 때문이거든요.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질 때까지는 저희가 하는 행동을 '쟤네 또 저러네'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아직도 이태원 참사는 해결되지 않았구나'라는 시선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항상 연대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한테 일일이 말씀은 못 드리지만, 정말 매일매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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