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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한다던 CPR 교육, 말짱 도루묵…법 개정안은 표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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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159명이 목숨을 잃은 이태원 참사. 멈춰선 듯한 시간은 흘러 1주기는 어김없이 찾아온다. 하지만 참사를 부른 근본 원인과 피해를 키운 책임자의 정체는 아직도 어둠 속에 묻혀있다. CBS노컷뉴스는 진실 규명과 재발방지를 앞에 둔 채 뒷걸음질을 반복해온 한국 사회와, 그 속에서도 한 발이라도 나아가려 애써온 이들의 노력을 살핀다.

[이태원 참사 1주기 기획④]
참사 5개월 후 나온 '응급의료대책' 주요 추진 과제 꼽혔던 '심폐소생술 교육'
교육 횟수는 '훌쩍' 늘었지만 '하트세이버' 수는 제자리 걸음
CPR 면책범위 확대하는 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서 멈춰…'사람 살리려다 고소 당할라' 두려운 시민들
심폐소생술 교육·정책 '단편적'…"교육 체질 개선·면책 범위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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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싣는 순서
①참사 후 1년…이태원과 日아카시는 어떻게 달랐나
②참사 1년이 오도록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③10명 모인 행사도 일단 경찰 투입…이런다고 '안전'할까?
④강화한다던 CPR 교육, 말짱 도루묵…법 개정안은 표류 중
(계속)

이태원 참사 직후 정부는 대국민 응급의료서비스를 개선하겠다며 심폐소생술(CPR) 교육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참사 이후 1년이 지나도록 심폐소생술 성공률은 제자리걸음에 그친데다 관련 법 개정도 성과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
 
이태원 참사 당시 거리 한복판에서 일반 시민들까지 나서 수많은 심정지 환자들의 목숨을 살렸던 심폐소생술은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이태원 참사 후 약 5개월 뒤인 지난 3월, 재난의료 종합 대응 대책이 담긴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사후 책임 소지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일반인의 심폐소생술 실시율이 저조하다"며 "심폐소생술 교육이 일부 국민만을 대상으로 다부처(소방청·보건복지부·행정안전부·교육부 등)에서 분절적으로 제공 중"이라고 응급의료 정책의 한계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를 토대로 정부 발표안에는 '일반인 심폐소생슬 교육'이 응급의료 대책의 주요 추진 과제로 꼽혔다. 구체적으로 △국민의 심폐소생술 역량 강화를 위한 의무교육 대상 확대 △참여형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한 심폐소생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 환기 △선의의 응급의료 등에 대한 면책 범위 확대 등이 담겼다.
 
하지만 참사 1년이 지난 지금, 일반인 심폐소생술 교육을 바꾸겠다던 정부의 약속과는 다르게 교육 현장 상황은 그리 변한 것이 없다. 단기간에 교육 횟수는 늘려 놓았지만, 강사 한 명이 수십 명의 교육생들을 일일이 지도해야 하는 교육 환경은 그대로다.
 
부산에서 응급처치강사로 일하는 김균하(21)씨는 "아무래도 교육인원이 많다 보니까 2시간이라는 한정적인 시간 내에 (교육생들이) 많은 것을 소화하고 (교육을) 완벽하게 끝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교육이 끝나면) '교육 시간을 차라리 늘려줬으면 좋겠다', '교육 횟수를 1회에서 2회로 늘려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시는 교육생들이 제법 많다"고 아쉬워했다.
 
    실제로 심폐소생술 교육 수료자 수는 일 년 새 가파르게 증가했지만, 정작 일반인이 심폐소생술로 생명을 살린 횟수는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대국민 응급처치교육 실적은 지난 달 기준 177만 8110건으로 작년보다 약 81만 건 늘었다. 이에 비해 응급처치로 심정지 환자를 살린 시민에게 수여되는 인증서인 '하트세이버' 일반인 수여현황은 현재까지 143건에 그쳐 예년과 비슷한 수준에만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원인을 분석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은 채 당장 눈에 띄는 심폐소생술 교육 횟수를 늘리는 데만 급급했다고 비판한다.
 
분당서울대병원 전상훈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이태원 참사 당시 119 구조대원을 적극적으로 도운 연령층이 청년층이었지만, 심폐소생술을 너무 빠르게 실시해 (실제) 효율이 많이 떨어졌다"며 "사실 우리 누구든지 이런 상황이 생기면 (당황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교육 횟수를 늘리는 것보다) 첨단 기술 등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며 "심폐소생술 교육을 수행한 다음에 (교육생들의) 압박의 깊이, 시행 속도 등 데이터를 모아 심폐소생술 교육 프로그램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도 심폐소생술 시행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검토하겠다던 이른바 '착한 사마리아인법'도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선의로 한 심폐소생술에 대한 면책범위를 확대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은 1년째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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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처치강사 김원지(31)씨는 형사 고소를 당할까봐 두렵다는 교육생들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뭐라고 답해야 할까 곤란하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형사 책임이) 두렵다는 분들이 계시면 여태까지 (이러한 일로) 처벌받은 사례가 없다고 설명을 드리지만, 곤란한 일들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드리지도 못한다"며 "면책 조항이 강화되면 좋겠는데 아쉬움이 많다"고 말했다.
 
동의과학대학교 이슬기 응급구조과 교수는 "강사의 수, 교육 횟수를 늘리기보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심폐소생술 교육 내용을 내실화하고 응급처치강사가 제공하는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나와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6년에도 (선의의 응급의료행위에 대한 면책 범위 확대) 문제 때문에 법 개정에 돌입했지만 여러 사유로 인해서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에서는 오히려 환자를 발견했을 때 처치하지 않으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형을 내리는 형벌이 있다. (이러한) 법체계 개선부터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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