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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 정황·밀반입·다시 일본으로…기구한 고려 불상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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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구에 의해 약탈된 것으로 추정, 절도단에 의해 국내 밀반입, 그리고 다시 일본으로…

김미성 기자김미성 기자 
고려시대 불상인 금동관음보살좌상이 거쳐온 운명은 기구하다. 7년의 소송전 끝에 일본의 것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불상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온 지역 각계에서는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법적으로는 일본의 소유권이 인정됐지만 외교 및 문화 영역에서의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다.
 
◆ 재판의 시작 = 지난 2012년 일본 사찰 간논지(觀音寺)에 있던 금동관음보살좌상이 절도단에 의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그런데 이 불상이 과거 왜구에 약탈당한 고려시대 불상으로 추정되면서 소유권을 둘러싼 재판이 시작됐다.
 
서산 부석사는 '1330년경 서주(서산의 고려시대 명칭)에 있는 사찰에 봉안하려고 이 불상을 제작했다'는 불상 결연문을 토대로 왜구에게 약탈당한 불상인 만큼 원소유자인 부석사로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 2017년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해 불상을 원고의 소유로 추정할 수 있고, 과거에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도난이나 약탈 등의 방법으로 일본 사찰로 운반돼 봉안돼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부석사에 불상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 항소 제기 = 하지만 이후 정부를 대리해 소송을 맡은 검찰이 항소를 제기하며 2심이 시작됐다.
 
'훔친 문화재는 돌려줘야 한다는 국제법을 따라야 한다'는 정부 측 입장도 있었던 만큼, 이 같은 입장 등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장물이 아닌 과거 약탈된 문화재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비판 또한 일었다.
 
1심 판결 이후 일본 정부 관계자는 유감의 뜻을 표하며 불상 반환을 요구했고, 2심부터는 일본 간논지 측이 보조참가인으로서 재판에 직접 출석하기도 했다.
 
이후 2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달랐다.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이 되는 일본 민법을 보면,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및 공연하게 타인의 물건을 점유하면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본다"며 "간논지가 법인으로 성립된 1953년부터 불상이 절취 당하기 전까지 이 사건 불상을 점유했음이 증명됐으므로 취득시효가 완성된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는 "사찰 창건자가 적법하게 받았다는 점에 대해 증명하지 못했고, 오히려 왜구가 불상을 약탈해 일본으로 불법 반출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정황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이 불상이 불법 반출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취득시효의 완성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고 덧붙였다.
 
2심에서는 '1330년경의 서주 부석사'와 소송을 제기한 지금의 서산 부석사를 같은 곳으로 보기에도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 대법원 판단은 = 대법원 판단에 이목이 집중됐지만 대법원은 2심의 판결을 확정지었다.
 
대법원은 우선 "고려시대 부석사가 독립한 사찰로 실체를 유지한 채 존속해 (현재) 부석사에 이르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이 부분에 대해선 2심과 달리 동일한 권리주체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취득시효 완성과 관련해서는 일본 민법을 적용해야 하고 일본 민법에 따라 간논지의 취득시효를 인정해야 한다고 본 원심 판결을 수긍했다.
 
어느 나라 법을 적용하느냐도 쟁점이었지만 대법원은 국제사법 개정 전 옛 섭외사법에 따라 취득시효기간 만료 시점에 그 물건이 있던 곳의 법을 적용하는 것이 맞다고 봤다.
 
당시 불상이 있던 일본의 민법이 기준이 되고 그에 따라 간논지의 시효취득 완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옛 섭외사법 12조에 따라 준거법이 되는 일본 민법에 의하면 간논지가 불상을 시효취득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로써 부석사는 불상의 소유권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 지역 각계 '실망·분노' = 지역 각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부석사 관계자는 "현재 부석사와 고려 부석사의 동일성 부정은 법리적 오해이고 약탈도 인정되지만 일본 민법에 의거 시효취득이 완성됐다는 참 부끄러운 판결을 대법원이 했다"며 성토했다.
 
부석사불상봉안위원회를 비롯해 그간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한 각계에서는 "약탈 문화재가 본래 자리로 돌아가는 국제 흐름과 정반대의 판단이 내려졌다"며 안타까워하고 분노했다.
 
외교 및 문화 영역에서의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다. 정부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 또한 나온다.
 
앞서 2심 재판부는 판결 당시 "사법상 소유권의 귀속을 판단해야 하는 민사 소송에서 국외 반출된 문화재의 환수에 관한 논의는 결론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없다"며 "피고는 문화재 보호를 위한 국제법적 이념 및 문화재 환수에 관한 협약 등의 취지를 고려해 이 사건 불상의 반환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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