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성훈. BH엔터테인먼트 제공'더 글로리'의 전재준에서 '유괴의 날' 형사 박상윤까지, 박성훈은 빛나는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차근차근 쌓고 있다. 학폭(학교 폭력) 빌런 전재준 캐릭터가 워낙 강렬했기에 그의 본명보다 '전재준'으로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그럼에도 박성훈은 언젠가 더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다.
박성훈의 작품 안목은 상당하다. '더 글로리' 이후 차기작이었던 '남남'은 따뜻한 가족 드라마로 호평 받았고, '유괴의 날' 역시 처음엔 저조한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미스터리한 사건 속에 새로운 가족 형태를 고민하는 전개에 마니아층을 잡았다. 기존 드라마들과 한 끗 차이로 차별화된 작품들을 계속 선택 중이다.
그런 가운데 박성훈의 역할은 아주 강렬하거나 화려하지 않다. '남남'과 '유괴의 날' 모두 직업은 경찰이었고, 극의 중심 전개에서 살짝 옆으로 비켜나 있었다. '유괴의 날'에서는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사건들이 이를 쫓는 박성훈의 관점에 따라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시청자 역시 박성훈의 시점을 따라간다는 점에서, 드라마의 농도 조절에 있어 제 역할을 넘치게 다했다.
다음은 박성훈과의 서면 인터뷰 일문일답.
배우 박성훈. ENA 제공Q '더 글로리' 이후 '열일' 행보를 보이며 다채로운 캐릭터에 임하고 있는 거 같다. '유괴의 날'의 어떤 매력이 이끌려 선택했나A 먼저 어설픈 유괴범과 천재 소녀의 공조라는 독특한 소재에 매력을 느꼈다. 대본을 삽시간에 읽어내려갈만큼 흡입력이 강해서 선택하게 됐다. 계속해서 다음화가 궁금해져서 대본을 손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요즘 사회적으로 여러 형태의 가족이 존재하는데 가족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겨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작품이 될 수 있음 좋겠다고 생각했다.
Q '남남'에 이어 또 경찰 직군, 이번에는 미스터리를 풀어 나가는 형사 역이었다. 경찰 역이 본인과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지 A '더 글로리'에서 악역을 맡아 연기했기 때문에 다음엔 선역을 맡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을 뿐 특별히 경찰역을 하게 된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 항상 작품을 시작할 때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려고 한다. 경찰 역할을 맡게 된 것도 대본에 따른 것이었고 그 이상은 없다고 생각한다.
배우 박성훈. BH엔터테인먼트 제공Q '유괴의 날' 원작을 보고 연기에 참고하기도 했나
A 지금까지 원작을 바탕으로 한 여러 작품에 참여했었는데, 각색된 대본으로 캐릭터를 새롭게 창조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평소에 원작을 참조하지 않는 편이다. 이번에도 '유괴의 날' 원작은 읽지 않았다.
Q 윤계상, 유나, 김신록 등 배우들과 호흡한 소감이 궁금하다 A 윤계상 배우는 저와 MBTI, 성격 등 닮은 부분이 많아서 금방 가까워질 수 있었다. 촬영 끝나고도 종종 시간을 가졌다. 유나, 김신록 배우도 역시 연기력과 인품이 훌륭한 배우들이라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호흡이 척척 맞았던 것 같다. 항상 유쾌하고 즐거웠던 현장이었다. 특히 윤계상 배우가 현장 분위기를 편안하게 잘 이끌어 줘서 감사했다.
Q '유괴의 날' 사건이 천재를 만들기 위한 뇌실험이란 측면에서 다소 비현실적이기도 한데 사건의 진실을 쫓는 경찰의 관점을 거쳐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오게 되더라 A 시청자들이 상윤과 같이 사건을 파헤치는 느낌을 받았으면 했다. 그래서 다른 부분보단 스토리텔러, 화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려 노력했다.
배우 박성훈. ENA 제공Q '유괴의 날'을 통해서는 배우로서, 혹은 사람으로서 어떤 변화나 성장이 있었나 A 매 작품을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윤계상 배우와 함께 작품을 찍으면서 느꼈던 바가 크다. 선배로서, 주연 배우로서의 훌륭한 태도를 보고 배울 수 있었다.
Q 크게 성공한 작품, 거기다 강렬한 캐릭터면 그 캐릭터의 이름으로 배우가 기억되기도 하고, 다른 작품을 하더라도 계속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아마 '더 글로리'가 그런 작품일텐데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A 전재준 이전에 저에게는 '하나뿐인 내편'의 장고래라는 역할이 있었다. 어딜 가도 어머님들께서 '고래야'하고 불러주셨는데, 이제는 전재준을 미워하면서도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 '더 글로리'의 전재준이라는 캐릭터가 강렬했던만큼 당분간은 전재준으로서 많이 기억되겠지만 앞으로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만큼 더 매력적이고 특색 있는 캐릭터로 찾아뵙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