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여당 지도부에 인적 쇄신론이 불거지고 있다. 지도부 일각에선 이번 선거 결과와 관련해 일부 인사들의 퇴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확한 책임 소재나 인물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지도부는 우선 대대적인 인적 체제 개편 없이 선거 후폭풍 수습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CBS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보궐선거 다음날인 12일 국민의힘 지도부 내부에선 인적 쇄신, 특히 "임명직 당직자와 지명직 최고위원들의 일괄 사퇴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낙선한 김태우 전 구청장 공천 논의에서부터 선거 전략 마련에 이르기까지, 이번 패배에 '책임 있는 인사'들을 겨냥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도부는 이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하거나 결론을 내리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교체가 거론됐던 인사들도 고위급이나 핵심부가 아닌 인원 중 극소수에 그쳤다고 한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김기현 대표와 이철규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인적 쇄신' 질의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강서구가 원래 험지인 데다 이번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 기각,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등이 판세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이번 선거가 지도부에서 누군가 책임을 지고 사퇴를 한다든지 할 사안은 아니지 않나. 문제를 더 치열하게 분석해 보강하고 다음 선거를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엔 이번 결과가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 기각, 공천 과정과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논란과 같은 용산발(發) 영향, 결과적으로 '험지'에서의 득표 격차 등을 종합해 봤을 때, '인사 문책'으로 연결하기엔 다소 애매하다는 판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지도부 관계자는 "선거 시작부터 결과에 이르기까지 분명 잘못된 부분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특정 인물의 사퇴 등으로 책임을 지는 게 답은 아니지 않나"라며 "총선 체제로 전환하는 게 유일한 방책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지도부 교체 내지는 인적 쇄신 없이 일정을 앞당긴 조기 총선 체제를 가동하는 것이 최선이란 시각이다. 같은 맥락에서 당은 사태 수습을 위해 혁신위원회를 꾸리고, 총선기획단을 발족할 계획이다.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가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 캠프사무소에서 패배를 인정하는 입장을 밝힌 후 인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하지만 당 일각에선 여전히 책임론이 사그러지 않고 있다. 애초에 논란이 많았던 공천 결정에서부터, 지도부 판단으로 '총동원' 체제가 마련돼 판이 커졌고, 이후 전략 면에서도 승기를 잡지 못하다가 패배한 데 대해 인사 교체도 없이 마무리를 짓는 건 맞지 않다는 의견이다.
당내 한 다선 의원은 "선거 과정 내내 당내에서 논란이 불거졌는데, 지도부를 전면 교체하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사무총장을 비롯한 일부라도 인적 쇄신을 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당은 일단 당분간 시간을 두고 추가적인 의견 수렴 등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워낙 큰 격차로 패배했기 때문에 지도부 교체 없이 넘어가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론도 존재한다. 비대위 전환 등의 불씨가 연말쯤 분출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김 대표는 13일 최고위원들과 개별 면담을 통해 선거 결과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역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의원총회는 오는 15일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