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국민 안전과 강화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털 '다음'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응원페이지 여론 조작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가 '범부처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해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여당이 제기한 해당 문제를 정부 차원의 진상 조사와 대책 마련으로 확대한 것이다. TF는 '가짜뉴스' 대책을 주도한 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여론 왜곡 조작 방지를 논의하는 한편, 각종 입법 대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총리는 4일 국무회의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중전 당시 '다음'에 중국을 응원하는 클릭이 비정상적으로 많았다는 논란과 관련해 방통위로부터 긴급 현안 보고를 받고 "범부처 TF를 시급히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지난 1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열린 우리나라와 중국의 축구 8강전 당시 다음 응원 페이지에서는 중국팀을 클릭해 응원한 비율이 한때 전체의 91%에 달해 논란이 일었다.
방통위는 다음 응원 서비스에 뜬 응원 클릭 약 3130만 건을 긴급 분석한 결과, 해외 세력이 가상망인 VPN(가상사설망)을 악용해 국내 네티즌인 것처럼 우회 접속하는 수법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컴퓨터가 같은 작업을 자동 반복하게 하는 매크로 조작 수법을 활용해 중국을 응원하는 댓글을 대량 생성한 것으로 파악했다.
응원 서비스에 뜬 댓글 중 약 50%는 네덜란드를, 약 30%는 일본을 경유해 들어왔다고 방통위는 설명했다.
한 총리는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사회적 재앙"이라며 "과거 드루킹 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범부처 TF를 신속하게 꾸려서 가짜 뉴스 방지 의무를 포함한 입법 대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그간 가짜뉴스에 대한 문제점이 계속해서 지적돼 왔다"며 "이번 사례를 계기로 좀 더 면밀히 범부처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포털사이트 다음 응원 댓글 시간대별 분석 그래프. 카카오 제공 TF는 방통위를 중심으로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부처와 함께 꾸려질 계획이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취임 후 '가짜뉴스' 대응을 본격화한 방통위는 이번 TF로 역할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방통위는 지난달 18일 '가짜뉴스 근절 추진방안'을 발표했으며 같은 달 27일 국내외 포털·플랫폼 사업자(네이버, 카카오, 구글, 메타)와 함께 '가짜뉴스 대응 민관협의체'를 출범했다. 가짜뉴스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가짜뉴스정책대응팀' 역시 신설했다.
이동관 위원장은 이날 국무회의 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게 방치하면 바로 국기 문란 사태가 된다"며 "뉴스타파 (김만배 씨 녹취록 왜곡 편집) 보도의 충격이 가지기도 전에 건강한 민주주의를 지키는 공론장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또 보여줘 국민 충격이 정말 크다"고 강조했다.
'드루킹 시즌2'로 번질라…방통위 중심 범정부 대응으로 '확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포털 '다음' 축구 한중전 응원 논란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TF 출범은 애초 여당에서 제기한 문제를 범정부 차원으로 대응을 확대하는 모양새로도 보인다.
국민의힘은 "총선 6개월을 앞두고 드루킹 시즌2로 번질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규정하며 반국가세력 개입설을 제기한 상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정 반국가세력들이 국내 포털을 기점 삼아 광범위한 여론조작을 하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짜뉴스 대응은 특히 윤석열 정부가 중점을 두는 사안이기도 하다. 그간 가짜뉴스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다는 인식에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재향군인회 창설 제71주년 기념식에서 "가짜뉴스와 허위 조작 선동이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 총리 역시 지난 3일 개천절 경축사에서 "가짜뉴스는 우리 공동체의 신뢰와 믿음을 깨뜨리고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사회적 재앙"이라며 "정부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가짜뉴스 관련 법률이 조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응원페이지 여론 조작 의혹에 대해 "우리 국민들께서 혹시 여론이 왜곡되는 상황이 아닌가 우려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우려에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