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 컴파운드 혼성 단체전 은메달을 딴 주재훈(오른쪽)과 소채원. 연합뉴스2016년 취미로 시작한 운동으로 국가대표가 되더니 아시안게임에 나가 메달까지 따버렸다.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종목에 출전한 '직장인 궁사' 주재훈(31)의 이야기다.
주재훈은 소채원과 함께 4일 오전 중국 항저우의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 양궁장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기계식 활) 혼성전 결승에서 인도와 치열한 접전을 펼친 끝에 158-159로 아깝게 패해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양궁의 첫 메달 수확에 기여한 주재훈은 전문적으로 양궁을 한 엘리트 출신의 선수가 아니다. 평범한 직장인이다.
주재훈은 2016년 동호회를 통해 접한 활에 재미를 느껴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운동을 계속 했다.
하다보니 실력이 늘었고 치열하기로 유명한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할 생각까지 하게 됐다. 그리고 도전했다. 4전5기 끝에 결국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작년에 개최될 예정이었던 아시안게임이 코로나19로 1년 연기되면서 선발전이 다시 열렸고 이번에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주재훈은 "제가 메달을 딸 거라는 생각은 아무도 못 하셨을 것"이라며 "지역 사회(경북 울진)와 가족, 회사 관계자 분들에게 영광을 돌리겠다"며 웃었다.
주재훈은 국가대표에 선발된 후 국제 대회 무대를 밟을 수 있었지만 랭킹 라운드에서 늘 4위에 머물면서 단체전에 뛸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회 신기록과 함께 1위를 차지해 혼성전은 물론 단체전 출전 자격까지 얻었다.
동호인 선수가 이룬 쾌거다.
그의 직업은 한국수력원자력 정보보안부의 청원경찰이다.
동호인 출신으로서 세계 최강 한국의 엘리트 전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다.
그래도 주재훈은 전문 선수로 시작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는 "선수 분들의 스케쥴을 비유하자면 군대식이더라"며 웃었다.
이어 "만약 선수로 시작했으면 이렇게까지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저는 자유분방한 스타일이라 오히려 그게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해외 유투브 영상을 보면서 자세나 튜닝 방법, 멘탈 관리법을 공부했다. 각종 동호인 대회를 뛰면서 쌓은 경험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오랜 기간 곁에서 주재훈의 도전을 지켜본 소채원도 "전문 선수는 보통 초등학교에서 시작하는데 저도 고등학교 때 시작했기 때문에 그걸 따라잡는 게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안다. 오빠가 얼마나 오빠가 열심히 훈련을 했을지, 그게 저에게도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주재훈. 연합뉴스평범한 직장인이던 그가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면서 일과 꿈 가운데 하나를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회사는 주재훈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1년 휴직을 허락했다.
주재훈은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이렇게 휴직 처리까지 해주시고, 또 국가대표 선발전 후 국가대표 자격 유지를 도와주시고 그 다음 국제 대회까지 참여하게 해주신 회사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웃었다.
두 자녀를 키우는 아내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잊지 않았다. 꿈을 좇고 이루기까지 가족의 헌신이 절대적인 힘이 됐다.
그는 "천생연분을 만났다"고 웃으며 "정말 고맙고 집에 가면 잘해줘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아내에게 더 고마운 마음이 드는 이유는 아마도 그가 무급 휴직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주재훈은 "메달은 별로 안 좋아할 것 같다. 상금은 좀 나눠주겠다"는 농담을 건네며 웃었다.
주재훈은 한국에서 생활 체육을 통해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에게 꿈과 희망 같은 존재다.
주재훈은 "본인의 적성을 찾고 열정과 노력을 기울인다면 동호인도 전문 선수 못지 않게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나라는 활의 민족이라고 하지 않나. 활을 잡는 순간 이건 내 길이다 싶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취재진을 바라보며 "분명 이 주변에도 양궁에 소질이 있는 분이 있을 것"이라며 "시작하지 않으면 결과도 없듯이 시작이 반"이라며 웃었다.
주재훈은 내년 3월 휴직을 마치고 회사로 돌아간다. 앞으로도 활은 놓지 않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