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공직선거법·정당법 위반 등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류영주 기자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불법 금품 살포·수수 의혹에 휘말린 송영길 전 당대표의 측근들이 법정에서 진술을 쏟아내고 있다. 하나 같이 '자신은 전달만 했을 뿐, 모든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급기야 "송 전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시선은 자연스레 이번 의혹의 정점으로 꼽히는 송영길 전 대표로 향하고 있다. 검찰은 추석 연휴가 끝나면 송 전 대표를 소환해 돈봉투 의혹을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발 빼는 송영길 측근들…"전달만 했다", "宋이 책임져야"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주요 인물은 무소속 윤관석 의원을 시작으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 박용수 전 송영길 대표 보좌관 등이다. 별건으로 이들보다 앞서 구속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도 있다.
이들은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지난 2021년 4월 송영길 당시 당대표 후보의 당선을 위해 국회의원을 포함한 당 관계자들에게 금품이 뿌려진 과정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의혹이 불거진 직후 혐의를 부인하던 이들은 최근 법정에서 죄다 입장을 뒤집었다. 다만 돈봉투를 "전달만 했을 뿐"이라며 발을 빼고 있다.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자신의 관여 정도는 따져보자는 것이다.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과 휴대전화 메시지 등 검찰이 확보한 물증이 탄탄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사실관계마저 부정할 경우 죄를 뒤집어쓸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형량 줄이기에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 금품 제공과 지시·요구·권유는 형량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금품 제공죄는 3년 이하 징역에 처하지만, 금품 전달을 지시하거나 요구하고 또 권유했을 때에는 5년 이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관련 자금 조달책으로 지목된 강래구(한국감사협회장)씨. 류영주 기자강래구 전 감사는 8월 29일 열린 첫 공판에서부터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강 전 감사는 윤 의원에게 돈봉투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중간자 역할을 한 인물로 의심받고 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2021년 4월, 윤관석은 강래구에게 '당대표 경쟁 후보 캠프에서 국회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돌린다는 말이 있다'라고 하면서 돈 봉투를 나눠주자고 지시·권유했다"라며 "이어 4월 25일 강래구는 박용수에게 전화해 '돈을 마련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라고 공소사실을 밝혔다.
이어 "강래구는 4월 27일, 이정근에게 '박용수에게 자금을 받은 뒤 전달하면 된다'라고 말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강 전 감사는 "이번 사건의 특징은 많은 관련자들의 관여가 있다는 것"이라며
"여러 관여자들의 관여 정도가 모두 다르다. 피고인이 '잘 관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해서 그 뒤에 관여하지도 않고, 주지도 않은 금품에 대해서 전부 공범으로 봐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발을 뺐다.
특히 강 전 감사는 지난달 19일 열린 공판에선
"당대표 선거의 형사책임은 최종적으로 총괄 라인인 송영길 전 대표가 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사업가로부터 돈을 받아 이정근 전 부총장에게 줘 최종적으로 윤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용수 전 보좌관 역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박 전 보좌관 측 변호인은 재판에서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기소된 내용으로는 인정하기 어렵다"라며 "직접 윤 의원으로부터 돈을 달라는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고 강 전 위원과 이 전 부총장으로부터
윤 의원이 돈을 필요로 한다는 말을 듣고 이 전 부총장에게 전달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첫 현역 국회의원이자, 송 전 대표의 최측근인 윤관석 의원 역시 형량 줄이기로 선회했다. 윤 의원 역시 돈봉투 사건 자체는 인정하지만, 이를 지시하고 권유 또는 요구한 것은 자신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윤 의원 측은 지난달 18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돈봉투 전달을 지시하고 권유, 요구한 것이 아니다"라며 "피고인(윤관석)은 강래구에게 전화해서 '내가 박용수와 상의할테니 너도 박용수에게 전화를 해봐라'라고 말했다. 이는 협의일 뿐 요구나 지시로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결국 '돈봉투 의혹' 정점 송영길로 향하는 수사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송영길 전 대표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2차 자진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송 전 대표의 측근들이 재판 시작과 동시에 모두 사실관계는 인정한다며 자신의 형량 줄이기에 나서고, 특히 '송 전 대표가 책임져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결국 이번 의혹의 정점인 송 전 대표에게 시선이 쏠린다.
검찰은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에 있는 송 전 대표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4월, 송 전 대표 자택을 압수수색한 이후 5개월 만에 재차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최근에도 검찰은 경선 캠프의 자금 유용 정황과 관련해 송 전 대표 주변인을 여러 차례 불러 사실 관계를 따졌다. 검찰은 경선 당시 송 전 대표 캠프에 외곽 후원조직인 '먹고사는문제연구소' 자금이 불법 지원된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에는 입법 로비 정황도 포착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 측의 자금이 송 전 대표 캠프로 흘러갔을 가능성도 수사 범위에 넣고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돈 봉투를 수수한 의원을 특정하는 작업 역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 검찰은 "수수 의원 특정 작업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라며 "여러 자료를 교차 검증하면서 막바지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그간 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 분석과 관련자 조사 등을 통해 사실 관계를 다진 뒤 이달 중순쯤 송 전 대표를 소환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돈 봉투 수수 의원 특정과 캠프 유입 자금 전반에 대한 조사를 일단락지은 뒤 의혹의 최정점인 송 전 대표를 부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