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엘크루 헤리파크 예상도. 대우조선해양건설 제공대우조선해양건설이 경북 경주에 건설 중인 주상복합건물 현장에서 노동자와 하청업체가 10억 원 이상의 임금과 공사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일부 노동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등 사태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노동청을 비롯한 관계기관의 대응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지난해 초부터 경주시 진현동에 337세대 규모의 주상복합 건물인 '경주 엘크루 헤리파크'를 짓고 있다.
이 단지는 지하 2층, 지상 10~14층 6개동 규모로 전용면적 59㎡·84㎡의 아파트 337가구와 37㎡·47㎡의 오피스텔 39실로 구성됐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자금난으로 지난해 12월 노조가 '임금채권자'로서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올해 2월 법원이 회생절차개시 결정을 내리는 등 회사 경영이 파행을 빚으며 문제가 발생했다.
건설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현장 소장은 하도급업체 대표 등을 불러 "노무비 체납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며 공사 재개를 독려했다.
그러나 공사가 재개된 6월 이후 골조공사 업체와 근로자 700여명은 14억 원 가량의 공사비와 임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달 2일 스카이아이앤디(SKY I&D)가 대우조선해양건설을 인수한 이후부터는 현장책임자가 하청업체와의 만남 자체를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노동자들의 불안감과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에 지난 21일에는 일부 노동자가 현장을 찾아 "공사비와 임금을 받지 못하면 분신하겠다"며 원청 관계자들과 대립하다 다른 노동자들이 말려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상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노동청과 경주시 등 관계기관은 사실상 이번 사태에 손을 놓고 있다.
지난 18일 신고를 받은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은 26일에야 관계자들을 불러 첫 대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가 추석을 앞두고 체불임금 청산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밝혔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경주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신고나 연락을 받은 내용이 없다"며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포항 노동지청 관계자는 "추석을 앞두고 사건이 몰려 있는데다 접수한 시점을 생각한다면 최대한 빠른 시간에 대면조사를 벌이는 것"이라며 "관계자들을 모두 불러 정확한 피해규모와 피해인원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한 피해 업체 관계자는 "업체마다 적게는 수 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이 훌쩍 넘는 돈이 묶이며 추석을 앞두고 파산우려가 커지고 있고 많은 노동자들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관계기관이 적극 나서 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