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이미지 제공출생미신고 아동의 비극으로 파장을 부른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이후 입법 필요성이 제기된
보호출산제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9부 능선을 넘긴 만큼
조만간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 7월 19일부터 전격 시행될 예정이다.
2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병원 밖 출산'을 보호하기 위한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보호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은 지난 21일 법사위 문턱을 넘었다. 위기임산부에 대한 체계적 상담 및 서비스 연계, 아이를 직접 키울 여건이 안 되는 산모의 '익명 출산'을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당초 당일 오후 본회의 의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여파로 회의가 조기 산회하면서 처리가 연기됐다.
앞서 보호출산제는 부모가 고의로 당국에 출생신고를 누락할 경우 호적상 존재하지 않는 '유령 아동'을 방지하고자 도입된
출생통보제(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보완 대책으로 논의됐다.
아이가 태어난 의료기관이 출생 정보를 2주 이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하고, 심평원이 이를 지자체에 통보하는 출생통보제는 지난 6월 말 국회를 먼저 통과했다. 모든 아동의 등록될 권리와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지만, 일각에선 시행 이후 되레 위기상황에 처한 임산부가 신원 노출을 꺼려 병원 밖 출산 및 유기사례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물론
연간 100~200건의 '원외 출산'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려면 보호출산이 출생통보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일찍이 찬성 입장을 밝혀왔다.
복지부는 본회의 의결만 앞둔 보호출산제에 대해
"경제적·사회적·심리적 이유 등으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임산부가 불가피한 경우 자신을 밝히지 않고 의료기관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하여 산모의 아동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핵심은
'보호출산'이란 최후의 수단을 선택하기 전 임산부가 직접 아동을 양육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는 데 있다는게 복지부의 입장이다. 출생통보제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우선 막다른 상황 자체를 줄이는 데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스마트이미지 제공보호출산이 본격화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까.
일단 위기임산부는 현재
다양한 기관으로 흩어져 있는 임신·출산 관련 상담을 보다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각종 지원제도의 안내를 넘어서 서비스 연계까지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위기임산부는
전국적으로 지정된 지역상담기관에서 언제든 출산 후 직접 양육에 관한 상담 및 정보를 지원받게 된다. 또 법령에 따른 사회보장 급여와 직업·주거 및 의료비 지원 같은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양육비 이행 확보를 위한 법률지원 관련 상담과 서비스도 연계 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연간 수요를 감안해 10곳 안팎의 지정 운영을 목표로 재정당국과 협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주거지에 관계없이 양질의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상담기관을 지원하는 중앙상담기관도 설치하기로 했다. 중앙상담지원기관에서는 위기임산부의 출산·양육 지원, 아동 보호를 위한 상담 내용과 절차를 개발·보급하고 교육도 실시한다.
지역상담기관은
위기임산부가 출산 전후 주거와 돌봄을 지원받을 수 있게 한부모가족 복지시설이나 사회복지시설에 연계한다. 출산 이후 산후조리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위기임산부 상담과 보호출산 흐름도. 복지부 제공각종 지원을 충분히 상세하게 안내받았음에도 신원을 밝히기 어렵다고 판단한 위기임산부는 익명 출산을 할 수 있다.
모든 상담과정을 거친 임산부가 보호출산을 원할 경우 지역상담기관은
보호출산 절차와 법적 효력, 아이의 알 권리, 성장 발달에 미치는 영향 등 자녀의 권리 등에 대해 재상담을 진행한다.
이후 보호출산을 신청하면
가명과 관리번호(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할 수 있는 가명 처리를 위한 번호)가 생성된다. 임산부는 이 2가지를 활용해 의료기관에서 산전 검진과 출산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의료비는 국고로 '전액 지원'된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에도 임산부는
최소한 1주일 간 직접 양육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숙려기간을 가져야 한다. 이 기간이 지나야 해당 아동을 지자체에 인도할 수 있다. 아동을 인계받은 지자체장은 지체 없이 아동복지법에 따른 보호조치를 해야 하며, 입양 등의 보호 절차를 밟게 된다.
다만, 한번 보호출산을 신청하고 나면, 추후 아동이 입양특례법상 입양 허가를 받기 전까지 이를 철회할 수 없다.
산모는 신청 시
자신의 이름, 보호출산을 선택하기까지의 상황 등을 남겨야 한다. 작성된 서류는 아동권리보장원에 영구 보존된다.
보호출산을 통해 태어난
자녀는 성인이 된 후 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 이 서류의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연합뉴스이때
생모가 동의하면 서류 전체가 공개되지만, 동의하지 않거나 생모 동의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엔 인적사항을 제외한 내용이 공개된다. 다만, 사망 등으로 생모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고 의료상 목적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는 전문 공개가 가능하다.
김지연 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장은 출입기자단 대상 설명회에서 산모가 어떤 정보도 남기지 않고 의료기관에서 아이를 낳는 프랑스의 '익명출산제', 자신의 실명과 신분을 정확히 밝히되 병원 내 가명 출산이 가능한 독일의 '신뢰출산제'를 참고 모델로 언급했다.
김 과장은
"유엔(UN)에서는 아동의 알 권리 측면에서 독일식 신뢰출산제가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독일 제도를 기반으로 국내 상황에 맞게 제도화한 법안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고 부연했다.
특별법은 통과되는 대로
약 1년간의 준비를 거쳐 의료기관 출생통보제와 동시에 시행된다. 처리시점은 내달 초가 유력하다.
국회 본회의는 원래 오는 25일 다시 열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당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의 후폭풍으로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 다음달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여당은 가급적 10월 둘째 주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 주요 민생법안을 마저 처리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규홍 복지장관은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서도 도입을 권고해 온 제도인 만큼 철저히 준비해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