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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부터 '수술실 CCTV' 의무화…설치현황도 정확히 파악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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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급 CCTV로 사각지대 없이 촬영…환자·보호자에 요청가능 안내
응급수술·전공의 수련 저해 우려 클 때 등 4가지 경우에만 예외 인정
헌법소원 등 의료계 반발 여전…"필수의료 붕괴 가속화될 것" 지적도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내주부터 의료기관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설치가 의무화된다. 수술 중 과다출혈로 숨진 고(故) 권대희씨 사건 이후 7년 만이다. 정부는 시행 초기 일정 혼란은 불가피하나, 대리수술 같은 불법 의료행위를 방지하는 등 순기능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2021년 관련법 개정 후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쳤음에도 의료계에선 의사단체가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여전히 반발이 거세다. 시행이 임박해서야 정부 가이드라인이 배포된 데다 적용대상이 되는 의료기관 현황도 완전히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故권대희씨 사망後 7년 만…'법정 사유' 아니면 촬영거부 불가

보건복지부는 25일부터 의료기관 수술실 CCTV 설치·운영을 의무화하는 의료법을 시행한다고 22일 밝혔다. 앞으로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을 시행하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

여기서 '수술실'은 의료기관이 시설 신고서 상 수술실로 신고하고 등록한 공간을 말한다. 그 외 진료실이나 검사실 등은 해당되지 않는다. 전신마취를 포함해 수면마취(계획된 진정) 등으로 환자가 상황을 인지·기억하지 못하거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수술 상황이 적용 대상이다.
 
당초 수술실 CCTV의 필요성이 제기된 계기는 권대희씨 사망사건이다. 지난 2016년 9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을 받은 권씨는 도중에 심한 출혈로 중태에 빠졌고, 한 달 만에 숨졌다.
 
유족들은 당시 수술실 CCTV 화면을 확인한 결과, 권씨를 수술한 의사가 여러 명을 동시에 수술하다가 수술실을 나가는 등 권씨가 사실상 방치됐다고 주장했다. 마취된 환자가 의식을 잃으면 외부와 차단된 수술실 상황을 전혀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른바 '권대희법'(수술실 CCTV설치 의무화 법안)이 발의된 배경이다.

수술실 내 CCTV는 고해상도(HD급) 이상의 성능 보유가 요구된다. 사각지대 없이 수술실 내부를 전체적으로 비추면서 수술환자와 참여하는 의료진 모두가 나타나게 설치해야 한다.
 
의료기관은 수술을 받는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하면 수술장면을 촬영해야 한다. 촬영을 원하는 환자·보호자는 촬영 요청서를 병원장에게 제출하면 된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장은 수술장면 촬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환자가 미리 알 수 있도록 안내문 게시 등의 방법으로 고지해야 한다. 또 실제 촬영을 희망하는 환자 또는 보호자에게 촬영 요청서를 제공해야 한다.
 
일단 요청서를 받은 의료기관장 등은 법에서 정한 사유가 아닌 이상 촬영을 해야 할 의무가 부여된다.
 
의료기관은 △응급환자 수술을 시행하는 경우 △환자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고위험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 △수련병원의 전공의 수련 목적 달성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기타 이에 준하는 경우(수술을 예정대로 시행하기 불가능할 때 또는 천재지변·통신장애 등 불가항력적 사유가 있을 시) 등에만 촬영을 거부할 수 있다.
 
이 중 하나에 해당해 촬영을 거부하려는 의료기관의 장은 환자나 보호자에게 그 사유를 사전에 설명해야 한다. 거부사유는 촬영 요청 처리대장에 기록해 3년간 보관해야 한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촬영 시 녹음은 불가하나 환자와 해당 수술에 참여한 의료인 등 전원이 동의하면 가능하다.
 
촬영 영상은 △수사나 재판을 위해 관계기관이 요청할 경우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분쟁 조정·중재업무를 위해 요청하는 경우 △환자·수술 참여 의료인 전원이 동의하는 경우에만 열람 또는 제공할 수 있다.
 
의료기관은 요청서를 받은 지 열흘 이내에 열람·제공 방법을 통지, 실시해야 한다. 또 과정상 소요된 비용을 실비 범위에서 요청한 당사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촬영된 수술 영상의 보관기한은 '30일'이다. 각 의료기관이 내부 관리계획을 세워 이를 주기적으로 삭제토록 했다. 다만, 보관기간 동안 열람·제공 요청을 받을 때는 30일이 지나더라도 관련 결정이 이뤄질 때까지 임의로 삭제해선 안 된다.
 
또한 열람·제공 정식 요청에 앞서 보관기간을 늘려달라고 할 경우에도 보관을 연장해야 한다. 보관 연장을 원하는 대상자는 요청서와 함께 관련 업무가 진행 중임을 증명하는 서류(고발장·의료분쟁조정신청서 등)를 내면 된다.
 
연장 기간은 30일 이내로 정해 요청하되, 그 기간을 추가로 늘리려면 다시 요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촬영의무 위반 시 벌금 500만원…'영상유출 우려' 여전

현장에서 가장 우려가 큰 부분은 '영상 유출' 가능성이다. 특히 신체가 드러날 수 있는 전신마취 수술은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에 해당한다. 병원들 입장에서는 행여 보안 문제로 촬영영상이 유출될 경우,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게 될 거란 공포도 크다.

법에서는 의료기관이 영상정보 분실·유출·훼손 등을 막도록 안전성 확보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컴퓨터 암호 설정은 물론 로그인 기록을 관리하고 영상에 대한 접근 권한은 관리책임자나 운영 담당자 등 최소한의 인원에게만 부여돼야 한다.
 
또 내부 관리계획 수립·점검과 함께 저장장치를 접근이 제한된 구획된 장소에 보관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영상정보 보호를 위한 처벌 규정도 마련됐다. 촬영 영상을 임의로 제공하거나 누출·변조·훼손하는 자는 5년 이하 징역·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절차에 따르지 않고 임의로 촬영하는 자는 3년 이하 징역·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의료기관이 수술실 CCTV 설치·촬영 의무 등을 위반한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위반 사실이 확인된 의료기관에는 복지부 장관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
 
현재 정부는 제도 안착을 위해 병원급 이하 의료기관에 대해 설치비용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병원당 설치 단가 한도(수술실 1~2개인 곳 490만원·수술실 11개 이상인 곳 3870만원) 이내에서 실제 지출한 설치비용 기준 절반을 지원한다.
 
설치·운영에 관한 세부사항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도 한 달 전 각 지자체와 대한의사협회(의협)·대한병원협회(병협) 등에 배포했다. 해당 내용은 환자와 일반 국민도 볼 수 있도록 복지부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醫헌법소원 등 현장 반발 지속…설치현황도 정확히 집계 안 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이달 5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개정 의료법) 관련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해당 조치가 의료진의 진료를 위축시키고 외과·흉부외과·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시킬 거라고 주장했다. 의협 제공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이달 5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개정 의료법) 관련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해당 조치가 의료진의 진료를 위축시키고 외과·흉부외과·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시킬 거라고 주장했다. 의협 제공
하지만 준비기간 현장과 충분히 소통했다는 정부 입장과 달리 논란은 여전하다. 의협과 병협은 이달 5일 수술실 CCTV 의무화 조항이 직업수행의 자유·인격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의료진의 소극적 '방어 진료'를 유발할 뿐 아니라 필수의료 붕괴를 더욱 가속화시킬 거라고도 전망했다.
 
이에 더해 아직 의료기관의 CCTV 설치현황 등도 정확히 집계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박미라 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장은 현장점검을 통해 확인된 설치 상황을 묻는 취재진 질의에 "구체적 수치를 말씀드리기가 좀 곤란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자체를 통해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설치현황 또는 설치 계획 등을 확인했다"면서도 "정부 보고까지 다소 시차가 있고, 대개 법 시행일 이전 설치의사를 밝혀 시행 이후 현장 확인이 한 번 더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시행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현장 문의나 민원에도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개선사항 관련 의견 수렴을 위해 관계단체 협의체 운영도 재개할 계획이다.
 
이형훈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처음 도입되는 제도라 시행 초기엔 환자도 의료진도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적극적 소통을 강화해 시행에 만전을 기하고 환자와 의료진 간 신뢰를 형성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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