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가린 '계곡살인' 이은해. 황진환 기자 이른바 '계곡 살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은해에게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1일 살인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씨의 상고심에서 검찰과 이씨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공범 조현수도 징역 30년이 확정됐다. 두 사람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20년 명령도 유지됐다.
이씨는 내연관계였던 조씨와 함께 2019년 6월 경기 가평 용소계곡에서 남편 A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수영을 못 하는 A씨에게 4미터 높이 바위에서 3미터 깊이 계곡으로 구조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뛰어들도록 해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은해와 공범 조현수. 인천지검 제공두 사람은 2019년 2월과 5월에도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A씨에게 먹이거나 낚시터에서 물에 빠뜨려 살해하려고 시도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A씨 명의로 가입한 생명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이씨는 숨진 남편 명의 보험금 8억원을 달라며 지난 2020년 11월 보험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5일 1심에서 패소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에 의한 작위 살인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씨가 계곡물에 뛰어들라고 요구한 것을 피해자 A씨가 거부할 수 없는 명령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낮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다만 '부작위에 의한 살인'을 인정했다. 이씨와 조씨가 A씨를 일부러 구조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점이 소명된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구조를 하는 것과 같은 외형만을 작출하고 실제로는 구조행위를 하지 않아 피고인들의 부작위가 있었고 이에 상응하는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였으므로, 피고인들의 부작위는 살인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날 "살인 및 살인미수죄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불고불리 원칙, 공소장변경, 불능미수,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해 달라는 검사의 상고 이유 역시 "작위에 의한 살인 부분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작위와 부작위의 구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