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올 6월 개시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초기 두 달 간 이용한 인원이 약 27만 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감염 예방을 위해 한시 허용됐던 기간에 비해 약 30% 이상 감소한 수치다.
지침 위반 적발 시 행정처분을 면제하는 계도기간은 종료됐지만, 의약계와 산업계는 여전히 안전성과 초진 범위 등을 두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는 현장 의견수렴을 토대로 시범사업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공청회'에서
지난 6~7월 총 26만 7733명이 비대면진료를 이용했다는 통계를 발표했다. 시행 첫 달인 6월에는 14만 373명, 7월엔 12만 7360명이 각각 비대면진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한시적 비대면진료가 이뤄진 2020년 2월~올 5월 월(月)평균 이용자 수(20만 1833명)의 63~70% 수준이다.
복지부 제공진료건수로 봐도, 6월 15만 3339건, 7월 13만 8287건 등으로 한시 허용기간(월평균 22만 2404건)보다 30% 이상 줄어들었다. 전체 진료건수 대비 비중은 0.2%로 시범기간 이전 비율(0.3%)과 비슷했다.
앞서 정부는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코로나19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였던 3년여 간 전화상담·처방을 허용했다. 다만
현행법상 의사-환자 간 관찰과 상담, 진단·처방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진료는 '불법'이다.
정부는 의료법 개정 전
제도 공백을 최소화하고자 코로나 위기단계가 하향 조정된 6월 1일부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해당 의료기관에서 한 차례 이상 대면진료를 받은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 위주로 시행한다는 원칙이 적용됐다.
초진은 △섬·벽지 환자 △65세 이상 노인(장기요양등급자) △등록 장애인 △감염병 확진환자 등에 한해 가능토록 규정했다.
시범사업 의료기관은 '동네 의원'에 해당하는 1차 의료기관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용환자는 지난
6월 기준 재진이 82.7%(12만 6648건)로 초진(17.3%·2만 6510건)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재진환자의 절반은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자(48.6%·6만 1514명)였다.
병원급은 수술 후 치료·관리가 필요한 경우, 희귀질환자 등으로 대상이 제한되다 보니, 이용건수가 6월 117건, 7월 67건에 그쳤다. 6월 기준으로 1건을 뺀 모든 진료가 재진(99.1%)이었다.
복지부 차전경 보건의료정책과장이 14일 공청회에서 비대면진료 정책 추진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연령별로는
60대(6월 기준 16.8%·2만 5785명)가 시범사업을 최다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50대 15.4%(2만 3589명) △0~9세 12.4%(1만 9082명) 등의 순이다.
진료과목은 한시 비대면진료 기간과 마찬가지로 내과(37.8%)의 이용빈도가 가장 높았고, 일반의(29.2%), 소아청소년과(13.9%) 등이 뒤를 이었다.
복지부 제공월별 진료건수는 인구가 많은 서울·경기가 각각 3만 건 이상으로 가장 많았지만, 인구 수 대비 진료건수 비율은 세종(6월 기준 0.60%), 전북(0.50%), 광주(0.43%)가 높게 나타났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초진 대상에 속하는 '의료취약지'의 범위가 다소 모호하다는 민원이 다수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 주민들의 편의를 제고하잔 취지에서 보험료 경감 고시 상 '섬·벽지'를 예외에 넣었는데, 이 범위가 너무 협소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바로 인근 거주지임에도 해당 규정에 따라, 대상 여부가 갈린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가령 인천시 강화군의 교동도는 이 기준상 의료취약지에 포함되지 않지만 서검도는 비대면 초진이 가능하다. 강원도 홍천군에서도 광원리(포함)와 명개리(불포함)의 희비가 엇갈렸다.
야간·공휴일에는 시범기관이 대부분 문을 닫다 보니, 이때는 비대면진료가 원천 봉쇄된다는 불만도 나왔다.
또 만성질환은 1년 이내·기타질환은 30일 이내 대면진료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재진 기한을 개정해달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만성질환은 아니나 고지혈증 등 진단 이후 장기적으로 약 복용이 필요한 경우는 기준을 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14일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공청회'에서 패널토론 좌장을 맡은 윤건호 원격의료연구특별위원회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은지 기자플랫폼 업계는 초진에 제한사항을 두는 것 자체가 시범사업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날 공청회 토론의 패널로 참여한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닥터나우 이사)은 "협의회 주요 3사의 자료를 보면 시범사업 전과 비교해 진료완료건수가 95% 이상 급감했다. 다른 플랫폼들도 이대로는 사업을 종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인들이 진료환자가 재진인지 등을 확인하느라 너무 많은 에너지를 뺏기고 있다"며
"획일적 기준으로 참여의료기관의 고충이 심한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장 회장은 "제일 중요한 것은 환자의 고충이다. '알러지 같은 질환은 야간·주말에 급하게 약이 필요한데 재진 병원은 이용이 불가하다' 등 1천 건 이상의 불편 의견을 접수했다"며 "국회와 정치권, 일부 (의료)직역에서 (비대면진료의) 문제는 모두 플랫폼에 있다고 하시는데 저희는 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의약계는 비대면진료 대상 폭이 지금보다 넓어져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협회가 소속회원 6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회원들은
국민 건강과 의료체계를 위협하는 (비대면) 초진은 절대 불가하며 재진 중심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김대원 대한약사회 부회장도 "약사회 자체조사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에 의한 처방전은 반 이상이 비급여 약으로, 특히
탈모나 여드름, 사후피임약 등 고위험 비급여 약의 유통수단으로 전락했다"며 "통계자료 자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존재하지 않아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법제화 전 단계인 시범사업에서 충분히 다양한 시도가 이뤄져야 공정한 검증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약 배송이 될 때와 안 될 때 등 (양쪽의 경험적 비교를 통해) 의약계에서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 반드시 입증이 필요하다"며 "적극적인 근거 창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불법 비대면진료' 근절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의료법 개정을 통한 비대면진료 제도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제공
복지부는
비대면진료 초진이 허용되는 취약지 범위를 넓히는 한편 '재진'을 판단하는 기준도 완화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아울러 의사의 재량권 확대도 추진하기로 했다.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실질적으로 비대면진료의 모든 것을 일일이 (정부가) 규정할 수 없고 결국은 의사의 판단이 제일 중요하다"며 "환자가 강하게 비대면진료를 요구하는 경우 이게 의료법상 '진료 거부'에 해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들도 많이 하시더라"고 말했다.
그는
"불법 비대면진료 등 위반사례에 대해서는 현장조사를 실시하며 적극 대응하는 동시에 의료적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모델을 개발하고 개선사항을 반영하겠다"며 "의약계와 전문가, 소비자의 의견을 효율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시범사업 자문단은 계속해서 운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