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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SRT 고장에 선로로 떨어진 시민…SR은 승객 탓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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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발 부산행 열차 탑승하던 승객, 선로 사이로 추락
'승강 발판' 고장났는데도 승강문 열려있었던 상황
SR은 승객 탓만…취재가 이어지자 뒤늦게 '과실' 인정
추상적이기만 한 철도 안전 규정·규칙…구체적인 안내 지침도 없어
전문가 "미국 암트랙(Amtrack)처럼 상황별 매뉴얼 구체적으로 정비해야"

수서고속철도(SRT). 연합뉴스·피해자 A씨 제공 수서고속철도(SRT). 연합뉴스·피해자 A씨 제공 
SRT 열차의 승강발판이 고장 나 탑승하려던 시민이 선로로 떨어졌는데도, SR 측은 오히려 '승객이 부주의했다'고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지난 7월 28일 오전 8시, 승객 A씨는 서울 수서역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SRT 열차에 올라타려 했다. 승강문이 활짝 열려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열차에 올라타도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5호 차량에 첫 발을 내딛으려는 순간, A씨는 곧장 선로 사이로 떨어졌다.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A씨의 하반신이 거의 모두 선로 사이로 순식간에 빠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체구가 작은 어린 아이였다면 온몸이 선로 아래로 추락했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A씨는 "역사 내에 탑승하라는 안내 문구가 떠서 당연히 별 의식을 하지 않고 열차에 올라타려 했는데 순식간에 빠졌다"면서 "주변에 승무원이 아무도 없었고, 다른 승객분이 내가 다쳤다고 알려서 그제서야 승무원이 멀리서 다가왔다"고 말했다.
 
A씨가 선로 사이로 빠진 원인은 고장난 '승강 발판'이었다. 통상적으로 고속열차는 평소 승강 발판을 감춰두다 승객이 타고 내릴 때 발판이 내려온 뒤 열차 문이 열린다. 하지만 당시 열차는 문이 열려도 고장난 승강 발판이 내려오지 않았고, 이를 객실장 등 승무원들이 안전 점검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해 방치한 바람에 사고가 벌어졌다.
 
A씨는 "승강 발판이 없었으면 내가 타려던 5호차 문을 폐쇄하든지, 직원을 세워놓고 여기로 들어가지 말라고 하든지 뭔가 조치가 있었어야 됐다"면서 "그런 조치도 없었고, 내가 빠지고 난 다음에 그제서야 승무원이 와서 폐쇄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SRT 고장에 선로로 떨어진 시민. 피해자 A씨 제공SRT 고장에 선로로 떨어진 시민. 피해자 A씨 제공
A씨는 이 사고로 결국 오른쪽 고관절과 발목 등에 부상을 입어 전치 4주 진단을 받고 병원 신세를 졌다.
 
하지만 사고 당시에도, 이후에도 A씨는 SR 측의 사과는커녕 연락조차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A씨는 "승강발판이 안 나와 있었던 상태인데도 사고 책임을 승객 과실로 넘기려 한다"면서 "죄송하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아무런 연락도 없다"고 한탄했다.
 
이에 대해 SR 측은 "A씨가 열차에 무리하게 탄 것"이라면서 "보통 다른 승객들은 승강 발판이 내려오면 기다렸다가 밟고 올라타는데, A씨는 급했던 건지 승강 발판이 나오기 전에 탔다"고 A씨 측의 과실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CBS노컷뉴스 취재가 이어지자 결국 "객실장이 열차 출발 전 내부, 외부 점검까지 마친 상황이었는데도, 승강 발판이 고장난 것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 "어쨌든 (해당 사고) 과실은 우리 회사에 있는 것은 맞고, 미처 조치가 없었다"고 뒤늦게 책임을 인정했다.
 
문제는 이번 사고가 우연한 일회성 사고가 아닌, 부실한 철도 안전 매뉴얼이 부른 구조적 문제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국토교통부의 철도차량 운전 규칙과 SR 운전취급규정에는 '철도운영자 및 객실장은 열차를 출발시키는 경우 여객이 객차의 출입문에 끼었는지의 여부, 출입문의 닫힘 상태 등을 확인하는 등 여객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승무원 등 책임자들의 의무를 규정하고는 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하지만 해당 규칙이나 규정에 승무원이 어디서 어떻게 승객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지 세부적, 구체적으로 규정한 안내 지침은 찾아볼 수 없다.
 
한국철도학회 최진석 박사는 "이번 사고 같은 경우는 매뉴얼이 구체적으로 만들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나오는 사고"라면서 "미국 철도회사 암트랙(Amtrak)의 경우 철도를 타고 다니는 승객의 모든 상황을 가정해 매뉴얼을 만들어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박사는 "암트랙의 경우 사람이 쓰러졌을 때 들것을 어떻게 써야 하고, 어떤 창문으로 나가야 하고 이런 것까지 아주 구체적으로 되어 있는데, SRT나 철도공사도 그러한 매뉴얼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원대학교 윤경철 철도운전경영학과 또한 "승강발판이 안 내려온 것 자체가 열도의 결함으로써 상당히 큰 문제"라며 "승강 발판이 안 나왔는데 승강문이 열릴 경우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보완할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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