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 이제는 '지구 온난화'가 아니라 '지구 열탕화'라고 한다죠. 지구 온도 상승에 가속 페달을 밟아서 팔팔 끓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우리 인간입니다. 조금이라도 그 속도를 늦추기 위해선 자원을 덜 쓰고, 또 다시 쓰는 노력이 필요할 텐데요. 오늘 9월 6일이 그 노력을 다시 한 번 다짐하는 날입니다. '자원순환의 날'을 맞아서 한국환경공단의 안병옥 이사장님 만나보겠습니다.
일단 한국환경공단 이름만 들으면 모르실 분들 많은데 어떤 일 하는지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한국환경공단 안병옥 이사장이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정다운 앵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
◆안병옥> 환경과 관련된 일은 거의 대부분 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기후변화 대응, 대기질과 물 수질 개선, 물 순환을 촉진시켜서 우리가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우리가 살아가는 이상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최대한 발생량을 줄이고 또 나온 폐기물은 재활용이나 재사용하자는 것. 또 화학 안전 문제까지 대부분의 환경 정책을 현장에서 집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정다운> 진짜 개입이 안 된 곳이 없을 정도네요. 그래서 사실 이번 수해 났을 때 공단의 역할이 중요했고 현장에도 직접 나가셨었잖아요. 보시면서 (공단이) 좀 더 잘했어야 됐는데 안타까웠던 부분들 있으셨나요?
◆안병옥> 수해가 났던 경북 예천과 괴산 하수처리장 침수 현장을 갔었는데요. 앞으로 금과옥조처럼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첫 번째는 '안전지대는 없다'라는 거예요. 과거에 경북 예천 같은 경우는 호우 피해라는 게 없었던 곳이거든요. 근데 이번에 비가 많이 와서 산사태로 굉장히 많은 주민들이 고통을 받게 됐죠. 기존엔 어느 곳이 더 취약하고 더 피해를 받을 수 있다고 구분을 했었다면, 기후위기 시대에는 궁극적으로 어느 곳도 안전지대일 수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두 번째는 '인재 없는 자연재해는 없다'는 겁니다. 미호천 범람에 이어 오송 지하차도가 침수되기까지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하지 못했죠. 결국은 우리 인간들이 그것을 대응할 수 있는 어떤 체계라든가 준비가 여전히 미흡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다운> 기후변화 시대를 사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두 가지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사장님은 2018년까지 환경부 차관, 그 이전에는 시민단체와 학계에 계셨지 않습니까. 이렇게 변화하는 상황을 보며 느끼는 심정은 어떠신지요?
◆안병옥> 제가 처음 해양생태학이라는 공부를 처음 시작했던 때가 40년 전입니다. 그때 해양생태학 분야에서 주로 이슈가 됐던 문제들하고 지금하고 비교하면 너무나 큰 차이가 있고 그게 다 기후위기 문제하고 연관돼 있어요.
◇정다운> 공부를 처음 시작하셨을 때 상상하고 준비했던 것보다 속도가 훨씬 더 빠른 거죠?
◆안병옥> 훨씬 빠르죠. 늘 우리는 과거 데이터나 현재의 현상을 가지고 미래를 예측하지만요. 그 미래 예측이 맞아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이제 '뉴노멀'이라고 할 정도로 과거에는 비정상이라고 했던 게 지금은 정상이 되는 그런 상황이 됐으니까요. 사회 각 부문에서 '이 문제를 지금 당장 우리가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로 인식을 해야 된다' 이런 생각이 점점 더 커지는 거죠.
한국환경공단 안병옥 이사장이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정다운 앵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 ◇정다운> 이렇게 기후변화의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 보니 헷갈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잇따른 수해의 대책으로 현 정부에서 보·댐 증설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생태계 파괴가 수반될 수밖에 없을 텐데, 그럼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불가피하다고 봐야 할까요?
◆안병옥> 두 가지 다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있는 문제라면 원칙대로 자연 기반 해법으로, 자연이 좀 더 여유를 갖도록 해야겠죠. 하천 주변이 과거부터 어떻게 변화했는가를 보면 사실은 하천 땅이었던 것을 우리가 가져와서 거기에 택지도 만들고 공장도 만들고 그러면서 홍수 범람 등이 생긴 것이잖아요. 결국은 개발에 의한 후과라고 볼 수 있죠. 따라서 장기적으로 보면 하천 주변 지역을 다시 복원하고 하천으로부터 우리가 가져왔던 그 땅을 다시 하천에게 돌려주는 긴 호흡의 정책이 필요할 겁니다.
그런데 보다시피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수해 피해가 계속되고 있어서 구조물적인 대책도 필요한 곳은 해야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것 없이 지금 당장의 피해를 막을 수는 없거든요.
현재 홍수 피해 상황을 분석을 해보면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패턴입니다. 과거에는 비가 많이 내리면 제방이 무너지거나 하천이 범람하면서 물이 주변의 도시로 향해 문제가 됐다면 지금은 거꾸로 입니다. 도시에 비가 많이 오면 물이 빨리 빠져나가 하천으로 가야 되는데 그렇지 못하면서 범람하는 것이거든요. 결국 우리 하수도를 포함해 도시 인프라 건설 문제와 연결이 됩니다. 빗물을 배제할 수 있는 하수관로를 키운다거나 빗물 펌프를 설치하는 등의 구조적인 대책도 굉장히 중요한데요. 저희 공단이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성과를 보면요. 그동안 도시 침수 예방을 위해서 중점 관리지역으로 정한 곳이 173곳인데 저희가 51군데에 대해 대책을 완료했습니다. 완료한 51군데는 작년과 올해 홍수 피해가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정다운> 관련 사업이 더 빨리 진행되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기후변화에 대한 당장의 대처는 물론이고 변화 속도를 늦추기 위한 자원순환의 노력이 오늘의 주제인데요. 정작 내년도 환경부 예산에서 자원순환 부문은 예산이 깎였습니다.
◆안병옥> 아무래도 대규모 인프라를 만들어야 하는 물 관련 예산이 늘었습니다. 다만 국민의 관심이 과거 수질오염이나 개선 문제에 치우쳐 있었다면 요즘은 어떤 조사를 보더라도 우리 국민이 가장 걱정하고 참여 의지를 드러내는 부문이 자원순환입니다. 이 부문의 예산이 줄어든 것은 아쉽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정다운> 예산도 그렇고 자원순환과 관련한 정책도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특히 유럽연합(EU)의 탈플라스틱 정책과 비교하면 국내 정책은 너무 약하다는 건데요. 예산까지 깎였다니 더 우려스럽습니다.
한국환경공단 안병옥 이사장이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정다운 앵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 ◆안병옥> 사실 정책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가 EU의 다른 국가들보다 약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지난해 10월 전주기 탈플라스틱 대책도 마련했고 이어 12월엔 순환경제사회전환촉진법도 마련됐습니다.
문제는 디테일에 있습니다. 우리가 큰 틀은 이렇게 잘 마련했지만 현장에서 정책을 집행하는 데 있어서는 부족한 부분도 있고 정책 목표가 낮은 측면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플라스틱을 원료로 하는 어떤 제품을 만들 때 EU 같은 경우는 30% 이상 재활용 원료를 사용하도록 돼 있고 우리도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죠. 그런데 재활용이 불가능한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해서 EU는 kg당 0.8유로(약 1150원)를 부과한다면, 우리나라는 75~150원 수준이니 10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플라스틱 폐기물. 연합뉴스 폐기물을 많이 배출하는 사업자에 대해서 동기부여가 약한 부분은 수용성을 높여가기 위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과학적인 기반입니다. 설득을 하려면 폐기물 부담금 요율이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를 잘 설명해야 하고 그다음에 형평성도 필요합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또 일반 시민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부과금을 조정하는 그런 정책을 펴야겠죠.
◇정다운> 실제로 플라스틱 생산이나 폐기에 관여하는 업체 중에 중소기업이 많죠. 부과금을 더 세게 매기고 강한 대책을 쓰면 동시에 기업의 생존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어려운 과제입니다.
◆안병옥> 중소기업들은 하고 싶어도 인력도 없고 재정적인 기반도 취약한 경우가 많죠. 정부가 조금 더 빠르게 변화를 이끌어낼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해도, 그것을 실제로 현장에서 집행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규제만이 아니라 규제를 잘 달성할 수 있도록 기술 지원도 하고 경우에 따라 잘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재정 지원도 함께 가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다운> 자원순환의 영역에서 또 큰 파트를 차지하는 것이 에너지입니다. 현 정부에서는 원전을 핵심 에너지원으로 삼고 있는데요. 원전은 저탄소 에너지이지만 자원순환의 영역에서 보자면 방사성 폐기물은 처리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안병옥> 원전은 재생에너지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동될 때 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죠. 탄소중립을 빠른 시일 내에 해야 되는 우리 입장에서는 원전의 역할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원전은 대규모 사고 시에 상상하기 어려운 정도의 피해를 입힐 수밖에 없다는 점, 그리고 사용 후 핵연료를 처리할 방법이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답이 없는 상황이라는 점 때문에 완벽한 에너지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모든 에너지가 다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단점도 있습니다. 재생에너지도 간헐성이라는 단점이 있죠. 결국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하면서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감당하지 못하는 영역의 에너지도 열심히 봐야 할텐데요.
한국환경공단은 지금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해 바이오가스를 만들고 그 가스를 개질해서 수소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고요. 또 가연성 폐기물을 열분해해서 다시 에너지로 사용하는 것도 다른 민간 기업들과 함께 연구하면서 상용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축산분뇨나 음식물 쓰레기가 그냥 버려지면 수질오염의 주범이 되는데 바이오가스로 에너지화 할 수 있고, 그냥 버려지면 토양오염을 일으킬 가연성 폐기물도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일석삼조의 효과겠죠.
◇정다운> 이런 기술 적용이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가능할까요?
한국환경공단 안병옥 이사장이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정다운 앵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 ◆안병옥> 기술은 이미 존재하는데 남아 있는 것은 경제성을 확보해서 상용화할 수 있느냐죠. 이것 역시 시간문제겠죠. 초기에는 정부 재정을 투자하기도 하고 민간투자 사업을 통해서 가능성을 타진해 간다면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에 굉장히 많은 지자체에서 상용화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다운> 속도를 내려면 사실 국민들의 공감대가 가장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작년에 독일의 재생에너지 현황을 보기 위해서 베를린을 다녀왔는데요. 당시 시민 인터뷰에서 상당히 인상 깊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많이 올라서 독일 시민들이 굉장히 고통을 겪고 있을 때였는데, 시민들이 "정부가 더 빨리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국내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데요. 이 간극은 어디서 왔을까요?
◆안병옥> 역사적인 경험이나 문화적 배경이 다르기도 하고 에너지 정책도 굉장히 많이 다르죠. 우선 독일 사회에선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여파가 회에 굉장히 컸습니다. 수천 km 떨어진 곳까지 방사능 낙진이 떨어졌고 당시 뱃속에 아이가 있던 젊은 엄마들이 눈물을 머금고 낙태를 할 정도로 굉장한 공포를 느꼈었죠. 그때부터 사회 전반적으로 에너지 문제에 대한 고민을 굉장히 치열하게 했던 것 같아요. 우리의 미래 에너지원이 무엇이냐, 안전하고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무엇이냐. 그 결론이 재생에너지라는 답을 이제 독일 사회는 얻은 거죠.
거기에 더해서 앞으로 산업 전체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에너지 산업이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이냐를 고민했을 때, 독일 사람들은 재생에너지가 결국 승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겁니다.
그간 독일은 전력을 자체 생산하기도 하고 주변 국가와 개통을 연결해 수출입을 해왔는데, 천연가스만 러시아로부터 수입을 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스 가격이 폭등하는 일을 경험하면서 에너지야말로 주권의 핵심이고 에너지 독립이 가장 중요한 정책이 돼야 된다는 인식을 강하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다운> 우리나라에서도 그 중요성과 공감대가 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병옥>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재생에너지 분야에 참여하기도 하고 또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서 자립하려고 하는 노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다운> 벌써 임기 절반을 지나셨는데요. 남은 기간 목표는 무엇인가요?
◆안병옥> 저희가 이제 굉장히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고 처음에 말씀드렸는데요. 그러다보니 한국환경공단의 대표 사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간혹 받습니다. 그게 단점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폐기물이 에너지로 금방 바뀔 수 있고, 또 자원순환과 탄소중립이 서로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직결돼 있는 문제라는 인식이 생겨난 마당입니다. 저희 공단처럼 다양한 사업을 하는 곳이야 말로 각 분야를 연계해 솔루션을 찾을 수 있는 최적의 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매개체가 디지털 기술이라고 생각하는데요. AI, 빅데이터, 사물 인터넷 등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우리가 하고 있는 업무에 접목시켰을 때 융합이 촉과거에는 찾을 수 없었던 해법을 더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지털전환과 탄소중립, ESG라는 큰 우산까지 이 세 가지를 공단의 이정표로 삼고 국민께 신뢰받는 기관으로 나아가겠습니다.
※기사 본문은 인터뷰를 토대로 일부 내용을 편집했습니다. 전체 내용은 영상을 참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