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이 브릭스(BRICS) 외연 확장과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 확대 등을 통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대상 우호세력 결집에 주력하고 있다.
친중 국가 대거 브릭스 회원국 영입…G7에 필적
시 주석은 지난달 21~24일까지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제15차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시 주석이 해외순방을 떠난 것은 지난 3월 집권 3기를 시작한 이래 러시아에 이어 두번째다.
이번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의 유일한 목표는 시종일관 '회원국 확대'였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 신흥 경제국으로 구성된 브릭스는 이번 회의에서 회원국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다만, 초반 분위기는 시 주석의 의도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미국 주도의 대중국 디커플링(탈동조화) 정책으로 이득을 보고 있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회원국 확대를 위해 기존 회원국 전체의 동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런데 지난 4월 중국을 방문해 미국을 비판하며 중국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갑자기 "미국과 경쟁 체제를 구축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며 회원국 확대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시 주석은 정상회의 전체회의에서 "더 많은 국가들이 브릭스에 합류해야 한다. 브릭스 국가들은 디커플링과 경제적 강압에 반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회원국 확대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결과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원사격을 받은 시 주석의 승리였다. 브릭스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 등 6개 국가를 회원국으로 추가했다. 대부분이 '친중'으로 분류되는 국가들이다.
유엔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기존 5개 브릭스 회원국은 전 세계 인구의 42%, 영토의 26%, 국내총생산(GDP)의 23%, 교역량의 18%를 차지하는데 이번에 회원국이 추가되면서 선진국 중심의 G7에 필적하는 규모로 성장하게 됐다.
일대일로 10주년 맞아 안방서 대규모 포럼 개최
브릭스 회원국 확대로 우군 확보에 성과를 거둔 중국은 그 여세를 몰아 오는 10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포럼'을 통해 본격적인 세 과시에 나설 예정이다.
일대일로는 시 주석 집권 직후인 2013년부터 추진해온 대표적인 대외 확장 전략으로 중국을 시작으로 중앙아시아와 유럽,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을 육.해상으로 잇는 신(新)실크로드 사업이다.
이를 위해 중국의 자본으로 협력국에 도로와 철도를 깔고 항만과 공항을 짓는 등의 인프라 협력을 이어가고 있는데,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중국이 일대일로를 명분으로 협력국을 '부채의 함정'에 빠트리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개발을 위한 인프라 개발이 절실한 많은 국가들이 일대일로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번 포럼은 일대일로 10주년에 열린다는 점에서 각국 정상이 대거 중국으로 몰려들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현재까지 구체적인 참가국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돼 브릭스 회의에도 화상으로 참여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포럼에는 직접 참석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일대일로에 참여하고 있는 중앙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국가 등이 대거 포럼에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7년 열린 제1회 포럼에는 28개국 정상급 대표단이, 2019년 제2회 포럼에는 37개국 지도자들이 참석했다는 점에서 10주년인 이번 포럼에는 참석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정례브리핑에서 "오는 10월 베이징에서 제3회 일대일로 정상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라며 "정상회의 준비와 관련해 각측과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행 상황을 소개했다.
미국에 맞서는 중국과 이해관계 맞아떨어진 개도국들
중국이 우군 확보를 통한 세 과시에 나선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대중국 견제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는 최근에는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세 결집에 주력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번 브릭스 회의에서 회원국 확대를 주장하며 "어떤 나라가 패권적 지위를 잃지 않기 위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압박하고 있다"며 사실상 미국을 정조준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흥국과 개도국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부터 본격화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대중 견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은 오랫동안 미국, 그리고 유럽과의 관계회복에 중점을 두기도 했다.
하지만 서방의 대중 견제가 일시적인 길들이기 차원이 아닌 서방 중심의 구조적인 경제.안보 블록화로 진행되면서 중국도 서방과의 관계회복 보다는 신흥국과 개도국 중심으로 새로운 우군 확보에 보다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신흥국과 개도국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자국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 미국과 오랜 우방 관계를 유지하던 중동 국가들이 브릭스에 합류하는 등 최근들어 중국과 밀착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이 더 믿을만하다기 보다는 과거와 같이 경제.안보 측면에서 미국에 전적으로 의지해 미국에 휘둘리기 보다는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중국을 이용해 국익을 챙기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브릭스에 합류한 이집트의 국영매체 알아흐람은 "브릭스 회원국들은 국제 무역을 위해 대체 통화 구축, 글로벌 국제 상품 가격 책정 과정에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 한다"면서 "달러 지위 약화는 1년 반 동안 극심한 달러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이집트와 같은 나라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