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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 딸 학대 살해' 친모 동거녀에 징역 20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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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지인의 자녀 학대 사실 알고도 방치, 사망케 해
친권자 아닌 자에도 보호자 지위 인정…"보호 의무 있다"
재판부 "최소한 아이가 미라로 죽어가는 건 막았어야"


지난해 부산에서 친모가 4살 난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모녀와 함께 살았던 여성에게도 중형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1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아동복지법 위반(상습아동학대, 상습아동유기·방임), 성매매 강요 등 혐의로 기소된 동거녀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또 추징금 1억 2450만원과 8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취업제한 5년을 명령했다.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A씨 남편 B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부산 금정구에서 발생한 4살 딸 학대 사건의 친모 C씨와 함께 살던 동거인이다. C씨는 딸을 학대·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5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A씨는 C씨가 평소 딸을 폭행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사망 당일 거품을 문 채 발작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도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C씨에게 성매매를 강요해 최대 2410차례에 걸쳐 성매매 대금 1억 2450만원 상당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부산법원종합청사. 박진홍 기자부산법원종합청사. 박진홍 기자
이 사건 쟁점은 과연 친권자가 아닌 A씨 부부에게 법률상 보호자 지위를 인정하느냐였다. A씨 측은 사망한 아동의 친권자인 C씨가 곁에 있었기에 자신들은 보호자 지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은 친권자뿐만 아니라 기타 사유로 사실상 보호 감독하는 사람도 보호자 지위가 있다고 본다"며 "A씨 부부는 2년 넘게 모녀와 동거했고 C씨가 성매매를 위해 집을 비우면 A씨가 아이를 돌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 아동은 제대로 먹지 못해 메말라 거의 미라와 같은 모습이었을 걸로 보인다"며 "공동체적 생활 관계에 있던 A씨 부부는 자기 자식과 똑같이는 못 하더라도 최소한 피해 아동이 미라 상태로 죽어가는 것은 막아야 했다. 그것이 법이 요구한 최소한의 의무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A씨가 자신에게 의지하는 C씨에게 성매매를 강요한 혐의도 인정했다.
 
김 부장판사는 "C씨는 A씨에게 버림받아 시댁으로 돌아가는 걸 두려워해 A씨의 말을 전적으로 따르고 의지했다"며 "A씨는 '성매매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조언하면서 방법도 알려주는 등 성매매를 강요한 사실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친모 동거녀 A씨에게 중형을 선고한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부작위에 의한 범행은 이렇게까지 잔혹하지 않은데, 이 건은 매우 잔혹하고 비인간적이다. 그런데도 피고인들은 '친모가 있어 아동에 대한 책임이나 의무가 없었다'고 변명했다"며 "피해자에게 뭘 해줬어야 하는지에 대한 자각이나 반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라고 말했다.
 
다만 집행유예를 선고한 남편 B씨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져야 마땅하나 출퇴근을 하며 직장을 다녔고, A씨로부터 용돈을 받아 생활하는 관계여서 아이를 직접 돌보는 것에 제약이 있었다"며 "부부가 모두 중형을 선고받으면 이들의 자녀 양육이 걱정스럽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선고 직후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보호자 지위를 친권자가 아닌 이들까지 폭넓게 인정하고, 중형까지 선고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재판부의 아동학대 근절에 대한 의지를 매우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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