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 류영주 기자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금품 살포·수수 사건과 관련한 공여자 측 재판이 본격화한 가운데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의혹의 최종 수혜자로 꼽히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캠프 자금줄' 수사와 현역 의원을 상대로 이뤄질 조사가 대표적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2부(김정곤 김미경 허경무 부장판사)는 전날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한국수자원공사 전 상임감사위원 강래구씨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강씨 이후 재판에 넘겨진 무소속 윤관석 의원과 송 전 대표의 보좌관 출신인 박용수씨 사건을 한데 묶는 병합·병행심리 계획을 밝혔다.
윤 의원의 기소 내용이 강씨와 완전히 겹치는 만큼 증인신문 때 병합해 동시 진행할 계획이다. 박씨 재판도 민주당 전 사무부총장 이정근씨 등 공통 증인이 있어 증인 신문 때 병행심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강씨를 비롯해 윤 의원과 박씨는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공여자 측에 해당한다. 현역 의원과 캠프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전달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다만 검찰은 이들을 기소하면서 구체적인 살포 경위와 대상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정치권 등 일각에서 수수자 특정이 미흡하고 혐의 입증을 위한 물적·인적 증거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수사 보안과 효율성을 고려한 조치라는 게 검찰 설명이다.
검찰은 최대 20명까지 거론되는 수수 의원들 조사를 앞두고 현재까지 확보한 압수물 분석과 객관적 증거 등을 보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기소 범위에서 수수자 관련 부분을 포함하지 않고 재판에 넘긴 윤 의원을 상대로도 관련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검찰은 윤 의원 공소장에 살포 혐의는 제외한 채 자금이 윤 의원의 손에 들어온 과정까지만 적시했다.
검찰은 필요한 시점에 조사 방식 등을 결정할 방침이지만, 현역 의원 등 수수 혐의를 받는 당사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개시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무르익었다고 보는 게 내부 분위기다.
무소속 윤관석 의원. 연합뉴스송 전 대표 경선 캠프를 중심으로 한 자금줄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송 전 대표의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연구소(먹사연)'를 자금 조달 창구로 의심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이뤄진 후원금 내역과 금전 출납 기록을 분석하는 한편, 관련자 압수수색 진행했다.
먹사연에 수억원대 불법 후원금을 지급한 의혹을 받는 박용하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최근에는 송 전 대표와 친분이 있는 기업인에 대해서도 캠프 식비를 대납한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이에 대해 송 전 대표는 "지금 검찰 수사는 수사가 아니라 폭력"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그는 "(검찰은) 사람 인생을 완전히 파탄 내는 것 그 자체가 목표인 집단으로 보인다. 송영길 정치 여정 전체를 털어대는 비겁한 수사를 언제까지 할 생각인가"라며 "그만큼 압수하고 소환하고 조사했으면 이제는 송영길을 소환하고 기소하라"라고 요구했다.
반면 검찰은 송 전 대표의 반발에도 전당대회 시기를 중심으로 경선 캠프 자금 조성 경위와 출처, 용도 등 성격을 따져보는 자금줄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송 전 대표에 대한 직접 조사도 경선 캠프 자금 수사가 상당부분 마무리된 시점에 이뤄질 전망이다. 법무부가 조만간 단행할 것으로 알려진 대검 검사급(고검장·검사장) 고위직 검찰 인사 이후 송 전 대표와 현역 의원들에 대한 본격적인 소환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