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5인 흉상 제막식 모습. 연합뉴스육군사관학교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이전 문제를 두고 여권 내부에서 의견이 갈리며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29일 의원 연찬회 자유토론 시간에 연사로 나서 관련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취재진과 만나 "홍 장군이 입고 있는 군복 자체가 소련군 군복이고, 논란이 되는 행적이 있다. 육군사관학교, 군대는 어차피 북한군과 싸워야 할, 정체성이 뚜렷하고 주적 개념이 뚜렷한 사람들을 키워내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홍 장군의 공산주의 이력을 문제 삼아 제기한 철거론에 힘을 실은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인 여당 의원들도 유사한 입장을 취했다. 국방위원장인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은 이날 연찬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홍 장군 스스로 경력을 쓸 때 1919년부터 1922년까지 공산당원이라고 했고, 청산리전투 전에 이미 공산당원이었다"면서 "그런 분을 육사에 모신다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육사에 (홍 장군 흉상을) 세울 때도 교수들이 안 된다고 했고, 육사 내에서 꾸준히 잘못됐다는 얘기가 나왔다"며 "문재인정부 때 그런 얘기가 반영될 수 없었고 (해군) '홍범도함' (명명)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또, "홍 장군이 서훈받은 게 박정희 대통령 때라고 하는데, 아니다. 윤보선 대통령이 서훈한 것"이라고도 말했다.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과 자유민주수호 예비역 군인들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한민국 정통성 부정, 육사 공산주의자 흉상 존치 규탄대회' 기자회견을 하며 이종찬 광복회장 규탄 및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방위 여당 간사인 신원식 의원은 전날 국방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한 이종찬 광복회장에게 역으로 사퇴를 촉구한 데 이어,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이어갔다.
그는 육사 총동창회가 발표한 입장문을 공유하며 "육사 내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흉상이나 조형물 설치 시엔 육사의 본질적 기능과 정체성에 맞는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같은 철거론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광복 이전 좌와 우는 같이 독립운동을 했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 건국, 6·25전쟁과 맞물려 판단해야지 그 전에 공산당 가입 전력을 문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국방부, 육사는 대한민국 건국의 뿌리를 임시정부로, 군은 대한독립군으로 두고 있다. 그런 면에서 (홍 장군은) 김좌진 장군, 지청천 장군, 이범석 장군과 같은 반열에 있었던 분"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페이스북 캡처이준석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운동가에게 모욕을 주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공산주의자에게 암살된 김좌진 장군의 손녀 김을동 전 의원이 홍범도 장군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나선 것이 무엇이겠나. 과거 무장 독립운동에 나섰던 사람들 간에 크고 작은 알력이 있었을망정, 이념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전날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 내용을 언급하며 "지난 보수, 진보 정권 공통적으로 독립 영웅으로 추앙해 온 분들에 대해 이렇게 하는 건 이념적으로, 역사적으로 편향되게 가는 것이다. 이건 국민의 지지를 못 받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