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촬영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소 내 물을 희석하고 방출하는 설비. 연합뉴스일본이 24일부터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착수했다. 도쿄전력은 오는 2053년까지 약 30년 안에 방류를 마무리하고 원전 폐로 작업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지하수와 빗물 등 자연 발생하는 물의 양을 고려하면 끝나는 시점을 예단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은 이날 오후 1시쯤부터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약 12년, 2021년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가 오염수 해양 방류 처리 방식을 결정한 지 2년 4개월 만이다.
원전 내부에 있는 오염수는 가장 먼저 핵종 정화 설비인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를 거쳐 K4 탱크에 보관된다. 이후 방사능 안전 기준 충족 여부를 점검 후 바닷물과 희석 작업을 진행, 해저터널을 통해 방류되는 과정을 밟게 된다.
도쿄전력은 일단 방류 초기임을 고려해 하루 460톤가량의 오염수를 17일 동안 방류하기로 했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17일 동안 모두 7820톤의 오염수가 방류되는 셈이다. 오는 2024년 3월까지 방류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염수 양은 3만1200톤으로, 보관 중인 오염수의 약 2.3%에 달한다.
일본은 줄곧 오염수 방류의 최종 목적은 '후쿠시마 부흥'에 있다고 설명해왔다. 2011년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 원전 일대가 사실상 폐허로 변하며 사실상 방치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지난 19일 한미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후쿠시마 부흥을 진행하려면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했다.
문제는 일본 측이 제시한 계획대로 향후 30년 안에 오염수 방류 작업이 완료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인근 K4 탱크에 보관된 오염수는 약 135만톤에 이른다. 이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30년, 그러니까 1만950일에 동안 방류한다고 가정하면 하루 최소 방류량은 약 123톤에 달한다.
휴일을 포함해 단 하루도 빠짐 없이 30년 간 방류한다고 가정했을 때, 하루에 약 123톤을 꾸준히 방류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방류 작업 도중에도 원전 주변에서 지하수와 빗물 등이 스며들어 자연적으로 생기는 물의 양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도 지하수 등이 사고가 발생한 원전 설비와 접촉해 생성되는 오염수의 양은 하루 90톤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30년이라는 장기간 방류 작업 도중 지진 또는 해일 등 대형 자연재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기존 오염수 방류 일정도 빠듯한 상황에서 돌발 변수가 생길 경우 방류 기간은 30년 이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 내부에서도 명확한 원전 폐로 시점에 대해선 특별한 언급이 나오지 않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 22일 각료회의 후 "앞으로 수십 년이 걸리더라도 처리수(오염수) 처분이 완료될 때까지 정부가 책임지고 임하겠다"고 했을 뿐이다.
이에 그린피스는 성명서에서 "오염수 방류는 폐로를 위한 것이 아니라 기존 오염수의 장기 저장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아끼려는 궁색한 선택일 뿐"이라며 "일본 정부는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이번 세기 내 원전 폐로는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역시 알프스 성능 검증과 원전 폐로 로드맵 등에 대해선 최종 보고서에 담지 않았다. 일본 측의 일방적인 계획이 실효성이 있는지 검증한 결과는 없는 셈이다. 우리 정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일본의 폐로 계획은 말 그대로 자신들의 계획일 뿐"이라며 "지진, 해일 등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에 30년 안에 마무리하는 게 쉽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