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국가대표팀 안세영(가운데)이 16일 오후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린 미디어 데이 행사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자 김학균 총감독(왼쪽), 성지현 코치가 파안대소하고 있다. 연합뉴스대한민국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단의 미디어 데이가 열린 16일 충북 진천 선수촌. 당초 대한체육회가 주관하는 항저우아시안게임 D-30 미디어 데이는 오는 24일 예정이나 배드민턴 대표팀은 오는 21일 개막하는 세계선수권대회 출전 때문에 따로 행사를 열었다.
이날 질문을 가장 많이 받은 선수는 단연 안세영(21·삼성생명)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안세영은 애틀랜타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에 빛나는 방수현 이후 27년 만에 세계 랭킹 1위에 오를 만큼 올해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안세영은 지난 1월 인도 오픈과 인도네시아 마스터스 우승을 시작으로 3월 최고 권위의 전영 오픈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역시 1996년 방수현 이후 무려 27년 만에 이 대회 여자 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최근 코리아 오픈과 일본 오픈까지 올해만 7번이나 국제 대회 정상에 올랐다.
특히 안세영은 천적인 중국의 천위페이(25)에 올해 4승 2패로 앞서 있다. 지난해까지 1승 8패로 허덕였던 모습과는 다르다. 다만 천위페이가 고향인 항저우에서 설욕을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안세영은 그러나 자신감이 넘친다. 이날 안세영은 "천위페이에는 항상 어렵게 이긴 적이 많았다"면서 "아직 천적 관계를 지웠다기보다 아직 많이 해봐야 할 거 같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천위페이가 고향에서 하든 어디서 하든 간에 내가 하는 대로 즐기면서 하면 충분히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배드민턴 여왕의 여유도 보였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전날 올해 배드민턴 선수들의 수입을 다룬 기사를 냈는데 안세영이 월등히 1위를 차지했다. 안세영은 42만8480 달러(약 5억7000만 원)로 남자 단식의 빅터 악셀센(덴마크)의 27만195 달러보다 훨씬 많았다.
이에 대해 안세영은 "상금 랭킹 1등은 예상하고 있었다"고 짐짓 자랑을 늘어놓으며 이날 함께 참석한 동료들과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열심히 달렸는데 이 정도 보상은 받을 만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세영은 "상금이 통장으로 다 들어가는데 돈을 쓸 시간이 없다"면서 "저축하고 있는데 언젠가 선물을 많이 사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왼쪽)이 16일 오전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 오륜관을 방문해 안세영과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안세영은 올해 야마구치 아카네(일본), 천위페이, 타이쯔잉(대만) 등 세계 2~4위 선수들에 앞서 있다. 야마구치에 3승 2패, 타이쯔잉에는 5승 1패다.
이에 대해 김학균 대표팀 총감독은 "수비적인 부분에서 예전보다 다가가는 플레이로 바뀌었다"고 짚었다. 상대 선수에 끌려다니는 게 아니라 예측하는 적극적인 플레이라는 것이다. 김 감독은 "예전에는 이들 선수들이 안세영을 끌고 다니는 스트로크를 했다"면서 "이제는 안세영이 스피드로 상대를 끌고 가는 플레이를 하는데 습득 기간을 거쳐 조금 더 옷에 맞듯이 확연히 달라졌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안세영은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는 첫 판에서 0 대 2로 패해 탈락했다. 그러나 올해 대회는 다르다. 안세영은 "자카르타 때는 배드민턴하기 부족한 선수였다"고 돌아보면서 "그러나 지금은 잘 채워져서 이제는 모두가 기대하는 선수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어 "아시안게임 때는 더 나은 모습 보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면서 "자카르타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아서 준비를 많이 했는데 이제는 그 결과를 보러 간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배드민턴 여왕으로 우뚝 서기 위한 안세영의 대관식 준비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