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윤창원 기자검찰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이달 말 혹은 다음달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당내에서는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에 역공을 가할 수 있지만 설령 이 대표가 구속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총선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영장 기각되면 李 '날개'…발부되더라도 '정치 탄압'
9월 정기국회 중에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표결을 거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을 전망이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 특권 포기를 선언하며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지난 2월 검찰이 처음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보다 총선에는 더 가까워진 시점. 만약 영장이 기각되면 검찰은 제1야당 대표를 상대로 무리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반대로 이 대표에겐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 된다. 사법 리스크에 대한 부담이 덜어져 민주당이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이 발부된다 하더라도 민주당에 나쁠 게 없을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기류가 읽힌다. 구속돼도 당 대표직은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대표가 옥중에서 총선을 지휘하면서 '정치 탄압' 그림으로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10일 이 대표는 검찰의 소환 통보에 대해 "없는 죄를 만들어 뒤집어씌우는 것이 가장 큰 국가폭력"이라며 수사의 부당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추론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김대중 전 대통령 사례와 비교하며 '탄압 받을수록 정치적 입지를 다질 수 있다'고 여기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이 대표 주위에서도 대표에게 '김대중 모델'을 제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1일 '김대중 납치사건 50주년 토론회'에서 이 대표는 "검찰 독재정권의 폭주로 이 땅의 민주주의가 다시 위협받고 있다"며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고, 불의에 굴하지 않는 대통령님의 '인동초' 정신을 다시 한번 깊이 새기겠다"고 말했다.
사법 리스크와 분리 행보, 하지만 '리더십 리스크'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윤창원 기자
사법 리스크와 별개로 이 대표는 연일 '민생'을 강조하고 있다. 당 지도부가 중도·무당층 공략을 위해 추진 중인 '이재명 변화 프로젝트'는 정쟁보다 정책을 우선시하고, 소상공인·자영업자 간담회 같은 민생 현장 일정을 늘리는 내용이다. 관련해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관계자는 "민생 행보는 원래 눈에 덜 띈다. 누적시키기 위해 총선 때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지도부 소속 의원도 "사법리스크가 있어도 꿋꿋이 민생을 강조하면 빛을 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 리더십이 비판받는 상황에서 이는 본질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돈 봉투', '김남국 코인' 사건에 이어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하지 못해 위기를 심화시켰다는 평가도 받는다. 한 재선 의원은 "민생 현장 방문을 늘리는 식으로 '이미지 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일한 것"이라며 "이 대표의 정치적인 판단 능력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당내 갈등이 잠재된 상황에 구속영장이 청구되면 이 대표의 거취를 둘러싸고 민주당에 또 한 차례 내홍이 일 수 있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의원총회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어떤 일도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어 총선 전 대표직 사퇴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한 비이재명계 초선 의원은 "월말 전체 의원 워크숍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