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하정우에게 '비공식작전'이 남긴 기억…필사의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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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 이민준 역 배우 하정우

영화 '비공식작전' 이민준 역 배우 하정우. ㈜쇼박스 제공영화 '비공식작전' 이민준 역 배우 하정우. ㈜쇼박스 제공※ 스포일러 주의
 
퇴근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사무실을 빠져나와 아무도 없는 복도를 걷던 민준을 붙잡은 전화 소리가 레바논행의 시작이었다. 20개월 전 실종된 외교관의 생존 신호가 담긴 전화를 받은 후 민준은 '성공하면 미국 발령'이란 조건을 걸고 홀로 내전 중인 레바논으로 향한다.
 
'중동과 5년 차 외교관'이라는 직함 빼곤 평범한 민준은 그날, 그 전화를 받은 날부터 생각지도 못했던 '미션 임파서블'을 찍게 된다. 실종된 외교관도 구해야 하고 나도 구해야 하는, 말 그대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민준의 조건부 비공식작전은 어느덧 진심이 담긴 그만의 '공식작전'으로 바뀐다.
 
이 과정을 하정우는 배우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인 '연기'로 설득해 내고 채워나간다.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면서도 출세욕과 인간미를 오가고 또 짠 내 나는 유머까지 걸림돌 없이 자유자재로 오간다. 그렇게 하정우는 민준을 완성했다. 그런 하정우를 두고 김성훈 감독은 "열정과 긍정으로 함께 있는 사람들도 단단해지게 만드는 강한 에너지를 가진 배우"라고 극찬했다. 과연 어떻게 하정우가 '비공식작전'을 완수해 냈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컷. ㈜쇼박스 제공영화 '비공식작전' 스틸컷. ㈜쇼박스 제공 

5년 만에 개봉한 '비공식작전'을 회상하다


'비공식작전'의 촬영은 그 자체가 '작전'과도 같았다. 당초 2020년 3월 초가 크랭크인이었는데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치며 촬영이 연기됐다. 2022년이 되어서야 겨우 촬영이 시작됐다. 2018년 김성훈 감독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은 하정우에게는 시나리오를 받은 지 5년 만에 영화가 개봉하게 된 셈이다. 하정우는 이 시간을 "다시 배우 하정우로서의 자리를 찾아가는 느낌? 일상 찾아가는 느낌인 거 같다"고 요약했다.
 
2020년 '클로젯' 이후 3년 반 만에 서는 무대인사에서 하정우는 새로운 느낌을 받았다. 그는 "'용서받지 못한 자'로 처음 관객 만났던 것과 같은 느낌이다. 물론 100%는 아니겠지만, 비슷한 느낌이 드는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느낌이 좀 이상했다. 뭔가 배우로서 작품을 하며 그 시간을 보냈다기보다 군대 다녀온 거 같은 느낌에 가까웠다. 되게 낯설었다"고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 촬영을 위해 도미니카로 떠났다가 '비공식작전'을 위해 모로코로 향했다. 그 시간이 거의 반년이다. 해외 생활을 졸업했다는 생각도 드는 등 복합적인 심정이 하정우의 안을 몰아쳤다.
 
집과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을 갈무리하면서 하정우는 '비공식작전'에서 자신이 맡은 이민준을 만들어 나갔다. 자신이 모로코로 향한 가장 큰 이유였기 때문이다. 그는 아무래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인만큼 실제 인물이 겪은 고난과 비극을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컷. ㈜쇼박스 제공영화 '비공식작전' 스틸컷. ㈜쇼박스 제공"어느 정도 선까지 표현할 수 있을까. 어느 정도 선까지 희극적인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이런 게 제일 힘들었던 부분이었던 거 같아요. 그건 촬영 일주일 전까지도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우리가 어느 정도 선까지 가능할지에 대해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한마디로 '톤 앤 매너'를 정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 처음 판수(주지훈)와 민준이 공항에서 만나 한적한 거리로 가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 시나리오에 표현된 건 훨씬 건조했다.
 
하정우는 "그런데 그 신을 리허설하면서 뭔가 발견한 게 있다. 일차원적으로 장난치고 가볍게 표현하는 게 아니라 그 상황 자체가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가 있을 수 있겠다는 거였다"며 "그 정도 선에서 재미를 주는 게 어떻겠냐고 하고, 그걸 직접 해보면서 이 정도 선까지는 가능하겠다면서 풀어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견과 가능성을 찾아갈 수 있었던 건 하정우의 노력에 그 단서가 있다. 그는 김성훈 감독과 시나리오 리딩을 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일인다역으로 여러 번 소리 내 읽었다. 하정우는 자신의 행동을 두고 '오지랖'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질문도 준비해 가고, 끊임없이 질문하고, 시나리오에 대해 같이 분석했다"고 했다. 하정우는 자신의 대본 리딩을 두고 오지랖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김성훈 감독은 매우 놀랐다. 그리고 너무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컷. ㈜쇼박스 제공영화 '비공식작전' 스틸컷. ㈜쇼박스 제공 

다시 만난 김성훈 감독 그리고 주지훈

 
하정우와 김성훈 감독은 이미 지난 2016년 '터널'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터널'에서 하정우는 생수 두 병과 케이크,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나 홀로 사투'를 벌인 바 있다. 하정우는 김 감독으로부터 '비공식작전'을 처음 받았을 때 '믿음'이 전부였다. '터널'에서 즐겁게 작업했던 좋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비공식작전' 시나리오가 어떻게 보면 상업영화로서는 조금은 상업적이지 않은 점이 있었다. 그건 '터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터널'을 거치면서 이 시나리오도 분명 김 감독님과 작업하면 온도를 높일 수 있겠다는 자신은 있었다"며 "엄청나게 집요하고 엄청나게 노력하는 분이라 그걸 달성할 거라 생각했다"고 했다.
 
그가 본 김 감독은 현장에서도 독단적인 시선으로 이끌어 가지 않았다. 준비 기간을 거쳐 검증된 작업을 통해서 '엑기스'만 가져왔다. 그러면서도 현장에서 배우와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작업했다. 하정우는 "그 자체가 배우 입장에서는 보람된 시간이었다"며 "나 역시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컷. ㈜쇼박스 제공영화 '비공식작전' 스틸컷. ㈜쇼박스 제공'비공식작전'에서 재회한 건 김 감독만이 아니다. '신과함께' 시리즈를 통해 저승차사로 함께 활약했던 주지훈과 이번 작품에서는 보다 더 진한 버디 케미를 선보이게 됐다. 둘의 연기를 보고 김 감독은 마치 라틴댄스를 추는 것 같았다고 묘사했다.
 
"배우랑 리허설을 해보면, 진짜 몸과 마음을 던져서 한다는 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운 좋게도 이전 작품에 함께한 전도연, 김윤석 등 선배님들과 함께 할 때 그런 걸 느꼈죠. 불편한 배우와 연기하면 경계할 때가 있거든요. 유치한 이야기지만, 이를테면 내가 여기서 밟히면 안 된다는 거죠. 그런데 경계심을 풀고 본 촬영에 들어가면 모든 것이 물 흘러가듯 이뤄지는 거 같아요. 주지훈 배우와는 그런 순간을 많이 느꼈어요."

영화 '비공식작전' 이민준 역 배우 하정우. ㈜쇼박스 제공영화 '비공식작전' 이민준 역 배우 하정우. ㈜쇼박스 제공 

필사적이고 공포스럽기도 했지만 결국 '아름다움'으로 남은

 
배우에게 가능성을 열어둔 김성훈 감독, 경계심을 풀고 몸과 마음을 던질 수 있도록 함께해 준 주지훈 덕분에 하정우 역시 온몸을 던져 연기에 임했다.
 
물론 힘든 순간도 있었다. 극 중 오재석 서기관(임형국)과 함께 건물에 매달리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실제 매달려서 촬영했다. 하정우는 "엄청 무서웠다. 내가 그런 거에 유난히 걱정이 많다 보니 남들 와이어 2개 매줄 거 전 3개 매줬다"며 "그런데 사실 나보다 오재석 서기관으로 나온 임형국 형님이 더 고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오픈세트를 너무 쓸데없이 높게 지어서…. 왜 이렇게 지었나. 엄청난 날들이었다"고 한 마디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여러모로 기억에 강렬하게 각인된 순간도 있다. 바로 들개들에게 쫓기는 장면이다. 극 중 민준이 들개들에게 쫓기다 차로 피신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를 위해 스태프가 차 위에서 개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흔들며 유혹했다. 잘 보면 개들이 신나서 웃고 있는 게 보일 거다. 그러나 연기하는 하정우에게는 필사적으로 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영화 '비공식작전' 스틸컷. ㈜쇼박스 제공영화 '비공식작전' 스틸컷. ㈜쇼박스 제공그는 "얼마나 공포스럽냐면, 내가 뛰어가는데 개들의 눈빛이 물렸다가는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사적으로 뛰는 게 실제 내 마음이었다"며 "차에 타자마자 창문을 올리는 것도 원래는 다 열려 있는 창문을 올리는 거였다. 그런데 리허설하는데 개가 안으로 들어올 거 같더라. 개들은 나랑 리허설할수록, 그러니까 장난하면 할수록 더 놀자고 짓궂어지는 것처럼 나한테 왔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감독에게 조금만 창문을 올려서 찍겠다고 했다.
 
그때 평택 세트장에서 촬영한 신은 하정우를 필사적으로 만들었지만, 들개에 쫓기는 신이 그에게 공포의 감정만을 남긴 건 아니었다. 들개들에게 쫓기는 장면을 연기했던 순간은 마라케시의 아름다움까지 더해지며 그의 기억 속에 더욱더 생생하게 남게 됐다.
 
"아틀라스산맥이 뒤에 보이는 장면, 그 넓은 샷이 되게 아름다웠어요. 그 아름다움과 민준의 피곤함이 절묘하게 대조된 장면이에요. 고생해서 가서 찍어 담아낸 장면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람도 있었죠. 하루하루가 기억을 잊을 수 없는 날들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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