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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사 화물 운전기사, 제각각 유가연동 기준에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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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기업시민' 경영이념 선포 이래 지난 5년간 성공적인 체질 변화로 기업가치를 3배 끌어올린 포스코그룹. 이차전지 소재 부문에 대한 육성과 이를 뒷받침할 광양과 포항제철소의 꾸준한 혁신을 바탕으로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그 이면엔 그림자 역시 존재한다. 특히 광양은 동호안에 대한 한 4조 4천억 원대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 어느 때보다 깊은 관심을 받는 반면, 노사분규로 길거리에 내몰린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은 외면받는 모양새다. 노동조합에 대한 정부의 강경한 기조와 허점 투성인 노동법, 지역사회 카르텔 사이에서 부르짖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하나같이 원청인 포스코를 향하고 있다.

'기업시민' 5주년의 그늘…길거리로 몰린 포스코 하청 노동자들①
'포스코플로우' 하청사 유가보조금 지급-회수 온도차
하루 14시간 일하기도…특수고용직 처지에 근로시간 규제도 미적용
원청 '대체인력 투입' 카드에 단체행동 꿈도 못꿔

화물 운송차량들이 도로에 줄지어 정차된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유대용 기자화물 운송차량들이 도로에 줄지어 정차된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유대용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하청사 화물 운전기사, 제각각 유가연동 기준에 '한숨'
(계속)
"유가보조금을 지원할 때는 현미경을 대며 한 푼이라도 아끼더니 회수할 때는 어떤 기준도 제시하지 않은 채 월수익의 20% 가량을 떼어가고 있습니다. 야근·휴일 수당 없이 하루 14시간 일하는데 최소한 어떤 근거로 돈을 회수하는 것인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원청의 묵인이 없다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지난 3일 전남 광양산단의 한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만난 A씨는 연신 마른세수를 하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포스코그룹의 물류 전문 사업회사인 '포스코플로우'의 하청업체 B사에 소속된 화물차 운전기사다.
 
평일과 주말 가릴 없는 A씨는 오전 5시 50분쯤 기상해 30여 분 안에 회사에 도착한다.
 
광양제철소의 슬래그와 철강제품을 싣고 운송하기를 반복하는 하루 14시간의 일과에서 점심시간이나 돼야 잠시 숨 고를 여유가 생긴다.
 
장거리 운전을 비롯, 정해진 휴게시간이 없다보니 점심식사는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일이 빈번하다.
 
차량 운행이 곧 수익인 만큼 유가 등락은 A씨의 생계로 직결되는 동시에 업체의 수익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하청 운송사가 매년 원청과의 입찰(계약)에서 유가연동제 기준을 갱신하는 이유다.
 
B사의 경우 2021년 입찰 당시 1374원이었던 기준 유가를 2022년 7월 입찰에서는 유가 폭등을 고려해 1850원으로 크게 늘렸다.
 
A씨와 같은 화물차 운전기사들에게는 유가연동제에 따라 같은 해 3~6월분의 유가 차액이 보조금으로 지급됐다.
 
2022년 3~6월 기준, 유가(1374원)로 운행했던 부분을 입찰 갱신 기준(1850원)에 따라 사후 보전하는 형식이다.
 
수요가별 편도거리에서부터 연비, 산출거리 등 복잡한 계산법을 들으며 A씨의 주머니에 들어온 4개월분 유가보조금은 94만 원 수준.
 
실제 기름값 부담을 덜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수준이었지만 A씨는 정확한 계산에 근거했다는 사측의 설명을 묵묵히 따라야 했다.
 
하지만 유가 파동이 잠잠해지면서 올해는 상황이 바뀌었다.
 
올해 5월 입찰에서 유가 기준을 1450원으로 낮추기로 하면서 지난해 A씨에게 지급됐던 '유가보조금'은 '유가회수금'으로 전환됐다.
 
새 유가 기준은 8월부터 적용하는데 6~7월분을 사후 적용하는 형식으로, 종전 기준 1850원에 1450원을 뺀 차액 400원을 운행거리 등의 기준에 대입해 회수하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화물연대 전남본부가 전남 광양항 허치슨 터미널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고 안전운임제 유지·확대 등을 요구하는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유대용 기자지난해 11월 화물연대 전남본부가 전남 광양항 허치슨 터미널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고 안전운임제 유지·확대 등을 요구하는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유대용 기자
문제는 회수금 자체가 아니라 주먹구구식 사측의 기준에서 불거졌다.
 
'현미경식' 지원 기준과 달리 회수 기준은 총매출액의 7%로 일괄 적용됐다.
 
A씨의 그의 동료들은 사측에 항의했지만 원청과 계약사항이라는 답변만 돌아올 뿐 특수고용직이라는 입장 아래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처지다.
 
원청이 '대체인력 투입'이라는 카드를 쥐고 있는 만큼 생계를 걸고 동료들과 집단행동을 벌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A씨의 경우 지난해 유가보조금 4개월분을 합한 금액과 올해 6월 유가회수금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7월 회수금 역시 100만 원에 달하며 사실상 사측에서 이익금으로 회수해간 것이라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B사 뿐만 아니라 포스코플로우 하청업체 소속인 150~160명의 화물차 동료 기사들이 비슷한 처지라며 울분을 토로했다.
 
A씨는 "원청의 묵인이 없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원청 직원만큼의 복지수준이나 대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원청이 계속해서 손을 놓는다면 하청업체 직원들의 처우는 1년 후든 10년 후든 지금과 똑같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플로우 측은 "올해 1~6월 시장가가 1450원임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 단가를 종전 기준으로 계산했던 부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유류비는 변동비로 보조(지원)금을 수익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며 "일부 노동자들이 화물연대 집행부 측과 조금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아쉽다. 올해 유가연동제 단가에 대해서는 집행부와 충분히 협의된 내용"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노사의 입장 차에 대해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특수고용직 노동자에 대한 처우 개선의 목소리는 꾸준히 지속돼왔지만 바뀐 건 많지 않다"며 "이번 사례뿐만 아니라 근로시간 규제 미적용 등 특수고용직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개선해야 하지만 사실상 폐지된 안전운임제 등 현 정부의 기조에서는 쉽지 않다. 특히 화물노동자들은 원청이 요구하는 물량에 따라 수용하며 일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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