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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유혈사태 그 후…또 다른 하청노조 "노동권 보호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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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기업시민' 경영이념 선포 이래 지난 5년간 성공적인 체질 변화로 기업가치를 3배 끌어올린 포스코그룹. 이차전지 소재 부문에 대한 육성과 이를 뒷받침할 광양과 포항제철소의 꾸준한 혁신을 바탕으로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그 이면엔 그림자 역시 존재한다. 특히 광양은 동호안에 대한 한 4조 4천억 원대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 어느 때보다 깊은 관심을 받는 반면, 노사분규로 길거리에 내몰린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땀과 눈물은 외면받는 모양새다. 노동조합에 대한 정부의 강경한 기조와 허점 투성인 노동법, 지역사회 카르텔 사이에서 부르짖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하나같이 원청인 포스코를 향하고 있다.

'기업시민' 5주년의 그늘…길거리로 몰린 포스코 하청 노동자들 ③
노조 파업에 하청사 직장폐쇄 맞대응…두 달여 만에 노사 휴전 선언
한 달간 집중교섭 돌입했지만 보직자 용퇴 수용 등 입장 차 그대로
깊어지는 '파업노조' 주홍글씨…원청 사용자성 인정할 법적 근거 절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와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지난 6월 2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1문 앞 사거리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포트엘의 직장폐쇄 등을 규탄했다. 유대용 기자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와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지난 6월 2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 1문 앞 사거리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포트엘의 직장폐쇄 등을 규탄했다. 유대용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 하청사 화물 운전기사, 제각각 유가연동 기준에 '한숨'
② 464일간 천막 지킨 노동자들…그들에겐 선택지가 없었다
③ 광양 유혈사태 그 후…또 다른 하청노조 "노동권 보호 절실"
(끝)

포운 고공농성 유혈사태 그 후 


지난 5월말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일대에서 광양제철소 하청사 노동자들을 비롯한 한국노총 관계자들이 고공농성을 벌이다 경찰에 의해 진압됐다.
 
진압과정에서 유혈사태가 발생했고 한국노총 관계자는 결국 구속돼, 7년여 만에 한국노총이 경사노위에 불참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그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장소에서 또 다른 하청 노조가 파업에 나섰다.
 
바로 포스코 사내하청인 포트엘㈜이다.
 
광양항 원료부두에서 하역기를 운전하거나 컨베어벨트 관리 업무를 맡았던 이들은 지난 6월 10일 임금협약 단체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에 돌입했다.
 
포스코사내하청지회 포트엘분회(이하 노조)는 장기간 조업과 천막농성을 병행한 ㈜포운 노조와 달리 파업을 실시했다.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러자 사측은 파업 이틀 만에 직장폐쇄 카드로 맞서며 노조를 궁지에 몰았다.
 
단체행동이 길어질수록 임금 삭감 기간은 늘어났고 어려움을 토로하는 조합원들이 많아졌다.
 
노조 차원에서 생계기금을 조금씩 지급했지만 임시방편에 그칠 뿐이었다.
 
중재 기관의 소극적인 태도 역시 생계의 어려움만큼이나 노조를 더욱 답답하게 했다.
 
허선민 포스코사내하청지회 포트엘 교섭대표는 "사측과의 만남에서 노사 중재에 적극 나서야할 기관(고용노동부 측) 관계자들의 소극적인 태도를 보고 분통을 터뜨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 내부에서 (파업을) 슬기롭게 정리해야 할 시기가 됐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사측과 진전이 있길 바라지만 당장은 한숨만 나오는 실정이다"고 덧붙였다.
 
구자겸 포스코사내하청지회 포트엘분회장은 "현 상황은 포트엘과 포스코, 이들과의 치킨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분회가 무너지면 사내하청지회 전체가 무너진다는 생각으로 노조를 운영 중이다"며 "결국 포트엘의 노사분규는 원청인 포스코의 책임 부재로 인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앞선 두 달도 결코 짧지만은 않은 기간이었는데 파업기간 조합원 100명 중 단 한 명의 이탈자도 없었던 점은 우리 조합원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와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지난 6월 14일 포스코 광양제철소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와 포트엘의 행태를 규탄했다. 금속노조 제공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와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지난 6월 14일 포스코 광양제철소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와 포트엘의 행태를 규탄했다. 금속노조 제공

집중교섭 나섰지만 시작부터 '난항'

포트엘 노사는 지난 7일 총파업과 직장폐쇄 등을 잠시 중단하고 입장 차를 좁히는데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한 달간 사측과 집중교섭에 나서기로 하면서 조합원들은 이전처럼 4개조 2교대 근무로 복귀했다.
 
비번을 제외하고 오전 7시와 오후 7시를 기준으로 하루 12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분명 고된 일과지만 노동자에게는 생소할 것 없는 일상이다.
 
다만 쟁의에 참여하지 않은 비조합원 직원들과의 인사가 다소 껄끄러울 뿐이다.
 
교섭 분위기 역시 쉬이 풀리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8일 파업 중단 이후 마련된 첫 번째 노사 교섭에서 양측은 임금인상률과 보직자의 만 56세 이상 용퇴 수용 등의 문제에 대해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사실상 이전과 다르지 않은 분위기로, 유예기간을 보낸 뒤 파업을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사측(하청사)과의 교섭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가운데 노조는 원청의 책임, 즉 포스코의 사용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는 하청사 노조 파업 시 대체인력 투입과 관련되는데 현행 노동법상 원청은 하청사 노동자의 사용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사용자로 인정되는 하청사는 직접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없지만 원청은 다른 하청사와 계약을 맺고 대체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근거다.
 
대체인력 투입을 막을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다보니 하청사 노동자들의 파업은 무력화되고 노조 와해로 귀결되기도 한다.
 
또한 노조의 파업에 맞서 사측도 직장폐쇄라는 카드를 하나 더 쓸 수 있어 하청사 노조는 현행 노동법상 단체행동을 해도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정문 일대에 설치된 포트엘 노조의 천막농성장. 유대용 기자포스코 광양제철소 정문 일대에 설치된 포트엘 노조의 천막농성장. 유대용 기자 

"노란봉투법으로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잡아야"

노동쟁의에 대해 정부 기조와 사회적 시선이 싸늘한 가운데 포트엘을 비롯한 하청사 노동자들에게 쓰여진 주홍글씨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노동계는 오랜 시간 '노란봉투법' 입법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말한다.
 
핵심은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노조법 보호 대상에 간접고용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특히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하청사)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결정할 수 있다면 그 지위에 있는 자(원청)도 사용자로 본다는 내용이 추가된다.
 
하청 노조와 원청과의 직접적인 단체교섭에 대한 법적 근거가 생기는 셈이다.
 
하청사 노동자들은 '노란봉투법'이 원청과 사측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구자겸 포스코사내하청지회 포트엘분회장. 유대용 기자구자겸 포스코사내하청지회 포트엘분회장. 유대용 기자
구자겸 포스코사내하청지회 포트엘분회장은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법적 근거가 무엇보다 가장 절실히 필요하다"며 "정부와 집권여당 강경기조에도 불구하고 우리 노동자들이 노란봉투법 법제화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국회의 역할을 절실하다고 끊임없이 호소하는 이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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