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숙. 신시컴퍼니 제공 "제 이름을 걸고 하는 연극은 마지막이 아닐까 싶어요."
배우 손숙(79)이 연극인생 60주년을 기념해 오는 19일부터 신작 연극 '토카타'(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 무대에 오른다.
손숙은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배우다. 고려대 재학 시절인 1963년 '삼각모자'로 데뷔한 후 숱한 작품에 출연하며 한 평생 연극과 함께 해 왔다. '어머니'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위기의 여자' 등 여성 연극에서 존재감을 드러냈고 최근에는 '장수상회' '햄릿' 등으로 관객을 만났다.
'토카타'는 이탈리아어 토카레(toccare·접촉하다)에서 유래한 것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에 대해 이야기한다. 개를 떠나보낸 '여자'(손숙)와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황에서 화려했던 접촉을 회상하는 '남자'(김수현)가 들려주는 독백, '춤추는 사람'(정영두)의 고독한 몸짓이 독립된 악장으로, 그러나 하나의 악보처럼 모여 마치 한 곡을 연주하듯 공연된다.
손숙은 1일 서울 양재동 신시컴퍼니 연습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기념공연이니까 달달한 로맨스를 기대했는데 처음 대본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첫 느낌은 신선했다.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연습하면서 1963년 처음 무대에 섰을 때 느낌이 되살아났다. 연출(손진책)이 달달 볶아서 몸은 힘든데 머리는 맑다. 오랜만에 연습실에 올 때 설레는 느낌"이라고 웃었다.
"60년간 연극을 하면서 좋은 작품을 많이 했지만 늘 목 말랐어요. 연극은 정상이 없잖아요. 어디까지 올라왔는지 모를 때가 참 많았죠. 제 이름을 걸고 하는 연극은 마지막이 아닐까 싶어요. 최선을 다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연극 '토카타' 시연 장면. 신시컴퍼니 제공 이번 공연을 위해 최고 창작진이 뭉쳤다. 손진책 연출, 배삼식 작가, 최우정 음악감독, 이태섭 무대감독 등이 함께 한다.
배삼식 작가는 '토카타'에 대해 "펜데믹 기간 혼자 산책하면서 위험한 것으로 여겨진 접촉과 가장 오래된 감각인 접촉에 대해 이야기를 떠올렸다. 무대 장치를 최대한 배제하고 배우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이어 "이 작품은 손숙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생각했다. 몸과 마음 모두 극한의 바닥까지 외로움과 신산함을 겪어보지 않고서는 진실한 이야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손숙은 "아름다웠던 젊은 시절, 남편과 아이들 키우면서 행복했던 시절을 보내고 혼자 남았지만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역할을 연기하면서 '딱 내 얘기다' 싶었다. 이번 작품은 다 내려놓는다는 마음으로 하고 연습하고 있다"고 했다.
당초 '토카타'는 지난 3월 개막할 예정이었지만 손숙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8월로 연기됐다. 손숙은 "제 불찰로 공연이 연기되어 많은 분께 폐를 끼쳤다"면서 "부상당한 이후 3개월간 걷지 못했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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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집에 누워 있다 보니 대사 외울 시간은 많았다. 눈이 나빠서 매일 밤 자기 전에 딸이 녹음해준 대사를 들었다. 해야 할 일 있다는 사실에서 희망을 봤다. '토카타'가 저를 일으켜 세웠다"고 했다.
손진책 연출은 "존재론적 고독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삷의 찬미로 이어지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이토록 삶이 찬란하구나'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