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제공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억대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현직 고위 경찰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2월 '1호 인지' 사건으로 강제 수사에 착수한 지 약 5개월 만이다.
공수처 수사2·3부(김선규·송창진 부장검사)는 서울경찰청 소속 김모 경무관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일 밝혔다. 현행 특가법을 보면 1억원 이상 뇌물을 수수하면 최대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공수처에 따르면 김 경무관은 2020년부터 최근까지 한 중소기업으로부터 수사 관련 민원 청탁을 받고 수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수처는 김 경무관이 현금과 법인카드 등 수억여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공수처는 앞서 대우산업개발 이상영 회장의 사건 무마 청탁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 경무관의 이런 별개 혐의를 포착하고 지난달 11일 주거지와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김 경무관은 지난해 이상영 회장으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3억원을 받기로 약속하고 실제로는 1억2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분식회계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자 압박을 느낀 이 회장이 일부 혐의를 빼달라고 청탁하면서 금품을 건넨 것으로 공수처는 본다.
공수처는 올해 2월 김 경무관과 이 회장 등을 압수수색하며 '1호 인지' 사건인 경무관 뇌물 의혹 수사를 본격화했다. 다만 뇌물 공여자로 지목된 이 회장 조사 과정에서 변호인 입회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공수처는 이번 구속영장에 대우산업개발 관련 사건은 제외했다. 이에 관해 공수처 관계자는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되면 이 사건을 먼저 기소하고 대우산업개발 관련 사건은 계속 별도로 수사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김 경무관은 자신의 혐의를 대체로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경무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는 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한편 공수처가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당시 손 송무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기 때문에 김 경무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공수처 출범 이후 첫 구속 사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