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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보호 대책' 서두르는 교육부…학교비정규직? '관심권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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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교육부, 교사들 울분 잠재우려…'교권 보호 대책' 서둘러
교사와 같은 공간서 일하는 비정규직 대책, 어디에도 없어
비정규직 강사, 욕설·성희롱·성추행 당해도 문제제기 못해…불안정한 신분으로
학교비정규직 종사자, 15만명~20만명으로 추산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이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교사노동조합연맹 사무실에서 열린 '교사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간담회' 에 참석해 김용서 교사노조연맹 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이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교사노동조합연맹 사무실에서 열린 '교사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간담회' 에 참석해 김용서 교사노조연맹 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최근 교사의 사망, 폭행 사건을 계기로 교사들의 억눌렸던 울분이 분출하자 교육 당국은 '교권 보호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최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권침해를 막을 제도를 제때 정비하지 못해 교사들에게 죄송하다"며 "8월까지 생활지도 가이드라인과 악성 민원 대응책을 포함한 '교권보호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사들과 함께 일하며, 때로는 교사들처럼 학부모의 민원이나 갑질에 시달리는 학교비정규직(교육공무직) 종사자들을 위한 대책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는다.
 

교사와 같은 공간서 일하는 비정규직 대책, 어디에도 없어

 
이에 학교비정규직 종사자들은 자신들도 교사들 못지 않은 고충을 겪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 고등학교에서 예술강사로 일하는 김모씨는 지난달 수업 중 심한 욕설을 한 학생을 나무랐다. 그러자 이 학생은 김씨에게 "아줌마가 왜 여기 와 있어요. 저런 능력 없는 기간제는 잘라야 하는데. 말이 안통하는 아줌마네"라며, 험악한 욕설을 내뱉었다. 또 다른 학생은 이 상황을 핸드폰으로 촬영하기까지 했다.
 
김씨는 "대학생인 큰 아들보다 어린 학생이 다른 학생들이 다 보는데서 이 같은 말을 했다"며 "정말 트라우마가 남을 정도로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학생이 쉬는 시간에 욕설을 했다면 못 들은 척했을 것이다. 내게 훈육할 권한도 없지 않느냐"며 "학생들이 교사도 우습게 보지만 외부 강사는 더욱 우습게 본다"고 울분을 토했다.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 및 교사 생존권 위한 전국 교사 집회' 에 참석한 교사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황진환 기자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추모 및 교사 생존권 위한 전국 교사 집회' 에 참석한 교사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또 다른 고등학교에서 예술강사로 일한 30대 후반 A씨는 찰흙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수업을 하던 중 한 학생으로부터 'X쳐봤어요?'라는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 또 A씨가 반팔을 입고 오면 소매 안에 손을 넣어 몸을 만지기까지 했다.
 
A씨는 "그 자리에는 남학생들뿐 아니라 여학생들도 있었다. 그들도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예술강사는 협력 수업을 하기 때문에 함께 있던 담당 교사에게 문제 제기를 했지만 '선생님은 프로 아니냐. 그런 것도 의연하게 대처를 해야 한다'며 오히려 핀잔을 들었다"고 말했다.
 

욕설·성희롱·성추행 당해도 문제제기 못해…불안정한 신분 때문

 
비정규직 강사들은 자신들의 불안정한 신분 때문에 욕설이나 심지어 성희롱, 성추행을 당해도 학교에 제대로 문제제기조차 못한다고 한다. 학교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 일자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는 문제가 발생해도 직접 고용 관계가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한다. A씨는 "우리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계약을 맺고 있는 상태"라며 "학교에서는 자신들이 고용한 강사가 아니니 그곳(진흥원)에 가서 해결을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시도교육감 소속의 교육공무직 종사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전문상담사나 초등돌봄전담사, 사회복지사, 특수교육지도사는 학생과의 접촉면이 많아, 그만큼 학생이나 학부모와 부딪히기 쉽다.
 
21일 오전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교사 A씨의 추모공간에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21일 오전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교사 A씨의 추모공간에 시민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학교폭력 업무를 맡고 있는 10년차 전문상담사인 B씨는 "교원 심리 지원 등 교권 회복 프로그램과 관련된 공문을 보면 항상 '교사 직군'만 해당되기 때문에 그럴 때마다 '아 이거 우리는 해당이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11년째 초등돌봄전담사로 일하는 김모씨는 "특수교육대상 학생의 돌발적 행동으로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 문제 삼기가 힘들다"고 짚었다. 그는 "교사와 교육공무직의 차이 때문에 문제 제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신분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는 것 같다"고 씁쓰레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설 사회공공연구원 김한올 전문위원은 "학생과 밀착도가 높은 직무를 수행하는 분들도 많은데, 이 분들이 그 과정에서 굉장히 다양한 유형의 갈등이나 피해를 겪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책 논의 자체가 교사 위주로만 되고 있고, 동일하게 적용을 받아야 하는 사안에 대해서도 교육공무직은 논의 과정에서부터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학교비정규직 종사자, 자그마치 15만명~20만명으로 추산

 
앞서 언급된 직종 외에도 영어회화전문강사, 초등스포츠강사, 유치원방과후교육사 등 학교비정규직 종사자들은 전국에 걸쳐 자그마치 15만명~20만명으로 추산된다.
 
대책 마련 과정에서 언제나 '후순위'로 밀렸던 비정규직 종사자들은 이번에도 '관심권 밖'에 놓여 있다.
 
그래서 일반 교사뿐 아니라 학교 비정규직 종사자 '보호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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