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민의힘이 '수해골프'로 논란이 된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한 징계 개시 여부를 논의한다. 비판여론이 높아지자 '문제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던 홍 시장은 나흘 만에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고개를 숙였다. 홍 시장의 사과가 중징계로 예상되던 징계수위에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사다.
윤리위, 징계개시 여부 논의…중징계 가능성 거론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20일 오후 홍 시장에 대한 징계개시 여부를 직권 상정해 논의한다. 국민의힘 윤리규칙 제22조는 자연재해나 대형사건·사고 등으로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거나 국민과 국가가 힘을 모아야 할 경우에는 경위를 막론하고 오락성 행사나 유흥·골프 등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리규칙이 자연재해의 경우 경위를 막론하고 '골프'를 해선 안 된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만큼, 일단 홍 시장에 대한 징계개시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관건은 징계 수위다.
일각에서는 김기현 대표가 홍 시장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한 지 하루도 안 돼 윤리위에서 홍 시장의 건을 직권상정한 것을 두고 중징계로 결론이 기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태영호 전 최고위원과 김재원 최고위원의 설화 이후 윤리위의 징계가 논의되기까지 꼬박 두 달이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홍 시장의 윤리위 회부는 이례적으로 빠른 조치다.
머리 숙인 홍준표 대구시장. 연합뉴스당내에서 거론되는 사례는 2006년 홍문종 전 의원의 수해골프다. 홍문종 당시 경기도당 위원장은 수해 복구로 한창인 강원도에서 골프를 쳐 윤리위에서 제명 징계를 받았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CBS라디오에서 홍문종 전 의원 사례를 들며 "고위공직자의 기본자세와 매우 거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한 초선의원도 "수해 중에 골프를 친 것도 문제지만 당당하다는 태도가 더 문제"라며 "국민정서법을 들었는데 총선을 앞두고 제일 중요한 게 국민정서"라고 말했다.
비난여론에 고개 숙인 洪…"당 향한 쓴소리가 부메랑"?
비판여론과 당의 강경한 입장에 '기죽지 않는다'던 홍 시장도 고개를 숙였다. 홍 시장은 19일 대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원칙과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수해로 상처 입은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홍 시장의 사과가 징계수위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태영호 의원에게 '정치적 해법'으로 최고위원직 자진사퇴를 압박했던 윤리위가 홍 시장의 사과도 참작사유로 인정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홍 시장이 어쨌든 사과를 한 점이 윤리위 징계사유에 참작될 것"이라며 "윤리위에서 고려하는 홍문종 사례는 재보선 직전 당 지지율이 10%포인트 넘게 떨어지자 당대표까지 모두 엎드려 사과를 하면서 초강수를 둔 것이라 당시와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다만 수해로 악화된 여론을 의식해 경징계로 그쳐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팽팽하다. 거친 언사로 쓴소리를 해오던 홍 시장에 대한 당내 반응도 싸늘하다. 다른 의원은 "홍 시장이 김재원 최고위원 논란 당시 징계에 머뭇거렸던 지도부를 매일 공격하지 않았느냐"며 "홍 시장이 그간 해왔던 발언들이 본인에게 돌아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