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테니스는 되고 골프는 왜 안되냐?"고 버티던 홍준표 대구시장이 결국 머리를 숙였다.
홍준표 시장은 지난 19일 오후 예정에도 없이 시청 동인동청사 기자실을 찾아 준비해 온 A4용지 한 장짜리의 입장문을 읽어 내렸다.
홍 시장은 "국민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며 "수해로 상처입은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골프 파문이 인지 나흘 만이다.
지역 야당과 시민단체, 공무원 노조의 비판 성명에도 꿈쩍 않던 홍준표 시장이다.
파문이 일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연일 정당성을 강변해 왔기 때문에 이날 사과 표명은 갑작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19일 대구시청 동인동청사에서 고개 숙이는 홍준표 시장. 연합뉴스입장 변화의 조짐은 지난 17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난 직후부터 시작됐다.
윤 원내대표 면담 직후 기자들에 둘러싸여 입장 표명을 요구받자 평소 SNS에 하던 말들을 쏟아내면서 우호적인 여론은 찾아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수해 골프를 다루는 홍준표 관련 기사에는 비판 댓글이 쇄도했을 뿐아니라 청주 대전과 전북, 경북 등 비 피해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홍 시장의 처신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확산일로로 치달았다.
사안에 따라서는 홍준표 시장의 강성 발언과 카리스마 넘치는 이미지들이 보수지지층 사이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어온 것도 사실이지만, 수십명이 목숨을 잃고 온 나라가 수해에 신음하는 상황에서 나흘이나 지속된 홍시장의 버티기는 여권 내부에서 조차 "뭐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비판론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이때부터 여권 내 기류도 급격히 변해 당장 김기현 당 대표의 진상조사 지시에 이어 곧바로 윤리위 직권 상정 소식이 들리면서 홍준표 시장도 주춤하기 시작했다.
홍 시장의 정책을 지지하던 핵심 지지층도 등을 돌릴 조짐을 보인 것도 사과에 나서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 것으로 보인다.
사과 입장문을 발표하는 홍준표 대구시장.지민수 기자공직 사회 내부 반응도 싸늘하다.
공무원 노조는 이미 성명을 내 강하게 비판했고 말없는 대다수 공직자들도 수해로 비상 근무 와중에 시장이 골프를 친 것이 논란이 되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반응이다.
절대적 카리스마로 대구시정을 휘어잡았던 홍준표 시장이 예기치 못한 수해 골프 파문으로 리더십에 큰 상처를 남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