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대규모 인명 사고로까지 이어진 수해 사태에 여야가 현장 수색, 복구 지원에 집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도 잠시 쉼표를 찍게 됐지만, 여당 일각에선 '4대강'과 '전 정부 책임론' 등 정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소재를 화두에 올리기도 했다.
여기에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매장 방문, 홍준표 대구시장의 골프 논란까지 구설수가 이어지면서 여권에 부담을 더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는 17일 집중 호우에 따른 수해 사태를 감안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 상임위 일정을 미뤘다. 이번 수해 사태에 집중하자는 취지인데, '서울-양평고속도로 현안 질의'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정쟁 사안을 당분간만이라도 피하자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여당은 조직위원장 임명 관련 절차와 윤리위원회 등 예정됐던 당내 일정을 미루는 것은 물론, 소속 의원들에게 해외 출장 자제령을 내리며 '낮은 자세'를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침수 사고지인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찾아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런 사태가 생긴 데 대해 대단히 송구하다.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종민 기자하지만 일각에선 '전 정부 책임론'이 불거지는 등 정쟁의 불씨가 튀어오르기도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수해 피해 지역인 충남 공주에 방문한 이날, 지역구 의원인 당 중진 정진석 의원은 '포스트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4대강 보를 만든 국토교통부가 이를 부수지 못하니까 (관리 업무를) 환경부가 가져갔다"며 "전 정부 때 수자원 업무를 무리하게 환경부에 일원화한 것도 화를 키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여의도연구원장인 박수영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4대강 사업 이후 추진하려다 좌파들 반대로 무산된 지류·지천 정비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며 "4대강으로 들어오는 지류·지천들도 저수용량이 커져야 4대강에 대한 부담을 덜고 지천의 범람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잠시 '휴전' 상태인 여야가 자칫 이르게 갈등 국면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여기에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의 명품 매장 방문, 홍준표 대구시장의 골프 논란은 여권 내 부담을 배가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쇼핑 논란에 "사실을 얘기해도 정쟁의 소지가 될 수 있다"며 말을 아꼈고, 홍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시는 지금까지 수해 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며 "나는 대구시만 책임지는 대구시장"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우려 섞인 비판론이 불거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근식 전 비전전략실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여사 관련 논란에 "유구무언"이라며 "자유 시간에 잠깐 들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시기적으로 수해 상황이 겹치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불렀다"고 말했다.
당내 한 TK 지역구 의원 역시 "홍 시장이 대구시장인 동시에 전국적 위상을 가진 정치인이란 사실을 어떻게 부인하겠나. 골프 논란은 국민적 시각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