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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입원실' 부산대병원 운영 일부 차질…노조는 대규모 결의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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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병원 노조 14일 총파업 출정식…비정규직 직접고용·인력충원 요구
부산대병원, 입원 환자 대부분 퇴원…조용한 분위기 속 수술 등 일부 차질
보건의료노조 부산지부도 비바람 속 대규모 총파업대회 이어가

14일 부산대병원 로비에 파업 여파로 정상진료가 불가능하다는 안내 현수막이 놓인 모습. 정혜린 기자14일 부산대병원 로비에 파업 여파로 정상진료가 불가능하다는 안내 현수막이 놓인 모습. 정혜린 기자
전국보건의료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7.13 부산CBS노컷뉴스=금속·보건의료에 건설노조까지…부산도 파업 본격화] 부산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파업에 참가한 부산대병원은 입원실이 텅 비고 수술과 외래 진료도 일부 차질을 빚고 있다.

부산대병원을 비롯한 보건의료노조 부산지부는 대규모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세를 과시하는 등 파업과 쟁의 활동을 본격화했다.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 이틀째인 14일 오전 부산대학교 병원 곳곳에는 파업을 알리는 안내문이 내걸렸다. 외래 병동에는 과마다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이 띄엄띄엄 앉아 있었고, 의료진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환자들을 맞이했다. 환자와 의료진이 분주하게 움직이던 평소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불을 끄고 휴진한 일부 진료실도 눈에 띄었다.

입원 병동은 이보다 더 한산했다. 전체 환자의 80%가 이미 퇴원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겨가 병실에는 텅빈 병상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대부분 입원실에 불이 꺼진 채 사람의 흔적조차 전혀 없어 스산한 분위기까지 자아냈다.

14일 부산대병원 병실이 파업 여파로 텅 빈 모습. 정혜린 기자14일 부산대병원 병실이 파업 여파로 텅 빈 모습. 정혜린 기자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평소와 다른 병원 분위기에 "너무 한산하고 조용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걱정과 달리 진료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답했다. 다만 파업으로 검사나 수술 일정이 변경되는 불편을 겪었다는 환자도 있었다.
 
수술한 어머니의 검진을 따라왔다는 백 모(50대·여)씨는 "파업 소식을 듣고 검사가 안 되거나 오래 기다릴까봐 걱정했다"며 "병원에 사람이 많이 적긴 한데 아무런 차질 없이 무사히 검사를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남편이 큰 수술을 앞두고 있다는 이 모(60대·여)씨는 "원래 모레 수술을 받기로 했는데 파업 때문에 다음 달 초로 수술 일정이 바뀌었다"며 "처음 의사선생님께 수술을 받고 싶었는데 담당 선생님도 바뀌고, 날짜도 20일 가까이 밀려 너무 속상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부산대병원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함해 2500여 명이 노동조합에 속해 부산지역 보건의료 노조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노조에 따르면 이 가운데 필수유지 인력을 제외한 대부분 조합원이 총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의료 공백 우려에 따라 부산대병원은 대부분 입원 환자를 퇴원시켰고, 다른 병원에서 진료가 가능한 환자는 전원 조치했다. 현재 신규 입원 환자를 받지 않고, 외래 예약 환자의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권역외상센터 등 응급의료 시설은 정상적으로 진료하고 있다.

직접고용 전환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부산대학교병원 노조가 14일 부산역 광장에서 파업출정식을 열고 있다. 정혜린 기자직접고용 전환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부산대학교병원 노조가 14일 부산역 광장에서 파업출정식을 열고 있다. 정혜린 기자
한편 파업 이틀째를 맞은 부산대병원 노조는 이날 오후 1시 부산역 광장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비정규직 직접고용과 인력 충원을 요구했다.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는 악천후에도 조합원 1천여 명은 우비를 입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파업을 멈추지 않겠다며 병원 측을 압박했다.

보건의료노조 부산대지부 문미철 지부장은 "몸이 아파도 눈치를 봐야하고, 밥을 먹거나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인력을 늘려달라는 건 당연한 요구"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파업에는 비정규직 뿐 아니라 정규직 노조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 지부장과 서정관 수석지부장, 김성윤 비정규직지부 부산시설분회장은 "병원에서 당당하게 일하고 싶다는 당연한 희망을 이젠 이루어 달라"고 주장하며 삭발 투쟁을 벌었다.

직접고용 전환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부산대학교병원 노조 관계자들이 14일 부산역 광장에서 파업출정식을 열며 삭발하고 있다. 정혜린 기자직접고용 전환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부산대학교병원 노조 관계자들이 14일 부산역 광장에서 파업출정식을 열며 삭발하고 있다. 정혜린 기자
오후 2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보건의료노조 부산본부가 총파업대회를 이어갔다.

보건의료노조 부산지부 윤영규 본부장은 "병원을 그만두지 않고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후의 수단인 파업에 나섰다"며 "국가가 책임지고 비싼 간병비를 해결하고, 적정인력을 확충해 환자 안전을 보장하라"고 외쳤다.

보건의료노조 부산지부가 14일 오후 2시 부산역 광장에서 총파업대회를 열고 투쟁을 외치고 있다. 정혜린 기자보건의료노조 부산지부가 14일 오후 2시 부산역 광장에서 총파업대회를 열고 투쟁을 외치고 있다. 정혜린 기자
보건의료노조의 이번 총파업은 지난 2004년 의료민영화 저지 투쟁 이후 19년 만으로 부산지역 17개 사업장에서 전체 조합원의 82%에 해당하는 8199명이 파업에 참가한다.
 
이들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전면 확대와 코로나19 전담병원 지원 확대,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 공공의료 확충 등을 주장하며 산별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부산대병원 노조는 산별총파업이 타결되더라도 인력확충과 비정규직 직접고용을 위해 전면 무기한 파업을 이어나가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혀 노사 대치와 긴장 상황은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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