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호우 재난문자. 연합뉴스 시간당 7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진
지난 11일 오후 서울 일부지역에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가 처음 발송됐다. 지난해 역대급 폭우 이후 집중호우 지역이 침수피해 등을 대비하는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인데
시스템 가동 첫날부터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12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쯤 서울 동작구 상도·상도1·대방·신대방동, 영등포구 신길·대림동, 구로구 구로동에 '극한호우'를 알리는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신대방동에 이날 오후 2시 48분부터 3시 48분까지 1시간 동안 72㎜의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문구는 "15:48 동작구 신대방제1동 인근에 시간당 72㎜ 이상 강한 비로 침수 등 우려, 안전확보를 위한 국민 행동요령 확인 바람 cbs.kma.go.kr"이었다.
기상청은 지난달 15일부터
수도권을 대상으로 '1시간에 50㎜ 이상', '3시간에 90㎜ 이상'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는 비가 내리면 행정안전부를 거치지 않고 긴급재난문자를 직접 발송하고 있다.
기상청 분석 결과, 1시간에 72㎜ 비가 오면 3시간 강수량이 81㎜ 이상이 될 확률이 95%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해 8월 8일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반지하 침수 등 피해가 잇따르자, 조금이라도 빨리 재난문자를 보내 신속한 대피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정부는
올해 수도권에서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를 시범운영한 이후 내년 5월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상청이 읍·면·동 단위로 긴급재난문자를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첫날부터 시스템 작동이 원활치 않았다는 점이다.
당초 기상청은 전날 오후 3시 31분쯤 구로구 오류·고척·개봉·궁동에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려 했지만, 기술적 문제로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난문자 발송에 필요한 동별 코드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발송 실패 직후엔 비구름대가 빠르게 이동하면서 해당 지역들의 3시간 강수량이 90㎜에 이르지 못할 것으로 판단돼 아예 발송을 취소했다.
우산을 쓴 시민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기상청은 다시 이후 상황을 반영해 오후 4시쯤 서울 동작구·상도1·대방·신대방동, 영등포구 신길·대림동 등에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또
초반의 기술적 문제는 해결됐으며, 당일 알림이 필요한 지역엔 실제로 긴급문자가 모두 전송됐다고 설명했다.
'극한호우'와 관련 긴급재난문자의 개념이 생소해 발생한 혼선도 있었다.
극한호우란 말 자체를 처음 접해본다는 시민들이 많은 상황에서, 긴급재난문자 발송 10여 분 만에 각 자치구가 '극한강우'라는 표현이 담긴 재난문자를 보내면서 혼란이 가중됐다는 지적이다.
기상청이 재난문자에 '신대방제1동 인근'이라고 세부 동명을 명시한 점이 도리어 이외 지역 주민들에게 '오(誤)발송'으로 인식할 여지를 줬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최근 서울시가 지진·경계정보 관련 문자를 잘못 보낸 사례가 있었던 것도 혼선을 키웠다.
기상청은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 발송 시 많은 비가 내리는 지역을 가리키는 '대표지점'이 자동기상관측장비 설비 지점으로 자동 포함되도록 설정돼 생긴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 문자가 발송된 동들은 대표지점이 동작구 신대방제1동 기상청 서울청사에 둔 자동기상관측장비였다는 것이다.
다만,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와 기존 호우특보 간 차이가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됐다.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는
앞으로 많은 양의 비가 내릴 거라는 '사전 경고'가 아니라 비가 많이 내렸으니 침수 등 잇따를 피해에 대비하라는 당부 차원의 알림이다. 전자의 경우, 이미 호우특보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기상청의 입장이다.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가 좀 더 일찍 도입됐다면, 작년 8월 8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관악구 신림동에서 발생한 반지하 침수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구조신고가 이뤄지기 20분 전에는 문자가 도달했으리라는 계산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극한호우 긴급재난문자의 취지를 더 홍보하고, 미비한 점은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