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롱이 9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실크로드&안산 PBA-L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에서 용현지를 누르고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PBA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33∙블루원리조트)가 프로당구(PBA) 여자부 새 역사를 썼다. 통산 6번째 우승으로 다승 단독 1위에 올랐다.
스롱은 9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실크로드&안산 PBA-L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에서 용현지(22·하이원리조트)를 눌렀다. 풀 세트 접전 끝에 4 대 3(6:11, 11:3, 11:4, 5:11, 11:7, 7:11, 9:2) 재역전승을 거두고 우승 상금 2000만 원을 거머쥐었다.
통산 6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스롱은 지난 시즌 왕중왕전인 '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정상에 올랐다.
여자부 최다 우승이다. 스롱은 김가영(하나카드), 임정숙(크라운해태)과 5승으로 다승 공동 1위였으나 한 걸음 더 앞서게 됐다.
특히 경쟁자들보다 10개 대회 이상 적은 출전 횟수라는 점에서 더욱 대단하다. 스롱은 2020-21시즌 5차전(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부터 PBA에 합류해 20개 대회 만에 6번 우승을 달성했다. 김가영, 임정숙은 PBA 출범과 함께 투어 활동을 펼쳐 32개 대회를 치렀다. 그만큼 독보적인 기량을 뽐내고 있다.
이번 결승에서도 스롱의 관록이 빛났다. '당구 여제' 김가영을 꺾은 기세를 몰아 용현지가 무섭게 압박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용현지가 1세트에서 기선을 제압했지만 스롱이 2, 3세트를 따내며 앞서갔다. 그러나 용현지도 4세트 초반 7점을 몰아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스롱이 5세트 하이 런 8점으로 다시 앞섰지만 용현지가 6세트 연속 4점을 몰아치며 마지막 7세트로 승부를 몰고 갔다.
운명의 7세트 스롱의 뒷심이 더 강했다. 첫 이닝에서 스롱은 5점을 몰아쳤고, 용현지가 2점에 그친 사이 다음 이닝에서 4점을 쓸어 담아 우승을 확정지었다.
스롱이 9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실크로드&안산 PBA-LPBA 챔피언십' 여자부 우승을 확정한 뒤 포효하고 있다. PBA
그야말로 '코리안드림'이다. 스롱은 지난 2010년 결혼 이민을 통해 한국으로 이주한 뒤 남편 김만식 씨의 권유로 이듬해부터 당구에 입문했다. 이후 3년 동안 아마추어 대회를 평정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스롱은 2017년 전문 선수로 변신해 2018년 세계여자3쿠션선수권대회 동메달, 2019년 아시아3쿠션여자선수권대회 금메달 등 정상급 스타로 발돋움했다. 대한당구연맹(KBF) 랭킹 1위, 세계캐롬연맹(UMB) 랭킹 2위를 찍은 스롱은 2020-2021시즌 PBA로 진출해 짧은 기간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다. 지난 시즌 3승을 거두며 여자부 랭킹 1위에 올랐다.
스롱은 이미 고국 캄보디아에서는 국민적 스타다. 세계 정상을 다투는 데다 고국에 장학금을 기부하고 체육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등 선행으로도 유명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캄보디아 국빈 방문 때 초청하기도 했는데 스롱은 '캄보디아의 김연아'로 불릴 정도다.
스롱과 남편 김만식 씨. 스롱 SNS
남편의 적극적인 외조가 없었다면 오늘의 스롱도 없었을 터. 우승 뒤 스롱도 28살 연상인 남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스롱은 "남편이 온 줄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몰랐다"면서 "시상식이 끝나고 나서야 알았는데 남편은 부끄러웠는지 자리를 피해서 우승하고 사진도 같이 못 찍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까지 5~6년 동안 1번도 내 경기를 직접 본 적이 없는데 오늘 처음 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편에 대해 스롱은 "항상 잘해주는데 표현을 잘 안 한다"면서 "매일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계속 대회에 다니느라 1~2개월에 한번씩 집에 갈 때도 많다"면서 "남편은 매일 혼자 집에 있는데 갈 때마다 '뭐 먹고 싶냐'고 물어보고 요리를 해주는데 정말 잘 한다"고 칭찬했다. 스롱은 또 "모든 살림을 남편 혼자 다 하고 나에게는 '당구에만 집중하라'고 해준다"면서 "너무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강조했다.
남편의 따뜻한 외조 속에 PBA 새 역사를 쓴 스롱. 과연 '캄보디아 특급'의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