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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오염수 방류 앞둔 수산시장…"정쟁 그만, 상인들 살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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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日오염수 처리, 목표치 적합"
수산시장은 손님 '뚝'…"해양 방류 말고 방법 없나"
"원래 줄 서던 횟집, 오염수 얘기 나오고는 텅텅"
"어민들 다 죽어간다…실질적 대응책 마련해야"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 걸린 플래카드. 임민정 기자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에 걸린 플래카드. 임민정 기자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가 눈앞에 닥쳐오면서 우리나라 수산시장 상인들과 어민들의 시름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안전 기준에 충족한다는 결론을 내린 데 이어 우리 정부도 도쿄전력 오염수 처리계획이 계획대로 지켜진다면 배출기준과 목표치에 적합하고 국제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가까운 시일 안에 오염수가 방류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지난 7일 찾은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가게 좌판엔 갈치, 고등어, 관자 등 수산물이 깔려있었지만, 이를 찾는 손님은 드물었다.

전복과 킹크랩을 파는 60대 상인 A씨는 "여름 휴가철이라 장사가 안되는 시기이긴 하다"면서도 "오염수 얘기가 뉴스에도 나오고 하니 손님들이 불안해서 더 안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염수를) 바다에다 뿌리는 방법 말고는 정말 없는 것이냐"고 속상해했다.
노량진수산시장 내부 모니터. 임민정 기자노량진수산시장 내부 모니터. 임민정 기자
시장 외벽에는 '근거 없는 허위 과장 정보, 국민 불안 야기 마라', '정부와 수협은 안전성이 검증된 수산물만 공급하겠다', '정부는 수산인 보호 대책 마련하라' 등의 플래카드가 걸려있었고 수산시장 중앙 모니터에는 오염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설명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최근 정치인들이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아 '수조물 먹방'을 한 것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왔다. 상인 소모(66)씨는 "오염수를 방류한다면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고 대응책 마련하기도 부족한데 보여주기식으로 여기 찾아와 물이나 먹으면 무엇하느냐"고 꼬집었다.

40년 가까이 이곳을 지켰다는 상인 B씨는 "우리 상인들 살게끔 해주는 것이 정부 아니느냐"며 "정쟁은 불안만 가져온다. 정치 싸움 말고 국민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언론이나 정치권이 자꾸 부추기면 나 같은 장사꾼은 살 수가 없다"고 속상해하는 상인도 있었다.

서울 마포구의 수산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상인 정모(64)씨는 손님이 없다고 토로하며 연신 손으로 파리를 쫓아내기 바빴다. 그는 "손님 많을 땐 하루 60만 원까지도 팔았는데 지금은 잘해 봐야 십만 원 후반대"라며 "한 포대에 4500원 하는 얼음도 매일 4포대씩 써야 하는데 일당이라도 나오겠느냐"고 속상해했다.

이어 "소비 쿠폰 얘기도 나오던데 소비자들을 오게 만드는 것이 먼저다. 사람들이 안 오는데 싸게 주는 것이 무슨 소용이겠느냐"고 답답해했다.

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직원이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직원이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또 다른 상인 이모(64)씨도 "후쿠시마 오염수로 인한 직간접적 영향이 너무 크다. 국민들 머릿속에 위험하다는 인식이 박혀버렸다"며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고 한숨을 쉬었다.

수산물시장 2층에 위치한 식당에서 일하는 60대 김모씨는 "요즘엔 점심시간에도 텅텅 비었다"며 "아래층에서 사람들이 회를 사서 올라와야 하는데 사람이 없으니 우리도 덩달아 장사가 안된다"고 했다.

이날 점심시간이었지만, 이 곳의 32개 테이블 중 4개만 손님들이 자리를 잡아 식사하고 있었다. 김씨는 "장사가 안되니 인건비도 큰 문제"라며 "원래 6-7명이 함께 일했지만, 지금은 4명만 남았다"고 토로했다.

실제 4월 소비자시민모임이 소비자 5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92.4%가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이후 수산물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직원이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6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직원이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노량진에서 식당을 하는 횟집 사장 유모(66)씨 역시 "점심시간이면 사람들이 줄 서서 찾는 식당이었지만 지금은 보는 그대로"라며 텅 빈 복도와 식당 내부를 가리켰다. 이어 "아무리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해도 당분간은 타격이 이어질 것"이라며 "코로나가 끝나고 (장사가) 잘 되는가 싶었는데 오염수 얘기가 나오고 손님이 안 온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어민들도 한숨이 나오긴 마찬가지다. 한국연안어업인중앙연합회 관계자는 "어업인들은 바다에서 고기를 잡고, 고기만 잡아서는 생계가 안되니 가족들은 연안 쪽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기를 잡아도 팔 데가 없고 손님도 횟집을 찾지 않으니, 줄도산에 이를 지경"이라고 했다.

이어 "어민들이 다 죽어가는데 실질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어민들을 살릴 방법을 고민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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