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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EN:]KBS 수신료 분리징수, 왜 돌이킬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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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MB 정부 이후 돌아온 미디어공공성포럼 첫 세미나
KBS 수신료 분리징수 등 미디어 공공성 위기 진단
"국회에 연말까지 수신료개선특별위원회 구성해야"
KBS 양승동 전 사장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 위기"
MBC 박성제 전 사장 "제도적으로 영리하게 싸워야"

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다시! 미공포 2023' 세미나 현장. 유원정 기자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다시! 미공포 2023' 세미나 현장. 유원정 기자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골자로 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문턱을 넘자 방송·미디어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기료와 통합 징수해 납부하던 수신료를 분리징수하게 되면 사실상 KBS의 공공 재원 확보가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과연 방송 관계자들과 미디어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미칠 파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열린 '다시! 미공포(미디어공공성포럼) 2023' 세미나에는 방송·미디어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윤석열 정부가 KBS, MBC, YTN 등 방송사들과 대립각을 세우며 불거진 미디어 공공성 위기를 논의했다.

이르면 이번 달 시행을 앞둔 KBS 수신료 분리징수 사안이 시급하게 다뤄졌다.

발표를 맡은 국민대 이창현 언론정부학부 교수는 "윤석열 정부 시기에 미디어 공공성의 위기가 민주주의 퇴행과 상승적 상호작용을 보이고 있다"며 "공영방송의 위기가 구조화되고, 방송이 선거 시기에 여권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는데 동원된다면, 민주주의의 퇴행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미디어 공공성을 크게 훼손하여 돌이킬 수 없게 만드는 KBS 수신료 분리징수와 YTN 공공지분 매각 등을 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정파적 고려가 아니라 사회적 공론화를 통한 정책적 논의 후에 미디어 구조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KBS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시행령 개정을 하려면 지금처럼 정부기관만 움직이는 모양새가 아니라 수신료 위원회를 조직해 공론 과정을 거쳐야 함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재와 같이 방통위 3인 체제에서 정부 여당이 속전속결식으로 KBS 수신료 분리징수를 강행하는 것은 국민들의 민주적 눈높이에 어긋나며, 향후 법적 책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국회 내에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수신료개선특별위원회'를 구성한 뒤 사회적인 토론과 공론화를 진행하여 정책적 합의를 도출한 후에 시행령 개정을 해야 할 것"을 제안했다.

KBS 양승동 전 사장은 현 상황을 '돌이킬 수 없는 위기'라고 진단했다.

양 전 사장은 "'민주주의는 어떻게 무너지는가'란 책을 보면 사회의 규범을 넘어선 시행령 정치를 하고, 권한을 남용하면 민주주의가 무너진다. 미디어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적인 퇴행이 일어날 수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위기"라고 짚었다.

KBS 수신료 분리징수 현실화에 대해선 "이 문제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를 두 번 갔고, 대법원을 두 번 갔다. 이들 판결을 보면 아주 촘촘하고 완벽할 정도로 법적 안정성을 갖추고 있다. 절차를 무시한 진행이 이런 법적 안정성을 무너뜨리긴 어렵다. 현재 헌재 소원 등은 KBS 승소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일단 후배들에게도 잘 버티라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TV 수신료 분리징수를 골자로 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모습. 황진환 기자방송통신위원회가 TV 수신료 분리징수를 골자로 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모습. 황진환 기자다만 이번 사태를 빌미로 부당하게 경영진이 교체되는 등의 사태는 최대한 피할 것을 조언했다.

양 전 사장은 "소송은 시간이 걸리고 문제는 정부 기관이다. 법적으로 허술하게 밀어 붙이는데 나중에 방통위가 소송에 지더라도 그때까지 KBS 경영진을 교체하고 모른 척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공영방송 사장은 (임기를)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해법을 KBS 내부적으로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MBC 박성제 전 사장은 수신료 분리징수를 막기 위한 새로운 투쟁 해법을 모색했다.

박 전 사장은 "영리하게 싸워야 한다. 암울하지만 새로운 투쟁의 시대다. 시민들이 이제는 이런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잘 움직이지 않는다. 제도로, 법으로, 조금 더 치밀한 논리가 필요하다. 국회 야당들이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MBC와 KBS도 앞으로 수신료 등 문제를 두고 철저하게 싸워나가면서 파업, 제작 거부를 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 근로기준법, 노동법을 어길 수밖에 없다. 상대도 불법과 탈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제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그게 오히려 국민 여론을 설득하는 길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MBC 또한 현 정부 들어 비속어 보도, 전용기 탑승 배제, 국세청 세무조사 등 파란을 겪었다.

사장 시절 일련의 사건을 겪은 그는 "밤에 출입기자가 탑승 불허 메시지를 받았는데 그날 '스트레이트'에서 대통령실에 반론 요청 공문을 보냈고 이에 화가 났을 것으로 본다. 전용기 탑승 여부는 홍보수석 차원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절대 아니기에 대통령 혹은 영부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MBC 취재진의 전용기 탑승 배제 이유를 짐작했다.

그러나 MBC가 이후 헌법소원에 나서자 대통령실은 1월 해외 순방에서는 MBC 취재진의 탑승을 허용한 바 있다. 박 전 사장은 이를 "헌법소원에서 위험해질 거란 대통령실의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강도 높게 이뤄진 국세청 세무조사 역시 "MBC가 여의도 땅을 3년 전에 매각했는데 당시 국세청에 절세 방안을 질의했었고, 그렇게 처리를 해도 된다고 해서 답변을 받았다. 그런데 그게 탈세라며 추징금 400억 원이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미디어공공성포럼은 2008년 이명박 정부 시기 미디어 공공성이 심각한 위기를 맞이했을 때 200여명의 언론학자들이 결성한 단체로서 언론의 공공성 약화를 우려하는 시민단체 및 언론단체와 연대하는 독립된 조직이다.

미디어공공성포럼은 앞으로도 미디어 공공성 파괴와 훼손의 문제를 제기하는 활동을 이어간다는 차원에서 연속 세미나를 기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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